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2일 목요일

출애굽기 12장 1~28절 “첫날을 기념하라”

2026년 2월 13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12장 1~28절 “첫날을 기념하라” 찬송가 250, 251장

출애굽기는 1장부터 시작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노예의 아들로서 죽을 위기에 처했던 모세가 이집트 공주에게 극적으로 구해졌습니다. 이집트 왕실 교육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친어머니 요게벳 품에서 자라 자기 민족 정체성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야로 쫓겨나 비천한 목자로 지내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돌아가긴 했지만 오히려 거부를 당했고 마침내 아홉가지 재앙이 연달아 몰아치며 거대한 제국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출애굽기를 소재로한 영화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 마지막 열 번째 재앙과 홍해 사건, 만나와 메추라기 이적 등 화려하고 신비로운 구원 사건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 극적인 순간에 불쑥 출애굽기는 이야기의 흐름을 멈춥니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장르인 ‘율법’을 제시합니다. 현란한 장면에 주의를 뺏기기 전에 꼭 해야할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이 분명히 명심해야할 핵심을 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본문 2~3절 함께 읽겠습니다.

2 이 달을 너희에게 달의 시작 곧 해의 첫 달이 되게 하고 3 너희는 이스라엘 온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라 이 달 열흘에 너희 각자가 어린 양을 취할지니 각 가족대로 그 식구를 위하여 어린 양을 취하되

하나님은 먼저 ‘유월절’을 제정하십니다. 이스라엘이 열 번째 재앙, 즉 장자의 죽음을 피하고 이집트를 떠난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어린 양을 잡고 그 피를 집의 문 양쪽 기둥과 위쪽 가로대에 발라야합니다. 그렇게 하면 재앙이 그 피를 보고 지나갈 겁니다. 그렇게 ‘넘어 감’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이 날이 유대인 달력의 새해 첫 날입니다. 마침 다음 주에 설날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태양력을 기준으로 1월 1일을 한 해의 첫 날로 여깁니다. 혹은 음력 기준으로 첫 날을 설날로 기념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구원을 받은 그 날을 일년의 시작으로 여깁니다. 양력으로는 3~4월에 해당하는 때입니다. 이날로 시작하는 첫 달을 ‘아빕월’로 부릅니다. 이러한 달력을 통해 출애굽 사건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규정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 예수님으로 오신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대림절로 교회력을 시작합니다. 시간의 흐름을 어디에 두는가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현실의 달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거기에 충실한 게 당연입니다. 동시에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의 중심에 하나님이 있음을 고백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하시고, 당신의 아들을 이땅에 보내시어 십자가와 부활로 구원을 완성하신 그 주님께서 우리의 시간을 신실하게 이끄심을 믿고 의지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유월절 규정을 그 한 날의 규칙으로만 그치지 않고 매년 기념해야할 율법으로 세우신 이유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26~27절 함께 읽겠습니다.

26 이 후에 너희의 자녀가 묻기를 이 예식이 무슨 뜻이냐 하거든 27 너희는 이르기를 이는 여호와의 유월절 제사라 여호와께서 애굽 사람에게 재앙을 내리실 때에 애굽에 있는 이스라엘 자손의 집을 넘으사 우리의 집을 구원하셨느니라 하라 하매 백성이 머리 숙여 경배하니라

모세는 훗날 있을 상황을 가정합니다. 시간이 흘러 유월절을 지킬 때 아들, 딸이 유월절을 지키는 이유를 묻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그 때 자연스럽게 첫 번째 유월절날 있었던 구원 사건을 자녀들에게 들려주라고 합니다. 이 역시 유월절을 새해 첫날로 지키는 이유와 같습니다. 영원히 반복하며 이어가야 할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그 은혜를 명심하는게 자녀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여기에 담긴 하나님 나라를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들려주어야 합니다. 복음만이 개인과 가족과 나라를 참으로 살리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주님의 구원을 새롭게 마음에 품고 삶의 여러 재난을 딛고 일어나 나아가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구원의 주 하나님.
유월절이 이스라엘 달력의 시작이듯이, 주님께서 저희를 죄악에서 구하신 사랑이 삶의 중심이 되길 소망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인생 여정을 이어가는 근본을 이루길 구합니다. 날마다 삶의 온갖 재난에서 구하시는 주님의 손길 아래 참된 자유를 누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사랑하는 자녀들이 복음 이야기를 감격으로 듣고 전하는 가정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2026년 2월 10일 화요일

출애굽기 10장 “거짓을 가둔 어둠 그리고 빛”

2026년 2월 11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10장 “거짓을 가둔 어둠 그리고 빛” 찬송가 95, 96장

열 가지 재앙이 점점 무르익어 갑니다. 너무나 견고한, 도무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이집트 제국이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 나일강 물이 피로 변하고, 개구리가 온 땅을 덮고, 먼지가 이로 바뀌고, 파리가 들끓었습니다. 이어서 가축들이 심한 전염병으로 죽고, 사람들과 동물에 재가 들러붙어 악성 종기가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불과 함께 우박에 쏟아져 사람과 동물과 채소들을 덮였습니다. 

