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21장 1-8절 "모든 것을 새롭게"

부활절 다섯 번째 주일, 2016년 4월 24일 부산진교회 청년예배 설교, 정대진 목사

요한계시록 21장 1-8절 "모든 것을 새롭게"

1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2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준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3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4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5 보좌에 앉으신 이가 이르시되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하시고 또 이르시되 이 말은 신실하고 참되니 기록하라 하시고 6 또 내게 말씀하시되 이루었도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라 내가 생명수 샘물을 목마른 자에게 값없이 주리니 7 이기는 자는 이것들을 상속으로 받으리라 나는 그의 하나님이 되고 그는 내 아들이 되리라 8 그러나 두려워하는 자들과 믿지 아니하는 자들과 흉악한 자들과 살인자들과 음행하는 자들과 점술가들과 우상 숭배자들과 거짓말하는 모든 자들은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에 던져지리니 이것이 둘째 사망이라 

저는 틈날 때마다 아이패드로 레이싱 게임을 즐겨합니다. 비록 게임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명차를 가지고 아름다운 명소를 질주하는 게 제게 큰 즐거움을 줍니다. 그런데 각 스테이지를 실행하면서 꼴등으로 들어온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제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못 끝내겠다 싶으면 주저 없이 “reset” 버튼을 누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 단계 미션 수행이 느릴지언정 실패한 경우는 적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게임을 즐기면서 저는 종종 우리 삶에도 이런 “리셋”기능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나온 시간 속 후회스러운 장면들이 떠오를 때마다 그 리셋 버튼을 눌러서 그 모든 사건들을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조금 유치한 상상에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그렇지 않으신가요?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서 그 때 내가 조금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하지 않으신가요? 피아노 같은 악기나 그 외 무언가를 좀 더 어릴 때 배워두지 못한 것이 아쉽지는 않으신가요? 아련하게 떠나보낸 그 남자, 그 여자를 떠올리면서 그 때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이 후회되진 않으십니까? 반대로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주고 떠난 그 나쁜 남자와 그 나쁜 여자와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 버리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 외에도 여전히 생각날 때마다 우리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그 결정적인 장면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처음부터 새롭게 할 마음이 들지 않으십니까?

분명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부질없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하게 됩니다. 모든 사람들은 분명한 한계와 약점을 가진 존재이기에 매 번 실수와 잘못된 판단을 거듭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과거의 아픈 기억에 굵게 얽매여 불안한 호흡을 내뱉을 때가 참 많이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모두는 오늘 본문 말씀의 표현을 빌리자면, 쉼 없이 눈물을 흘리고, 죽음과 마주 하고, 슬픔 가운데 울부짖으며 고통을 겪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까닭에,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삶의 리셋 버튼을 찾아 공허한 손길을 휘적거릴 때가 참 많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과거의 후회”가 으레 “미래의 불안”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지금껏 지나온 삶의 흔적을 돌이켜 보며 후회에 몸부림칠수록 미래를 예상할 때마다 자연스레 더욱 불안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그 불명확한 앞날을 보다 정확히 알기 원하며 갖은 애를 다 씁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무속신앙에 기대는 사회 현상이 바로 여기에 기인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확천금을 그럴듯하게 약속하는 재테크 강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심리를 바탕으로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처럼 명확한 “미래”를 미리 알고자 할 때, 종종 “요한계시록”이 언급되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꼭 이단이 아니라 할지라도, ‘요한계시록 세미나’를 열면서 그 안에 담긴 각종 환상적이고 어두운 상징들을 오늘날 상황과 연결해서 해석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모습들에 무척 가슴이 아픕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계시록에 대한 철저한 오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심하게 말씀드리면 요한계시록에 담긴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나 앞날을 점치는 데 제멋대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시록에 대한 그런 잘못된 해석 때문에 일상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삶의 아름다움을 놓치는 그리스도인들을 볼 때마다 저는 참 마음이 괴롭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여러분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흔한 오해와는 달리 계시록의 핵심 줄거리는 미래에 대한 예고를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계시록 안에는 세상의 앞날을 다룬 시나리오처럼 보이는 여러 복잡한 환상들이 가득 담겨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미래에 대한 예고가 아니라 그 시대 극심한 핍박과 환난을 겪었던 첫 번째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위로와 희망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미로 같은 현재의 이야기를 지나 마침내 다다른 계시록의 핵심 주제가 바로 오늘 본문 말씀입니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하나님께서 뜻하신 온 우주의 미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께 거듭 당부 드립니다. 제발 계시록을 읽으며 길을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대신 요한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최종적으로 말씀하고자 하시는 요한계시록 21장, 그 중에서도 6절에 무사히 도착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다함께 6절 말씀 한 목소리로 읽겠습니다.

6 또 내게 말씀하시되 이루었도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라 내가 생명수 샘물을 목마른 자에게 값없이 주리니 

우리는 먼저 이 6절 말씀에서 하나님께서 당신 스스로를 어떻게 부르시는 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을 가리켜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라고 일컬으십니다. 여기서 “알파”와 “오메가”는 신약성경을 기록한 그리스어 알파벳 순서 중 가장 앞과 끝에 있는 글자입니다. 한글 자음을 예로 들면, “ㄱ”과 “ㅎ”에 해당되는 글자입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처음과 마지막”이심을 분명히 강조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역사의 마지막에 당신의 뜻을 완전히 이루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온 우주와 생명의 시작과 마침을 주관하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이것을 너무 거창하게이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말씀은 쉽게 생각해서, 하나님께서 우리가 겪는 모든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을 끌어안는 분이심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과거와 미래 사이를 오가는 모든 혼란과 불안에서 벗어나 우리가 날마다 거니는 이 모든 시간이 주님 손에 있음을 신뢰하시길 바랍니다. 

