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9일 목요일

사무엘상 20장 1~11절 "죽음과 가까운 이에게"

2023년 3월 7일, 포항제일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사무엘상 20장 1~11절 "죽음과 가까운 이에게"

1 다윗이 라마 나욧에서 도망하여 요나단에게 이르되 내가 무엇을 하였으며 내 죄악이 무엇이며 네 아버지 앞에서 내 죄가 무엇이기에 그가 내 생명을 찾느냐
2 요나단이 그에게 이르되 결단코 아니라 네가 죽지 아니하리라 내 아버지께서 크고 작은 일을 내게 알리지 아니하고는 행하지 아니하나니 내 아버지께서 어찌하여 이 일은 내게 숨기리요 그렇지 아니하니라
3 다윗이 또 맹세하여 이르되 내가 네게 은혜 받은 줄을 네 아버지께서 밝히 알고 스스로 이르기를 요나단이 슬퍼할까 두려운즉 그에게 이것을 알리지 아니하리라 함이니라 그러나 진실로 여호와의 살아 계심과 네 생명을 두고 맹세하노니 나와 죽음의 사이는 한 걸음 뿐이니라
4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네 마음의 소원이 무엇이든지 내가 너를 위하여 그것을 이루리라
5 다윗이 요나단에게 이르되 내일은 초하루인즉 내가 마땅히 왕을 모시고 앉아 식사를 하여야 할 것이나 나를 보내어 셋째 날 저녁까지 들에 숨게 하고
6 네 아버지께서 만일 나에 대하여 자세히 묻거든 그 때에 너는 말하기를 다윗이 자기 성읍 베들레헴으로 급히 가기를 내게 허락하라 간청하였사오니 이는 온 가족을 위하여 거기서 매년제를 드릴 때가 됨이니이다 하라
7 그의 말이 좋다 하면 네 종이 평안하려니와 그가 만일 노하면 나를 해하려고 결심한 줄을 알지니
8 그런즉 바라건대 네 종에게 인자하게 행하라 네가 네 종에게 여호와 앞에서 너와 맹약하게 하였음이니라 그러나 내게 죄악이 있으면 네가 친히 나를 죽이라 나를 네 아버지에게로 데려갈 이유가 무엇이냐 하니라
9 요나단이 이르되 이 일이 결코 네게 일어나지 아니하리라 내 아버지께서 너를 해치려 확실히 결심한 줄 알면 내가 네게 와서 그것을 네게 이르지 아니하겠느냐 하니
10 다윗이 요나단에게 이르되 네 아버지께서 혹 엄하게 네게 대답하면 누가 그것을 내게 알리겠느냐 하더라
11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오라 우리가 들로 가자 하고 두 사람이 들로 가니라


“나와 죽음의 사이는 한 걸음 뿐이니라”. 다윗이 말했습니다. 주님의 살아계심을 두고 한 맹세입니다. 게다가 사랑하는 친구, 요나단의 생명까지 걸었습니다. 한 사람이 내뱉을 수 있는 가장 비장한 신음입니다. 처참한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감히 다 헤아릴 수 없는 끝없는 절망을 발견합니다.

다윗은 비참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돌봄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무엘로부터 기름 부음 받았습니다. 골리앗을 이기는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온 백성으로부터 열광을 한 몸에 받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사울의 딸 미갈과 결혼하였습니다. 천대받던 목동이었던 그가 왕의 사위가 되었습니다. 극적인 신분상승입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성공입니다.

그러나 희열을 잠시뿐 입니다. 행복은 위태로웠습니다. 어느 순간 그를 쳐다보는 사울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습니다. 증오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사울은 다윗을 향해 단창을 던졌습니다. 그를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는 적개심을 드러내 보였습니다. 다윗은 황급히 도망쳤습니다. 첫 번째 은신처는 사무엘이 있는 라마 나욧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또 자연스럽습니다.

다윗은 그곳에서 약간의 희망을 품었을 것입니다. 사울이 사무엘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거라 기대했을 것입니다. 사무엘의 중재를 통해 사울이 화를 풀고 화해하길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다윗이 사무엘과 함께 있는 것을 뻔히 알고도 사울은 무려 세 차례나 군대를 보냈습니다. 심지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직접 말을 거세게 몰아 달려왔습니다.

그 말발굽 소리에 다윗의 마음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모든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자기가 이제 비참한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물론 사울의 계획이 하나님의 강력한 임재 가운데 무너져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위험이 남아있습니다. 다윗은 사무엘의 집에서 도망쳤습니다. 누군가를 향해 급히 달려갑니다. 바로 요나단입니다. 이어서 두 사람은 눈물겨운 대화를 나눕니다. 본문 1~2절을 새번역 성경으로 읽어드리겠습니다.

1 다윗이 라마의 나욧에서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온 다음에, 요나단에게 따져 물었다. "내가 무슨 못할 일을 하였느냐? 내가 무슨 몹쓸 일이라도 하였느냐? 내가 자네의 아버님께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아버님이 이토록 나의 목숨을 노리시느냐?" 2 요나단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자네를 죽이시다니,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걸세.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큰 일이든지 작은 일이든지, 나에게 알리지 않고서는 하시지를 않네.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이 일이라고 해서 나에게 숨기실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그럴 리가 없네.”