여기까지가 어제 읽은 9장까지 기록된 재앙들입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집트에 재앙을 내린 목적입니다. 단지 이집트의 왕과 백성들을 괴롭히고 겁주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화려한 문명과 삶을 떠받드는 이집트 우상들을 향한 심판입니다. 이집트 사람들이 위대하다고 높여 찬양하는 그들의 신이 얼마나 거짓된 존재인지를 폭로하는 재앙의 이유입니다. 

그 흐름 가운데 메뚜기가 온 땅을 덮었습니다. 이미 우박으로 이집트가 황폐해진 이후입니다. 햇빛을 가릴 정도로, 그 전에도 후에도 없었던 메뚜기 떼가 나타났습니다. 우박을 피해 겨우 살아남은 푸른 잎을 메뚜기가 갉아먹고 사라집니다. 커다란 재산 손해 뿐만 아니라 신의 확고한 저주를 드러내는 너무나 두려운 상황입니다. 파라오가 벌벌 떨며 모세와 아론을 급하게 불러 용서를 구할 정도입니다.

이제 다음 재앙으로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흐름을 보면 압도적으로 거대한 재난이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이집트 온 땅을 피로 물들이는 잔혹한 사건이 일어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아홉 번째 재앙은 얼핏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바로 ‘암흑’입니다. 21~23절 함께 읽겠습니다.

21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하늘을 향하여 네 손을 내밀어 애굽 땅 위에 흑암이 있게 하라 곧 더듬을 만한 흑암이리라 22 모세가 하늘을 향하여 손을 내밀매 캄캄한 흑암이 삼 일 동안 애굽 온 땅에 있어서 23 그 동안은 사람들이 서로 볼 수 없으며 자기 처소에서 일어나는 자가 없으되 온 이스라엘 자손들이 거주하는 곳에는 빛이 있었더라

이집트 온 땅이 어둠으로 가득해졌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집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오직 한 곳,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는 곳에만 영롱한 불빛으로 가득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재앙과 달리 아무도 다치거나 죽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기엔 별거 아닌 일로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 사람들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숨 막힐 것 같은 공포 그 자체입니다. 이집트가 섬기는 수많은 신 중에서 가장 위대한 신은 태양신 ‘라’(혹은 ‘레’)이기 때문입니다.

이집트 백성은 태양의 지배를 받는다는 자부심에 취해있었습니다. 그들을 다스리는 파라오는 태양신의 아들로서 절반은 신적인 존재로 추앙하였습니다. 그토록 찬란한 태양이 노예들이 섬기는 신 야훼에 의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집트의 태양신 보다 비교할 수 없이 전능한 존재임을 만천하에 드러내었습니다. 그 하나님은 다른 사람을 노예로 삼고 그들의 자녀들을 함부로 죽이는 이집트의 권력과 문화를 단호히 거부하고 벌을 내리십니다. 

지금 우리는 2026년 대한민국을 살아갑니다.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또 다른 태양신과 파라오가 존재합니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게 현혹하는 물질 문명, 영원할 것만 같은 견고한 기득권, 사람들의 무모한 열광 아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디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사람들 보기에 아무리 찬란해 보인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어둠으로 덮으십니다. 그 이면에 숨 쉬는 악한 폭력을 준엄하게 벌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참 빛이신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십자가와 부활로 온 우주를 향해 발하시는 진정 아름다운 광채를 소망해야 합니다. 그 빛이 오늘도 우리를 감싸안으실 줄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의 영광에 안겨 현란하게 번쩍이는 거짓을 물리치고, 어둠 속에 고요히 빛나는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참 빛이신 주 하나님
온 이집트가 어둠에 잠겼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자녀들이 사는 곳에만 밝게 빛났던 그 빛을 마음에 새깁니다. 태양신의 거짓 광채와 그 안에 벌어졌던 폭력을 벌하신 주님의 공의를 바라봅니다. 억울하게 흘린 눈물을 보시고 신음에 응답하며 행하신, 놀라운 구원을 사모합니다. 거짓으로 빛나는 어둠이 아닌,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어둠을 뚫고 다가온 빛으로 나아갑니다. 그 빛을 품고 전하며 살아가는 오늘 하루 보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참고 문헌: 조너선 색스 『랍비가 풀어내는 출애굽기』(고양: 한국기독교연구소, 2025), 105~06.