그런 우리를 향한 구체적인 약속이 4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함께 읽겠습니다.

4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바로 여기에, 온 우주의 시작과 마침을 이루시는 신실하신 하나님만이 가능한 참된 위로가 기록돼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십니다. 다시는 죽음이라는 영원한 이별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지 못합니다. 따라서 더 이상 애타게 슬피 우는 일도 아픈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은혜를 열거하면서 결론적으로 제시하는 이유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모두 불완전한 ‘첫 세상’ 속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에게 아프고 힘든 일들이 찾아옵니다. 열심히 기도해서 은혜 받으면 마치 그런 절망과 무관하다는 듯 말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그것은 분명히 거짓말입니다. 아직 하나님 나라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로의 약속이 바로 4절입니다. 주님께서는 그을리고 뒤틀린 옛 질서를 결코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마음에 품으신 그날,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 그 모든 좌절의 공간과 시간이 사라져 버림을 계시록을 통해 우리에게 분명히 약속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4절의 선언은 5절을 통해 절정에 다다릅니다. 5절 말씀 다함께 읽겠습니다.

5 보좌에 앉으신 이가 이르시되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하시고 또 이르시되 이 말은 신실하고 참되니 기록하라 하시고 

사랑하는 여러분, 이 말씀은 요한계시록 전체의 핵심 주제이며 동시에 우리가 진정 기다려야할 미래의 소망입니다. 온 세계를 참으로 다스리시는 하나님께서 분명히 선언하십니다.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저는 이 말씀을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내가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관계와 구조를 리셋 하겠다. 재시작 하겠다.’

사람들은 모두 리셋버튼 없는 인생의 굴레 속을 힘겹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여러분 결코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비록 우리가 순간순간 자기 뜻대로 삶의 시간을 뒤바꿀 수는 우리에게 없지만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그 언젠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십니다. 이것은 단지 세상을 새로운 무언가로 대체하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 모든 우리의 힘겨운 여정을 마침내 끝내시고 하나님의 뜻이 완전히 이루어진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굳게 세워진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요한계시록을 읽으며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도착해야할 종착점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 위를 흔들거리며 살아갈 때, 모든 것을 취소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과 마주할 때, 결코 잊지 말아야할 주님의 신실한 계획입니다. 

우리는 요한계시록 21장에 눈부시게 묘사된 새 하늘과 새 땅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처음 하늘과 처음 땅 사이를 여전히 살아갑니다. 그리하여 반복된 실수를 계속하는 스스로를 하염없이 탓할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항상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주님께서 그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십니다. 그렇기에 과감히 실패하시길 바랍니다. 실수하고 좌절하는 자신을 지나치게 자책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후회와 불안 사이를 헤매다 오늘의 삶을 잃어버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과거의 나와 화해하며 미래의 나에게 손을 내미시기 바랍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온 우주를 지으신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다시 오십니다. 그리고 그 모든 눈물과 좌절마저 사용하시어 당신의 위대한 뜻을 전부 이루어 가십니다.

우리는 모두 때때로 삶의 리셋 버튼을 찾곤 합니다. 우리를 괴롭게 하는 순간들을 우리가 바라는 때에 삭제하고 다시 시작하길 원하곤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심지어는 실패한 인생 이라는 눈물겨운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주님의 펴신 팔 안에서 그 누구도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지 않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온 우주의 시작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놀라우신 주님의 뜻을 더욱 신뢰하며 주님께서 이루실 하나님 나라를 함께 넓혀가는 모두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기도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

지나온 후회의 시간들이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앞날에 대한 불안이 우리의 무릎을 주저앉힐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온 우주의 처음이며 마지막이신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모든 슬픔을 참으로 위로하시는 손길을 의지합니다. 마침내 이 땅에 이루실 주님 나라를 소망합니다. 그 놀라운 하나님의 계획에 함께 하며 세상을 새롭게 하는 일에 동참하는 우리 모두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봉헌기도 

처음이며 마지막이신 하나님

우리의 모든 눈물을 닦아주시며 새 날을 열어주시는 은혜를 높여 찬양하며 한 주간 구별한 예물을 드립니다. 주님의 나라를 완성하는 일에 소중히 사용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담 지체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건강히 하여 주시고 지치고 힘겨울 때마다, 후회와 불안으로 괴로울 때마다 주님께서 주시는 참된 위로와 희망으로 가득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보냄의 말씀

목사: 사랑하는 여러분 평안히 돌아가십시오. 복음의 말씀을 들었으니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십시오. 다시 오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시며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십니다.

회중: 아멘! “과거의 후회”에 “미래의 불안”으로 주님께서 주신 오늘을 올바로 살아가지 못했음을 뉘우칩니다. 처음이며 마지막이신 하나님의 창조와 다스림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주님! 생명의 물로 우리를 채워주시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