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학교에서 흙 내음을 맡았다. 예수님은 유령이 아니다(마 14:26~27). 땅을 밟고 햇살을 받으며 살아가셨다. ‘살아감’, 예수님과 그분의 복음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이다. 1세기 서아시아와 로마의 시대상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 까닭에 『예수님이 살았던 세상』 출간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다루는 주제뿐만 아니라 책의 만듦새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들이 좋아했던 각종 ‘도감’과 비슷하다. 큼지막한 종이에 예수님 당시 시대상이 세련된 삽화와 편집으로 펼쳐져 있었다. 어린아이가 신비로운 눈길로 공룡과 중장비의 세계에 빠져들 듯, 나는 책장을 넘기며 예수님이 살았던 세상을 흥미롭게 들여다보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리’다. 성경 배경을 소개하는 학술서는 많다. 대부분 유익하지만, 방대한 양에 위축되거나 가독성이 떨어진다. 반면에 이 책은 복음서를 읽으며 자연히 궁금해지는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추렸다. “유대 민족”, “로마의 통치 체계”와 같은 거시적인 사회 체계뿐만 아니라 “식물”, “어업”, “농업”과 같은 생활상도 함께 소화한다. 결정적으로 “십자가 처형”과 “죽음과 매장”에 대해 매력적인 그림과 함께 설명하며, 예수님의 복음을 생생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책의 목적을 분명히 한다.
두 저자의 안내를 따라 매력적인 여행을 하며 소원이 생겼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 아들도 언젠가 이 흥미로운 여정에 함께 하길 바랐다. 문득, 책의 첫 장에서 저자가 아들들과 부모님께 바친 감사의 글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어린이 혹은 청소년 그리스도인들이 성경 속 세계에 호기심을 품고 보다 흥미롭게 ‘탐험’하길 바라는 의도가 뜨겁게 와 닿았다.
저자는 그런 바람을 책의 가장 마지막 문단에서 이렇게 애정을 담아 적는다.
“자, 그럼 이제 여러분이 직접 복음서를 읽어보세요!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들과 예수님이 하신 이야기들, 그리고 예수님이 언급하신 사물들에 대해 읽고 생각해 보세요. 꾸준히 읽으세요! 탐구를 계속하고, 배우기를 멈추지 마세요!”
정확히 내가 아들에게, 그리고 이제 막 신앙 여정에 발걸음을 내디딘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이 글을 쓰며 깨닫는다. 나는 이 책의 내용과 형식 못지않게 저술 태도에 크게 감동했다. 저자들과 같은 포근한 마음으로 예수님이 살았던 세상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복음 이야기를 증언하는 것이 목회자로서 가장 중요한 소명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언젠가 아들이 이 책을 펼쳐 들고 흥미롭게 이쪽저쪽을 들춰보았으면 좋겠다. 예수님을 유령으로 오해해 겁에 질려 허공에 손을 휘두르지 않길 바란다. 그 대신 주님의 손을 맞잡고 뜨거운 체온을 느끼며 함께 걸어가길 기대한다. 그렇게 복음을 품고 자기에게 주어진 세상을 생기있게 살아가길 축복한다. 아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다른 이들 역시 흙냄새를 맡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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