뜨거운 심장을 통과한 글에는 온기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저자 비노스 라마찬드라는 스리랑카 그리스도인이다. 그는 고국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내전을 경험했다.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난민이 되는 처참한 상황을 목격했다. 그런 까닭에 세계 곳곳에 벌어진 잔혹한 참상에 깊이 공감한다. 특히나 여성과 어린이 등 약자들이 폭력에 더욱 취약한 현실에 깊은 신음을 내쉬었다.
이 책은 그 모든 아픔에 대한 신학적 반응이다. 저자는 세상을 뒤덮은 고통의 문제를 신학으로 돌파한다. 공학 박사이면서도 균형 있고 풍성한 신학 독서를 전개한다. 그 결과 고난의 본질에 대해 깊은 통찰을 풀어낸다.
그는 우선 성경 안에 담긴 길고 풍부한 "탄식의 전통"을 언급한다. 시편의 1/3 이상이 "탄식의 시편"이다. 욥기는 가난한 자들의 구체적인 고통을 묘사한다. 결정적으로 복음서는 십자가에서 고통당하신 하나님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피조 세계의 재난과 하나님의 주권 사이의 관계를 고찰한다. 끝으로 예수님의 ‘부활’에 담긴,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이 책을 작년 4월에 샀다. 저자와 주제와 내용 구성 모두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당시 지친 마음에 위로를 구하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돌이켜보면 ‘예언적’이었다. 다음 달인 5월부터 나는 거대한 격랑에 휩싸였다. 이 책은 내게 돛이자 닻이 되어 주었다. 틈틈이 책장을 넘기며 큰 위로를 받았다. 그러면서 성경의 진면모와 복음으로 사는 현실의 의미를 좀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었다.
작년 12월 담임 부임 후 도통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 감사하게도 6월부터 월요일 새벽기도회를 교인 자율로 진행하도록 배려해 주셨다. 덕분에 미뤄두었던 마지막 장(章)을 이제야 덮었다. 그윽한 여운을 느끼며 이 책과 함께 보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그 모든 시련에 성숙한 신학으로 반응할 수 있길 다짐한다.
부디 내 목회에도 뜨거운 심장을 통과한 온기로 가득하길 소망한다.
“창조주 하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안에 독특하게 임재 하셨다는 점을 믿는 다는 것은, 하나님이 스스로를 인간의 시신에 거하는 하나님이 되기로 선택하셨음을 믿는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신성을 약함 속에서 정의하기로 선택하셨다. 하나님은 고통을 가하거나 고통을 회피하는 분이 아니라 고통을 당하시는 분으로 계시되었다.” 121~122쪽
“우리의 고난이 그분의 고난처럼 대속적일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고난은 그분의 고난을 닮을 수 있으며, 그리하여 우리의 고난은 더 이상 우리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 126쪽.
“하나님이 고난을 겪으신다는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우리의 고난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일지라도 우리의 상실 이야기를 하나님의 이야기와 나란히 놓고 혹시라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끔찍한 상황이 어떻게 해소될 수 잇는지, 그리고 하나님이 어떻게 비극 속에서 선한 것을 끌어내실지 기다릴 수 있다.” 126~27쪽.
“부당한 고통 혹은 지나치게 겪는 고통의 문제에 대한 궁극적이고 유일하게 만족스러운 지적 설명은 우리의 창조주가 놀랍고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기 스스로를 제한해서 고난의 어둠 가운데 임재하고, 우리와 고통을 함께 나누며, 우리의 슬픔을 짊어지고 이 모든 과정 중에 우리를 지탱하고, 결국 악에도 불구하고 선을 이루신다고 믿는 것이다. 이렇게 그분의 신적 능력의 진정한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다.”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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