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명 <밤의 양들> 간략 서평
과를 이룬 장르소설가의 빼어난 문장력과 탄탄한 구성으로 예수님의 마지막 일주일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를 했다.
예수님을 둘러싼 제자들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갈등 복음서 속 사건들에 덧입힌 신선한 상상력은 흡입력있게 나를 사로잡았다.
다만, 제자들에 대한 오해를 반영 한 것, 가령 베드로를 수제자로 여긴다거나 막달라 마리아를 '더러운 여자'로 대하는 내용에 아쉬움이 있었다. 조금 더 세심한 연구과 감수를 받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등장 인물 작명도 의아하다. 가령 허구의 인물 중 유대인의 이름이 '조나단'이다. 대부분 개역개정성경의 번역의 따랐기에 '요나단'으로 해도 될텐데 굳이 영어식이름으로 지은 이유가 납득하기 힘들다. 반대로 '여호와' 대신 '야훼' 혹은 '야웨'로 표기하는게 여러모로 타당한데 역시 관련해서 전문적인 감수를 받지 못한 듯해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흠결들이 책 전체의 수준을 크게 떨어뜨리진 않는다. 여러모로 추천할 만하다. 특히나 고난주간에 정독하면 매우 유익할 것 같다. 작가가 기독교 신앙을 적극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날들을 생생하게 상상하는데 무척 도움이 된다.
사실, 이 책은 한가한 연말에 집중해서 읽으려고 작년 하반기에 구입했다. 그러나 도무지 책을 손에 쥘수 없는 혹독한 시간들이 찾아왔고 갑작스럽게 임지를 옮기는 바람에 조금씩 읽느라 무려 다섯달이나 걸렸다.
집중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겨우 시간내어 당장 필요한 비문학서만 읽는 한계를 절감하며 흐름이 끊기는 것을 각오하며 매일 조금씩 소설을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일그러진 마태의 표정은 웃는 것 같기도 했고 우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왜 그를 이토록 따르는지 생각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스승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승은 수십 개의 얼굴을 지녔지만 어느 것도 그가 아니었고 그 모두이기도 했다. 세례요한 추종자들은 스승을 살아 돌아온 세례요한으로, 열심당원은 로마를 물리칠 반군 지도자로, 여자들은 자신을 돌보아줄 보호자로, 노인과 병자는 병을 고쳐줄 치유자로 받아들였다. 반면 스승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예외 없이 그를 적으로 여겼다. 젊었든 늙었든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그들은 스승을 경멸했고 증오했다.
마태는 그 많은 기대와 적의를 짊어지기에는 스승이 연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의 고결한 태도조차 위태로워 보였으며 강인한 행동 또한 불안정해 보였다. 때로 스승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바람과 기대에 휩싸여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아이패드 에어3 기준, 리디북스 어플 194~95쪽.
https://ridibooks.com/books/24160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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