2026년 2월 9일 월요일

출애굽기 9장 “말씀을 두려워하여”

2026년 2월 10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9장 “말씀을 두려워하여” 찬송가 545, 546장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하시기 위한 재앙들이 그 땅에 쏟아져 내렸습니다. 시작은 나일강 물을 피로 바꾼 이적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개구리, 이, 파리 재앙이 이어졌음을 어제 읽은 8장이 알려줍니다. 파라오의 마법사들은 앞서 지팡이를 뱀으로 만들고, 강물을 피로 바꾸고, 개구리를 불러 모으며, 하나님의 권능을 흉내 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작은 벌레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결국 파라오 앞에서 주님의 능력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어지는 오늘 본문 말씀은 이어서 몰아닥친 재앙을 묘사합니다. 먼저 가축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집트 사람들이 키우는 말과 나귀와 낙타와 소와 양에게 심한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성경이 굳이 각 동물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의도는 분명합니다. 그 시대에 매우 중요한 목축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이적은 생활에 큰 불편함을 주는 것에 멈추었습니다. 이제는 직접 생명에 위협이 다가왔습니다.

또한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축과 이집트의 가축이 정확하게 구별됩니다. 이집트 사람들의 집에는 병으로 죽어가는 짐승의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이 키우는 동물들은 하나도 죽지 않았습니다. 파라오가 직접 사람을 보내 이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지금 재앙을 보내는 신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고, 그 주님이 반드시 당신의 백성을 구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스라엘 만의 하나님이 아닙니다. 온 우주를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주님은 재앙 가운데 이집트 사람들에게도 살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악성 종기 재앙에 이어 하나님은 우박을 예고하십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여사는 고센 땅에는 우박이 내리지 않습니다. 단지 심판만이 목적이라면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하지만 주님은 굳이 미리 경고하셔서 이집트 사람들에게도 배려하십니다. 19~21절 함께 읽겠습니다.

19 이제 사람을 보내어 네 가축과 네 들에 있는 것을 다 모으라 사람이나 짐승이나 무릇 들에 있어서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게는 우박이 그 위에 내리리니 그것들이 죽으리라 하셨다 하라 하시니라 20 바로의 신하 중에 여호와의 말씀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그 종들과 가축을 집으로 피하여 들였으나 21 여호와의 말씀을 마음에 두지 아니하는 사람은 그의 종들과 가축을 들에 그대로 두었더라

모세는 파라오 앞에서 분명히 말합니다. 내일 이맘 때, 커다란 우박이 쏟아질 겁니다. 맞으면 목숨을 잃는 무시무시한 우박입니다. 성경은 여기에 대한 두 가지 반응을 알려줍니다. 왕궁에서 모세의 경고를 들었던 파라오의 신하들은 “여호와의 말씀을 두려워하는 자들”과 “여호와의 말씀을 두지 아니하는 사람들”로 나뉩니다. 예고대로 종과 동물을 집 안으로 들인 사람들은 화를 면했습니다. 반면에 말씀을 무시하고 밖에 내버려두면 불덩이와 함께 쏟아지는 우박을 맞았습니다.

따라서 본문 말씀은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바로 주님의 말씀을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무시하는가? 입니다. 물론 오해하면 안 됩니다. 현실 속에서 우박 재앙과 같은 극적인 일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을 신실히 믿고 따라도 삶의 여러 재해를 겪기도 합니다. 신앙을 단순히 재난을 피하는 도구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주님의 말씀을, 말씀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과 그분의 복음을 온전히 경외하는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신실한 날개 아래 품어주실 줄 믿습니다. 때로 비바람을 맞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가혹한 시련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펼치시는 권능의 품 안에서 인생의 궁극적인 안전을 얻을 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구원을 완성하시는 역사의 마지막에 진정 생명과 승리를 거둘 줄 믿습니다. 그날을 향한 소망을 기대하며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축원합니다.

