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7일 월요일

절묘한 하루, "타인의 삶"







무척 절묘하다.
영화 "타인의 삶"을 "씨네큐브"에서 보았다.
그때도 그랬고, 오늘(11/16)도 그렇다.

2007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느낀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 작품은 내가 되고자 하는 인격의 이상향을 제시해 주었다.
그윽한 인품과 예술혼으로 차디찬 누군가의 영혼을 녹이는 사람, 묵묵히 대가 없는 희생과 섬김으로 다른 이를 살리는 사람.
여전히 아득히 먼 꿈이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주저 없이 '인생 영화'로 이 작품을 꼽는 이유다.

시간이 흘러 이 영화가 뜻밖의 방식으로 내 인생에 개입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엉뚱하게도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시빗거리가 되었다.
애처로울 정도로 기형적인 사고 체계가 존재한다는 걸 실감했다.
결국 인생의 시간표가 뒤엉킨 채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마침내 장벽이 무너졌다.
삶은 다시 질서를 찾고 정돈되었다.
뜻깊은 이날 밤, 그때 그 영화관 "씨네큐브"에서 특별 상영을 했다.
너무나 절묘했다.
사뭇 다른 감정으로, 다채로운 감정이 켜켜이 쌓인 채로 스크린을 응시했다.
"타인의 삶"이 더욱 특별한 의미로 내게 '인생 영화'가 된 지나온 과정을 곱씹어 본다.
이 영화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다짐을 되새긴다.

서슬 퍼런 공기를 이겨내게 한, 내 생애 수많은 "드라이만"과 "HGW XX/7"에 이 기회를 빌려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한다.

덧. 첨부한 포스터는 영화 원제를 구글에 검색하면 상단에 나오는, 세계적인 영화 정보 데이터베이스인 IMDb에 업로드된 자료다.
작년 재개봉을 놓친 아쉬움에 리뷰를 쓰며 함께 첨부했다.
이번에 다시 확인하며 알게 되었다.
그날, 그가 심각한 얼굴로 내게 들이민 캡처는 영화의 주제를 명료하게 드러낸 전체 화면이 아닌, (매우 선정적이라는) 왼쪽 부분을 굳이 확대한 이미지였다.
그의 눅눅한 영혼이 새삼 몹시 안쓰럽다.
앞으로도 내 블로그를 뒤적거릴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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