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5일 목요일

예레미야애가 3장 55~66절 "깊고 깊은 구덩이에서"

2023년 6월 13일, 포항제일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예레미야애가 3장 55~66절 "깊고 깊은 구덩이에서"

55 여호와여 내가 심히 깊은 구덩이에서 주의 이름을 불렀나이다
56 주께서 이미 나의 음성을 들으셨사오니 이제 나의 탄식과 부르짖음에 주의 귀를 가리지 마옵소서
57 내가 주께 아뢴 날에 주께서 내게 가까이 하여 이르시되 두려워하지 말라 하셨나이다
58 주여 주께서 내 심령의 원통함을 풀어 주셨고 내 생명을 속량하셨나이다
59 여호와여 나의 억울함을 보셨사오니 나를 위하여 원통함을 풀어주옵소서
60 그들이 내게 보복하며 나를 모해함을 주께서 다 보셨나이다
61 여호와여 그들이 나를 비방하며 나를 모해하는 모든 것
62 곧 일어나 나를 치는 자들의 입술에서 나오는 것들과 종일 나를 모해하는 것들을 들으셨나이다
63 그들이 앉으나 서나 나를 조롱하여 노래하는 것을 주목하여 보옵소서
64 여호와여 주께서 그들의 손이 행한 대로 그들에게 보응하사
65 그들에게 거만한 마음을 주시고 그들에게 저주를 내리소서
66 주께서 진노로 그들을 뒤쫓으사 여호와의 하늘 아래에서 멸하소서


‘심히 깊은 구덩이’, 이 세 단어가 예언자가 처한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원문을 곧바로 옮기면 ‘가장 낮은 구덩이’입니다. 금방 연상하는 장면이 있으실 겁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시골 마을 우물에 빠져 울다가 어른들이 꺼내준 경험 혹은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책과 뉴스에서 구덩이가 끔찍한 사건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혹은 조직폭력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깊은 구덩이는 그 자체로 극심한 공포를 안겨줍니다. 깜깜한 암흑, 축축한 벽의 질감, 정체 모를 벌레가 윙윙거리며 내는 소리, 그 모든 게 심장을 조여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어떻게든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구덩이는 이 땅에서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공간인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어제 읽은 53, 54절은 예언자가 놓은 상황을 더욱 자세하게 묘사합니다. 대적자들이 그를 구덩이에 넣은 것으로 모자라서 돌을 던졌습니다. 여기서 돌이, 구약 원문에는 ‘단수’ 즉, 한 개로 적혀 있습니다. 아마도 구덩이에서 나올 수 없게 막아놓은 커다란 돌덩이로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 안에는 머리까지 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여호와여 내가 심히 깊은 구덩이에서 주의 이름을 불렀나이다”라는 본문의 첫 구절은 그 자체로 너무나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특별히, 예레미야애가 전체의 주제와 구조로 볼 때 더욱 강렬한 울림을 줍니다. 애가는 바벨론 침략에 의해 남유다가 겪은 참상을 다룹니다. 온 민족이 겪은 처참한 고난입니다. 