기도
말씀하시는 주 하나님
말씀을 경외하며 경고에 귀를 기울인 사람들에게는 생명이, 말씀을 마음에 두지 않고 무시한 사람들에게는 죽임이라는 매우 다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저희를 살리시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복음만이 거친 세상 속에 저희를 보호하는 진정한 피난처이심을 고백합니다. 재앙으로 가득한 현실 가운데 하나님께서 내미시는 살림의 손길을 붙잡고 일어나 나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출애굽기 8장 “하나님의 권능”

2026년 2월 9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8장 “하나님의 권능” 찬송가 67, 68장

출애굽기 7장은 열 가지 재앙의 시작을 보여줍니다. 이제 하나님은 더 이상 조용히 파라오를 지켜보고만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나일강물을 검붉은 피로 바꾸셨습니다. 나일강은 이집트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국에 번영을 안겨준 생명의 근원이 죽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자연이 변한 게 아닙니다. 나일강이 상징하는 이집트 종교의 허상이 드러나고 야훼 하나님의 권능이 솟아오른 사건입니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아론이 이집트의 물 위로 손을 뻗었습니다. 그러자 개구리가 올라와 이집트 제국 전역을 덮었습니다. 단순히 징그럽다거나 생활이 크게 불편한 정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집트에서 개구리는 다산의 축복을 상징하는 신성한 동물입니다. 나일강이 범람하면 수많은 개구리가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집트는 개구리 모양의 “헤케트”를 생명과 다산을 주관하는 여신으로 섬겼습니다. 하지만 야훼 하나님에 의해 개구리가 통제 불능의 거대한 혼란을 안겨주는 것을 목격하며 그들의 신앙이 거짓임을 깨달았습니다. 

다음으로 티끌이 이가 되었습니다. 아론이 지팡이를 들어 땅에 먼지를 치자 일어난 일입니다. 최근에 나온 새한글 성경은 여기서 ‘이’ 대신 ‘모기’로 번역하였습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이집트의 모든 티끌이 작은 벌레 떼로 변하여 이집트의 모든 사람과 동물을 몹시 괴롭혔습니다. 

이 세 번째 재앙의 특징을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확인할 게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보이신 이적을 이집트의 마술사들이 흉내 내었습니다. 지팡이를 던져 뱀으로 만들자 똑같이 따라 했습니다(출 7:11~12). 심지어 모세와 아론처럼 물을 피로 만들기도 하였습니다(출 7:22). 두 번째 재앙인 개구리를 불러 모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출 8:7)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습니다. 뭔가 다른 상황이 펼져 졌습니다. 출애굽기 8장 18~19절 함께 읽겠습니다.

18 요술사들도 자기 요술로 그같이 행하여 이를 생기게 하려 하였으나 못 하였고 이가 사람과 가축에게 생긴지라 19 요술사가 바로에게 말하되 이는 하나님의 권능이니이다 하였으나 바로의 마음이 완악하게 되어 그들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으니 여호와의 말씀과 같더라

이번에도 이집트 왕궁 소속 마술사들은 하나님의 권능을 흉내 내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태양과 나일강을 움직였던 그들이 정작 작은 벌레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젠 더 이상 자기들이 어찌할 수 없는 이적과 마주했습니다. 야훼 하나님의 완벽한 권능에 압도당하며, 파라오 앞에서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매우 놀라운 역설입니다. 주님은 지극히 작은 존재로 당신의 완전한 전능을 드러내시어 이집트의 거짓 능력을 폭로 하셨습니다. 

파라오의 마술사들 뿐만이 아닙니다. 오늘날도 세상은 하나님을 흉내 냅니다. 화려하고 강력한 무언가를 만들고 자랑하거나 위협합니다. 그러나 이 시대의 마법사들이 제 아무리 눈부신 영광을 자랑한다 한들 주님의 빛 앞에 금세 사라집니다. 그들이 어떻게든 기적을 꾸며낼지라도 하나님의 말씀 앞에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보이신 가장 온전한 능력을 바라고 의지하시길 바랍니다. 어리석은 인간의 욕망은 거대하고 찬란한 성과와 업적으로 자기를 드높이려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정반대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린 처절한 죽음과 희생으로 부활의 능력과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위대한 겸손으로 세상의 오만을 이기셨습니다. 오늘 하루도 예수님께서 보이신 하나님 나라 복음을 마음 깊이 품으시길 바랍니다. 나의 지극히 작음으로 주님의 진정한 크심을 깨달으며 재앙을 이겨내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전능하신 주 하나님
하나님의 권능이 지극히 작은 벌레를 통해 드러난 사건을 발견합니다. 거창한 이적을 흉내 낸 이집트의 마술사들이 정작 먼지를 이로 바꾸지 못한 모습에서 이 세상의 거짓을 확인합니다. 겸손히 낮아지는 가운데 비로소 다다르는 주님의 능력을 경험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화려한 욕망이 그려내는 허상을 물리치고 하나님께서 보이시는 참 구원의 길을 걷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참고문헌: 조너선 색스, 『랍비가 풀어내는 출애굽기』(고양: 한국기독교연구소, 2025) 80~85.

