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3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12장 1~28절 “첫날을 기념하라” 찬송가 250, 251장
출애굽기는 1장부터 시작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노예의 아들로서 죽을 위기에 처했던 모세가 이집트 공주에게 극적으로 구해졌습니다. 이집트 왕실 교육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친어머니 요게벳 품에서 자라 자기 민족 정체성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야로 쫓겨나 비천한 목자로 지내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돌아가긴 했지만 오히려 거부를 당했고 마침내 아홉가지 재앙이 연달아 몰아치며 거대한 제국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출애굽기를 소재로한 영화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 마지막 열 번째 재앙과 홍해 사건, 만나와 메추라기 이적 등 화려하고 신비로운 구원 사건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 극적인 순간에 불쑥 출애굽기는 이야기의 흐름을 멈춥니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장르인 ‘율법’을 제시합니다. 현란한 장면에 주의를 뺏기기 전에 꼭 해야할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이 분명히 명심해야할 핵심을 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본문 2~3절 함께 읽겠습니다.
2 이 달을 너희에게 달의 시작 곧 해의 첫 달이 되게 하고 3 너희는 이스라엘 온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라 이 달 열흘에 너희 각자가 어린 양을 취할지니 각 가족대로 그 식구를 위하여 어린 양을 취하되
하나님은 먼저 ‘유월절’을 제정하십니다. 이스라엘이 열 번째 재앙, 즉 장자의 죽음을 피하고 이집트를 떠난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어린 양을 잡고 그 피를 집의 문 양쪽 기둥과 위쪽 가로대에 발라야합니다. 그렇게 하면 재앙이 그 피를 보고 지나갈 겁니다. 그렇게 ‘넘어 감’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이 날이 유대인 달력의 새해 첫 날입니다. 마침 다음 주에 설날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태양력을 기준으로 1월 1일을 한 해의 첫 날로 여깁니다. 혹은 음력 기준으로 첫 날을 설날로 기념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구원을 받은 그 날을 일년의 시작으로 여깁니다. 양력으로는 3~4월에 해당하는 때입니다. 이날로 시작하는 첫 달을 ‘아빕월’로 부릅니다. 이러한 달력을 통해 출애굽 사건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규정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 예수님으로 오신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대림절로 교회력을 시작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어디에 두는가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현실의 달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거기에 충실한 게 당연입니다. 동시에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의 중심에 하나님이 있음을 고백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하시고, 당신의 아들을 이땅에 보내시어 십자가와 부활로 구원을 완성하신 그 주님께서 우리의 시간을 신실하게 이끄심을 믿고 의지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유월절 규정을 그 한 날의 규칙으로만 그치지 않고 매년 기념해야할 율법으로 세우신 이유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26~27절 함께 읽겠습니다.
26 이 후에 너희의 자녀가 묻기를 이 예식이 무슨 뜻이냐 하거든 27 너희는 이르기를 이는 여호와의 유월절 제사라 여호와께서 애굽 사람에게 재앙을 내리실 때에 애굽에 있는 이스라엘 자손의 집을 넘으사 우리의 집을 구원하셨느니라 하라 하매 백성이 머리 숙여 경배하니라
모세는 훗날 있을 상황을 가정합니다. 시간이 흘러 유월절을 지킬 때 아들, 딸이 유월절을 지키는 이유를 묻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그 때 자연스럽게 첫 번째 유월절날 있었던 구원 사건을 자녀들에게 들려주라고 합니다. 이 역시 유월절을 새해 첫날로 지키는 이유와 같습니다. 영원히 반복하며 이어가야 할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그 은혜를 명심하는게 자녀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여기에 담긴 하나님 나라를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들려주어야 합니다. 복음만이 개인과 가족과 나라를 참으로 살리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주님의 구원을 새롭게 마음에 품고 삶의 여러 재난을 딛고 일어나 나아가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구원의 주 하나님.
유월절이 이스라엘 달력의 시작이듯이, 주님께서 저희를 죄악에서 구하신 사랑이 삶의 중심이 되길 소망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인생 여정을 이어가는 근본을 이루길 구합니다. 날마다 삶의 온갖 재난에서 구하시는 주님의 손길 아래 참된 자유를 누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사랑하는 자녀들이 복음 이야기를 감격으로 듣고 전하는 가정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