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9일 목요일

사무엘상 20장 12~23절 “사랑으로 맹세하다”

2023년 3월 8일, 포항제일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사무엘상 20장 12~23절 “사랑으로 맹세하다”

12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증언하시거니와 내가 내일이나 모레 이맘때에 내 아버지를 살펴서 너 다윗에게 대한 의향이 선하면 내가 사람을 보내어 네게 알리지 않겠느냐
13 그러나 만일 내 아버지께서 너를 해치려 하는데도 내가 이 일을 네게 알려 주어 너를 보내어 평안히 가게 하지 아니하면 여호와께서 나 요나단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를 원하노라 여호와께서 내 아버지와 함께 하신 것 같이 너와 함께 하시기를 원하노니
14 너는 내가 사는 날 동안에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내게 베풀어서 나를 죽지 않게 할 뿐 아니라
15 여호와께서 너 다윗의 대적들을 지면에서 다 끊어 버리신 때에도 너는 네 인자함을 내 집에서 영원히 끊어 버리지 말라 하고
16 이에 요나단이 다윗의 집과 언약하기를 여호와께서는 다윗의 대적들을 치실지어다 하니라
17 다윗에 대한 요나단의 사랑이 그를 다시 맹세하게 하였으니 이는 자기 생명을 사랑함 같이 그를 사랑함이었더라
18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내일은 초하루인즉 네 자리가 비므로 네가 없음을 자세히 물으실 것이라
19 너는 사흘 동안 있다가 빨리 내려가서 그 일이 있던 날에 숨었던 곳에 이르러 에셀 바위 곁에 있으라
20 내가 과녁을 쏘려 함 같이 화살 셋을 그 바위 곁에 쏘고
21 아이를 보내어 가서 화살을 찾으라 하며 내가 짐짓 아이에게 이르기를 보라 화살이 네 이쪽에 있으니 가져오라 하거든 너는 돌아올지니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네가 평안 무사할 것이요
22 만일 아이에게 이르기를 보라 화살이 네 앞쪽에 있다 하거든 네 길을 가라 여호와께서 너를 보내셨음이니라
23 너와 내가 말한 일에 대하여는 여호와께서 너와 나 사이에 영원토록 계시느니라 하니라


오늘 함께 읽은 말씀은 앞 단락과 흐름이 이어집니다. 사무엘상 20장은 다윗과 요나단 사이의 격정적인 대화를 기록합니다. 두 사람의 처지는 정반대입니다. 다윗은 쫓기는 신세입니다. 목숨을 위협받았습니다. 그의 형편을 온 나라가 알고 있습니다. 다윗을 보호했다는 이유로 사울이 사무엘에게까지 군대를 보냈습니다. 하물며 평범한 사람들이 작은 호의라도 보였다가는 어떤 화를 입을지 모릅니다. 따라서 다윗은 철저한 고립되어 절망에 빠졌습니다.

반면에 요나단은 이스라엘 왕세자입니다. 권력 실세입니다. 아버지 사울에 이어 왕관을 머리에 쓸 사람입니다. 게다가 블레셋과 전투에서 부하 한 명만 데리고 무려 적군 20명을 무찔렀습니다. 왕으로서 훌륭한 자질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어리석은 명령으로 굶주린 군인들의 처지를 대변했습니다. 따뜻한 인격까지 두루 갖추었습니다. 많은 백성이 요나단에게 기대를 걸었을 것입니다. 궁궐 안에 여러 대신들 역시 그에게 잘 보이려 노력했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도 아쉬울 게 없습니다. 남부러울 것 없이 부와 권력을 가득히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다윗은 사무엘상 20장 1~11절에서 요나단의 호의를 간청합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권력자의 생각은 최고급 정보입니다. 사울이 정말 자기를 죽일 마음인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만약 왕의 살기가 진심이라면 부디, 앞서 맺은 약속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합니다.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어떤 허물이 빌미가 되어 자기가 죽게 된다면 차라리 요나단이 직접 처리해 달라고까지 당부합니다. 다윗의 처절한 무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의 절박함을 발견합니다. 요나단을 향한 그의 깊은 신뢰를 새삼 알게 됩니다.

그러자 요나단이 다윗을 안심시킵니다. 일단 다윗이 가장 궁금해하고 불안해하는 점을 정확히 다시 확인시킵니다. 그를 향한 아버지의 뜻을 분명히 확인해 보겠다고 알려줍니다. 요나단의 적극적인 경청입니다. 다윗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공포에 떨고 있는 그의 내면을 먼저 따뜻하게 보듬어 줍니다.

이것만으로도 요나단의 훌륭한 성품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어제 함께 나누었다시피, 요나단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게 현명해 보입니다. 다윗을 없애는 게 여러모로 요나단에게 유리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을 기꺼이 보호합니다. 아버지에 맞서면서까지 다윗의 편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본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요나단의 더욱 놀라운, 성숙한 인격을 알려줍니다. 본문 14~16절 다함께 읽겠습니다.