2026년 2월 6일 금요일

출애굽기 7장 “나일강의 출렁임”

2026년 2월 7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7장 “나일강의 출렁임” 찬송가 93, 94장

출애굽기 6장은 이집트를 벗어나는 위대한 여정을 하나님께서 직접 주도하신다는 위대한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세의 쓰라린 좌절을 함께 묘사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은 완고하게 닫혀 있습니다. 너무나 힘겨운 상황입니다. 모세는 자기 입이 둔하다며 거듭 한탄합니다. 단지 신체 일부의 약함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막중한 사명 앞에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처절하게 고백하는 장면 합니다.

하나님은 그런 모세를 일으켜 세워 본격적으로 출애굽 여정의 문을 여십니다. 당신의 권능을 펼쳐 보이셨습니다. 먼저 아론을 통해 지팡이를 뱀으로 변화시키는 이적을 일으켰습니다. 파라오의 마술사들 역시 지팡이로 뱀을 만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의 뱀들은 이스라엘의 뱀에 잡아 먹혔습니다. 파라오와 그의 신하들은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모세가 말하는 야훼 하나님이 마냥 무시할 존재가 아니라는 걸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얼마 되지 않아 온 이집트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일어납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십니다. 파라오가 나일강에 나타날 때 그에게 전할 말과 행동을 알려주십니다. 17~18절 함께 읽겠습니다.

17 여호와가 이같이 이르노니 네가 이로 말미암아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 볼지어다 내가 내 손의 지팡이로 나일 강을 치면 그것이 피로 변하고 18 나일 강의 고기가 죽고 그 물에서는 악취가 나리니 애굽 사람들이 그 강 물 마시기를 싫어하리라 하라

하나님은 모세가 파라오 앞에서 뱀으로 만들었던 그 지팡이를 들고 나일 강을 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나일강을 비롯해 다른 강과 운하와 모든 호수가 피로 바뀌었습니다. 단지 물이 피로 변했다는 신비로운 화학적 변화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먹을 물이 없어 괴로움에 빠진 것도 이 이적의 핵심이 아닙니다. 

이집트에서 나일강은 단순히 거대 자연이 아닙니다. 그 자체로 신성합니다. 이집트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찬란한 문명을 지탱하게 한 원천입니다. 그런데 그 나일강이 노예들의 신에 의해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들의 신이 무능함을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그토록 자랑했던 화려한 번영이 한순간에 허약함을 드러내었습니다. 이집트 제국의 근본을 뒤흔드는 경악스러운 사건입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내리치시는 열 가지 재앙이 시작되었습니다. 백성의 탄식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구원이 펼쳐졌습니다. 

이렇듯 주님께서 자녀들을 위해 내미시는 살림의 손길은 허공 위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그 시대 가장 강력한 힘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는 권력과 체계 속을 헤집고 들어오십니다. 사람들이 우러러보며 떠받드는 화려한 문명을 뒤집고 다가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 그러했습니다. 로마 제국의 반역범을 처형하는 틀이 부활의 통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하나님 나라 복음을 믿고 고백한다면, 오늘날 우리 앞의 이집트 제국을 분별해야 합니다. 이 시대의 파라오가 내세우는 나일 강이 무엇인지는 올바로 가늠해야 합니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내 마음을 거세게 움직이게 하는 탐욕의 실체를 가리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리게 하는 눈부신 무언가입니다. 어떤 누군가에게는 많은 돈이, 다른 누군가에는 드높은 명예가 그러합니다.

오늘 함께 읽은 말씀을 통해 분명히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나일강물을 피로 바꾸십니다. 과연 누가 참 하나님인지를 검붉은 피로 생생히 드러내 보이십니다. 우리의 시선을 십자가로 향하게 하십니다. 십자가를 향해 삶의 중심을 고정하며 제국의 풍요를 넘어 천국의 복음을 품고 살아가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나일강을 피로 바꾸신 하나님
기세등등한 파라오의 오만이 강물과 함께 무너져 내려가는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저희 삶의 참된 풍요는 나일강과 그 강을 다스린다고 외치는 우상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합니다. 파라오의 다스림이 아닌 주님의 통치를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통해 온전히 깨닫고 이루며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