다윗은 자신의 억울함을 강변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따졌습니다. 사울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죽이려 할 정도로,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흐느끼며 물었습니다. 그러자 요나단이 다독입니다.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사울이 믿고 의지하는 장남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가장 든든한 참모입니다. 아버지가 설마 자기에게 말하지 않고 다윗을 해칠 이유가 없다고 설득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요나단의 말이 다윗에게 위로가 되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윗은 더 큰 절망을 느꼈습니다. 요나단은 상황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윗은 섬뜩한 현실을 그에게 알려줍니다. 요나단이 다윗을 너무나 아낀다는 사실을 사울이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윗 살해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 일 만큼은 아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리 알게 되면 요나단이 어떻게든 자기 뜻을 방해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울의 행동을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울이 왜 요나단에게 자기 뜻을 감추면서까지, 다윗을 죽이려 했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물론 가장 분명한 이유는 그의 권력욕입니다. 자신의 기득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명백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다윗을 향한 사울의 적개심 이면에는 아들을 향한 사랑이 있습니다.

왕조 국가에서 왕의 장남은 권력 계승 1순위입니다. 누가 봐도 요나단은 사울의 뒤를 이어 자연스럽게 왕위에 오를 사람입니다. 게다가 지도자로서 탁월한 성품과 실력도 두루 갖췄습니다. 그가 왕관을 머리 위에 쓴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조롱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연한 미래입니다.

그런데 사울의 눈앞에 엉뚱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비천한 목동 출신 다윗입니다. 그를 향해 백성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사울은 문득 깨달았습니다. 내 아들이 다윗에게 권력을 뺏길지도 모릅니다.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요나단이 다윗을 아끼고 신뢰합니다. 아버지의 명령까지 거부하며 그를 싸고 돌았습니다. 도무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결국 사울을 결단합니다. 아들 대신 자기 손에 피를 묻히기로 각오합니다. 백성들의 원성을 감수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마침내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사무엘과 그의 선지 생도들이 머무는 곳을 급습했습니다. 너무나 참담한 비극입니다. 그 시린 어둠을 뚫고 다윗이 달려와 요나단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나와 죽음의 사이는 한 걸음 뿐이니라”

그제야 비로소 요나단은 현실을 직면합니다. 다윗과 사울 사이에 있는 자신의 처지를 실감했습니다. 이때 그는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그에게 유리했을까요? 답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래 권력으로서, 위협이 될 다윗을 없애야 합니다. 심지어 그게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준 아버지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나단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을 죽이는 게 그에게 당장 이익일지는 모릅니다. 가정을 평화롭게 하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뜻은 아닙니다. 그 쓰디쓴 진리를 요나단은 집어삼켰습니다. 기꺼이 고단하고 불편한 삶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다윗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본문 4절, 함께 읽겠습니다. 

4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네 마음의 소원이 무엇이든지 내가 너를 위하여 그것을 이루리라

요나단은 다윗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는 바보가 아닙니다. 그 결정이 자신을 얼마나 위험에 빠뜨릴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부와 명예를 한순간에 잃을지도 모릅니다. 요나단은 왜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까요?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윗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호감 때문만이 아닙니다. 다윗을 기름 부으시고 택하신 하나님의 계획을 요나단이 신뢰한 까닭입니다.

그럼에도 다윗은 불안에 사로잡혔습니다. 두려움에 계속 몸을 떨었습니다. 이윽고 명민한 머리를 돌렸습니다. 사울의 정확한 뜻을 파악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요나단의 도움을 구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절망이 다윗을 엄습합니다. 결국 이렇게 요나단과 대화를 나눕니다. 8절 후반부와 9절 초반부를 새번역 성경으로 읽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무슨 허물이 있다면, 자네가 직접 나를 죽이게. 나를 자네의 아버님께로 데려갈 까닭이 없지 않은가?” 
요나단이 대답하였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걸세.”

본문에 기록된 요나단과 다윗 사이의 긴 대화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윗이 말합니다. “나와 죽음의 사이는 한 걸음 뿐이니라” 그러자 요나단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이렇게 단호하게 답합니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걸세”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도 죽음과 한 발짝 거리에 놓인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자칫 걸음을 잘못 디뎌 아득한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 같은 절망에 빠진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함께 읽은 본문 말씀을 통해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 주님의 무한하신 사랑이 인간의 그 어떤 시련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위대한 복음에 안기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이 시대의 요나단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어둡고 차디찬 죽음의 벽과 가까이에 있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들을 함부로 평가하고 비난하고 조롱하여 더욱 고통으로 밀어 넣지 말아야 합니다. 그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복음을 마음에 품고 다가가야 합니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에게 설 땅이 되어 주고, 무더위에 지친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며, 냉기로 움츠린 이들에게 따스한 햇볕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죽음의 질서를 물리치고 살림의 길을 여는, 이 시대의 요나단으로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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