14 너는 내가 사는 날 동안에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내게 베풀어서 나를 죽지 않게 할 뿐 아니라 15 여호와께서 너 다윗의 대적들을 지면에서 다 끊어 버리신 때에도 너는 네 인자함을 내 집에서 영원히 끊어 버리지 말라 하고 16 이에 요나단이 다윗의 집과 언약하기를 여호와께서는 다윗의 대적들을 치실지어다 하니라

맥락을 덮어두고, 사람 이름을 지우고 이 세 절을 곱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새번역 성경으로 다시 읽어 드리겠습니다.

14 그 대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내가 주님의 인자하심을 누리며 살 수 있게 해주게. 내가 죽은 다음에라도, 15 주님께서 자네 다윗의 원수들을 이 세상에서 다 없애 버리시는 날에라도, 나의 집안과 의리를 끊지 말고 지켜 주게." 16 그런 다음에 요나단은 다윗의 집안과 언약을 맺고 말하였다. “주님께서 다윗의 원수들에게 보복하여 주시기를 바라네.”

놀랍게도 요나단이 다윗에게 부탁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 요나단과 다윗의 처지는 정반대입니다. 요나단은 부유한 왕세자이며 존경받는 장군입니다. 반면 다윗은 초라한 반역범이자 도망자입니다. 그런데 요나단은 마치 자기가 약자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다윗에게 주님의 인자하심을 누리게 해달라고 말합니다. 다윗이 아닌 요나단이, 도리어 그에게 ‘의리’를 지켜 달라고 간청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떻게 이런 놀라운 상황이 펼쳐졌을까요? 요나단이 눈부시게 찬란한 신앙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던 데로 살고 싶어 합니다. 특히나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고 있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생각하고 고민하기를 귀찮아 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달콤한 아부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싫은 소리하는 사람들을 배척합니다. 요나단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요나단은 내면에서 욕망을 타고 들려오는 소음과 주위 사람들의 공허한 칭찬을 물리쳤습니다. 대신, 하나님의 음성에 더 귀를 기울였습니다. 주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습니다. 철저히 자기를 비우고 낮춰야 가능한 일입니다. 날마다 진리를 통해 자신을 정확히 마주한 결과입니다. 그런 까닭에 요나단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휘감은 부와 권력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명확히 깨달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본질을 꿰뚫어 봤습니다. 다윗이 비록 지금 당장은 겁에 질린 눈길로 자기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주권 가운데 그가 결국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을 예견하였습니다.

이러한 요나단의 태도에 다윗은 분명 커다란 위로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척 놀라고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런 다윗을 향해 요나단은 자신의 결심을 거듭 다짐하며 약속합니다. 이 때, 그런 요나단을 묘사하는 성경의 기록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17절 다함께 읽겠습니다. 

17 다윗에 대한 요나단의 사랑이 그를 다시 맹세하게 하였으니 이는 자기 생명을 사랑함 같이 그를 사랑함이었더라

요나단의 도무지 이해 못할 행동과 태도를 성경은 간명하게 정리합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아하바>입니다. 사무엘상하에 총 여섯 번 나옵니다. 그중에서 무려 다섯 번이 요나단의 사랑을 가리킵니다. 사무엘상하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 중에 요나단이 가장 훌륭한 사랑을 보여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요나단을 통해 성경이 알려주는 사랑의 모범을 발견합니다. 진실로 닮아가야 할 사랑의 본질을 발견합니다. 요나단에게 사랑은 충동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맹목적인 집착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허락하신 지혜를 통한 가장 바람직한 결단입니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위대한 신앙이 맺은 아름다운 결실입니다. 사랑이 그로하여금 기꺼이 희생하게 했습니다. 사랑이 그를 움직여 섬김의 길을 걷게 했습니다. 사랑이 그를 뒤흔들었습니다. 아버지 사울처럼 탐욕에 눈먼 괴물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훌륭한 복음의 사람으로 일생을 살아가게 했습니다.

사랑하는 포항제일교회 성도 여러분 요나단과 같이 사랑을 품고 살아가시길 축복합니다. 날마다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사랑의 꽃을 피우며, 사랑의 열매를 맺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어 가시길 소망합니다. 사랑만이 이 냉혹한 세상을 이겨내는 힘이며, 사랑만이 어리석은 거짓에 속지 않게 나를 일깨우는 온전한 진리인 까닭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참 사랑을 전해주셨습니다. 그 사랑의 무게와 깊이를 십자가 위에서 보여주셨습니다.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사랑을 실천하고 전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그 부르심 가운데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 저마다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실 겁니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사랑의 향기를 더해가길 축복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소명을 충실히 감당하시길 바랍니다.

주님께서 그런 우리의 사랑 어린 발길을 분명 기뻐하실 줄 믿습니다. 비록 다윗 같은 화려한 영웅이 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요나단처럼 수많은 손해와 아픔을 겪는다 할지라도, 사랑을 이루는 우리의 걸음이 마침내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행진으로 완성된다는 소망을 품으시길 바랍니다. 저마다의 가슴 속에, 상처로 얼룩진 멍든 사랑의 흔적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눈부신 생명과 희망의 증거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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