예레미야는 이러한 참상을 매우 정교한 운율에 따라 노래하였습니다. 전체 다섯 장 중에서 1, 2, 4, 5장은 히브리어 알파벳 숫자에 맞춰 모두 22절입니다. 그런데 가운데 있는 3장은 여기에 3을 곱한 66절입니다. 형식 자체가 예레미야애가 전체에서 3장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오늘 함께 읽은 본문은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단락입니다. 즉, 애가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본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갑자기 초점이 예언자 한 사람에게로 좁아집니다. 온 민족 누구나 예외 없는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비탄을 노래합니다. 그러다가 제일 결정적인 대목에서 ‘나의 아픔’을 토로합니다. 그런 다음에 다시 4장과 5장에서 예루살렘성을 비롯한 민족 전체로 시야가 확대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나님께서는 전체가 겪는 어려움 속에서 개개인을 주목하시기 때문입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개인’이라는 존재가 발견된 것은 근대 이후입니다. 옛사람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겪는 고난에 대해, 적어도 오늘날처럼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가령 외적의 침입으로 마을이 몰살된다면, 그곳에 사는 한 사람은 피할 수 없는 비극입니다. 모두가 겪은 슬픔을 두고, 그것도 왕족이나 귀족인 아닌 평범한 사람이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오래전 사람들에게는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언자는 남유다가 예루살렘 성전과 함께 파멸되는 고통을 노래 하는 와중에 자기가 빠졌던 깊은 구덩이를 이야기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주님께서는 지금 내가 신음하며 흘리는 눈물을 거대한 강물의 한 부분으로 여기지 않으십니다. 그 하나하나를 함께 아파하며 들어다보십니다. 예언자는 그 사랑을 신뢰했습니다. 그 가운데 자기 아픔에만 집착하지 않고 온 백성을 향한 주님의 뜻과 마음을 품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혹시 깊고 깊은 구덩이에 빠져 있지는 않으십니까? 예레미야처럼 매우 심각한 공포는 아닐 수 있습니다. 정말 문자 그대로 까마득한 어두운 구덩이 빠져, 물이 머리까지 차고 돌덩이가 머리 위로 막히는 경험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실 겁니다. 하지만 질병, 돈, 가족 간의 불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가운데 신음하며, 정말 죽을 것만 같은 순간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심히 깊은 구덩이에서 당신의 이름을 불렀던 한 사람에게 다가오신 하나님의 모습을 본문 말씀을 통해 분명히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본문 56~59절 다함께 읽겠습니다. 

56 주께서 이미 나의 음성을 들으셨사오니 이제 나의 탄식과 부르짖음에 주의 귀를 가리지 마옵소서 57 내가 주께 아뢴 날에 주께서 내게 가까이 하여 이르시되 두려워하지 말라 하셨나이다 58 주여 주께서 내 심령의 원통함을 풀어 주셨고 내 생명을 속량하셨나이다 59 여호와여 나의 억울함을 보셨사오니 나를 위하여 원통함을 풀어주옵소서

이 넉절 말씀을 새번역 성경으로 다시 읽어 드리겠습니다.

56 '살려 주십시오. 못들은 체 하지 마시고, 건져 주십시오' 하고 울부짖을 때에, 주님께서 내 간구를 들어 주셨습니다. 57 내가 주님께 부르짖을 때에, 주님께서 내게 가까이 오셔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하셨습니다. 58 주님, 주님께서 내 원한을 풀어 주시고, 내 목숨을 건져 주셨습니다. 59 주님, 주님께서 내가 당한 억울한 일을 보셨으니, 내게 바른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이 울부짖으며 간구하는 목소리를 들으십니다. 가까이 오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이 원초적인 복음을 신뢰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잘 알고 있습니다. 분명한 복음이지만 막상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우리는 구덩이 속을 지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고즈넉한 호숫가나, 푸르른 평야만을 지난다면 의심할 필요없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적어도 평평한 길만 무던히 걸어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깊고 깊은 수렁 속에 몰아놓고, 거기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나를 향해 ‘두려워 말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이 때로는 서운한 게 사실입니다. 솔직히 잔인하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복음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 당신이 어두운 수렁에 잠기셨습니다. 십자가는 높이 들린 구덩이입니다. 예수님은 죽임당하시어 암흑으로 가득한 동굴 무덤에 누으셨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부활은 지금도 저마다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든 사람을 향한 위대한 희망의 선언입니다. 

오늘 하루, 이 생명의 복음을 더욱 마음 깊이 붙잡으시길 바랍니다. 여전히 물이 목 위로 차오르는 순간을 지납니다. 그 섬뜩한 냉기가 온몸과 마음을 얼어붙게 합니다. 빛 한 줌 들어 오지 않는 깜깜한 암흑 속에서 무서움에 떨고는 합니다. 머리 위를 가로막은 육중한 돌덩이가 이제는 다 끝났다고,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변함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끝까지 신뢰하는 이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올곧게 따르는 이들에게 그 모든 흑암을 뛰어넘는 희망의 빛줄기가 가득히 비쳐옴을 믿습니다.

본문 55~57절을 새번역 성경으로 읽어드리고 마치겠습니다.

55 주님, 그 깊디 깊은 구덩이 밑바닥에서 주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56 '살려 주십시오. 못들은 체 하지 마시고, 건져 주십시오' 하고 울부짖을 때에, 주님께서 내 간구를 들어 주셨습니다. 57 내가 주님께 부르짖을 때에, 주님께서 내게 가까이 오셔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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