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7일 일요일

막 6:45~46 "시간을 정해 드리는 기도"

마가복음 6장 45~46절 "시간을 정해 드리는 기도"
2021년 3월 2일, 포항제일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45 예수께서 즉시 제자들을 재촉하사 자기가 무리를 보내는 동안에 배 타고 앞서 건너편 벳새다로 가게 하시고 46 무리를 작별하신 후에 기도하러 산으로 가시니라
아멘


오늘 함께 읽을 단련 교재의 제목은 “시간을 정해 드리는 기도”입니다. 누군가의 우선순위를 알려면 그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면 됩니다. 한 사람의 소유 중 가장 값진 것이 바로 시간입니다. 유한한 시간을 아낌없이 쏟는 곳에 그의 마음 또한 함께 합니다. 따라서 건강한 기도 습관을 들이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드리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물론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것은 이상적이고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기도 생활을 묵상해야 합니다.

본문 말씀은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의 맥락에 따르면 오병이어 이적 바로 뒤에 일어난 상황입니다. 예수님께서 그 시대 서민들의 도시락이었던 초라한 먹을거리를 손에 들고 감사기도를 하신 후 수많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것은 사복음서 모두에 기록된, 당시 이스라엘 온 땅을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이 때 예수님은 단지 그들의 주린 배만을 채우지 않았습니다. 로마 제국의 침략과 지배층의 부패로 고통당하던 내면의 절망과 공허 가운데 희망을 가득히 불어 넣어 주셨습니다. 요한복음의 경우 오병이어 사건을 묘사하며 사람들이 예수님을 왕으로 삼으려 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 바로 앞에 일어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많은 사람을 먹이신 사건은 단순히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절망이 일상이 된 폭력적인 사회에 등장한 영웅을 향한 군중의 열광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 가슴에는 격한 흥분이 밀어 닥쳤습니다. 오랫동안 쌓여왔던 백성들의 열망에 마침내 불을 지핀 순간이었습니다.

그 한복판에 예수님께서 계셨습니다. 말 한 마디, 손짓 하나에 수많은 열성 추종자를 모을 수 있는 극적인 순간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힘을 과시하는 세속적인 권력자들처럼 처신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대신 위대한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본문 말씀 다시 한 번 다같이 읽겠습니다.

45 예수께서 즉시 제자들을 재촉하사 자기가 무리를 보내는 동안에 배 타고 앞서 건너편 벳새다로 가게 하시고 46 무리를 작별하신 후에 기도하러 산으로 가시니라

우선 예수님은 곧바로 제자들을 재촉해서 배를 타고 먼저 호수 건너편으로 가게 하셨습니다. 주님은 오병이후 직후에 벌어진 상황에 가만히 머물러 계시지 않았습니다. 즉시 분위기를 바꾸셨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제자들이 얼마나 충동적이고 욕망에 충실한지 또한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들이 갈릴리 군중의 열기에 금세 휩쓸려 어떤 사고를 칠 지 역시 충분히 예상하셨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제자들을 사람들과 분리 시키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 본인이 단호하게 빈들에 모인 사람들과 헤어지셨습니다. 본문은 예수님의 같은 행동은 반복해서 연달아 기록합니다. 45절에 무리를 보내셨고, 46절에 무리를 작별하셨습니다. 특별히 46절의 경우 ‘건너편 벳새다로 가게 하시고’ 다음에 곧바로 ‘기도하러 산으로 사니라’라고 기록해도 흐름에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 사이에 ‘무리를 작별하신 후에’라는 내용을 다시 언급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만큼 이러한 예수님의 행동이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군중의 욕망을 부추기고 이용하는 선동가가 아니라 탐욕의 질서를 넘어 모든 사람들 구원하시는 메시아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어찌 보면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주님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행동해야 할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참 하나님이시면서 동시에 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너무나 위대하고 놀라운 신비입니다. 또한 무척 어렵고 난처한 모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 하나님이면서 참 인간’이라는, 지금의 기준으로는 너무나 단순하고 명쾌한 교리를 두고 수 백 년에 거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본문에서 예수님의 마음을 스쳐간 감정과 생각을 우리가 감히 다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있습니다. 사람들과 똑같이 배고픔과 피곤함을 겪으셨던 예수님, 심지어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 하나님을 향해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느냐고 울부짖으셨던 예수님에게도 군중의 뜨거운 환호는 쉽게 넘길 유혹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자신을 향해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단호한 표정으로 손짓하며 집으로 돌려보내는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갈릴리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벳새다 빈들에 서 계신 주님의 모습이 과연 어떠했겠습니까? 마치 로봇처럼 생기 없이 차갑고 메말랐겠습니까? 결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분명 그 내면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갈등과 회환으로 가득 찼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주님은 거듭 사람들을 돌려보내며 자신에게 주어진 부르심에 묵묵히 순종하며 나아갔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예수님의 다음 행동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46절 말씀 다시 한 번 다같이 읽겠습니다.

46 무리를 작별하신 후에 기도하러 산으로 가시니라

주님은 당신을 권력자로 세우려는 군중의 요구를 뿌리치고 그들로부터 벗어나 기도하러 산으로 가셨습니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만날 때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기도 가운데 진리에 잠길 때 세상의 거짓을 뿌리칠 수 있습니다. 기도하며 영원과 이어질 때, 순간의 어리석은 판단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기도의 습관을 이미 유지해 오셨습니다. 그 기도 가운데 회복을 경험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적인 시험 가운데 무엇보다 먼저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셨습니다. 그래야만 앞으로의 위기 역시 하나님의 뜻 가운데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몸소 본을 보이신 기도의 삶입니다. 그리고 또한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요구하시는 거룩한 습관입니다. 우리 역시 본문과 비슷한 시험과 끊임없이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의 인정보다 사람들의 인기에 목말라 합니다. 십자가의 고난보다 화려한 성공에 눈길을 뺏깁니다. 섬기고 낮아지기 보다는 누군가의 위에 올라 군림하기를 더 좋아합니다.

따라서 우리 역시 부단히 기도해야 합니다.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내어 드려야 합니다.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보다 기도여야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현실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많은 업무에 짓눌려 있고 육아를 비롯한 온갖 가정 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중에 기도 먼저 하라는 이야기는 철모르는 잔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 명심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기도 시간의 양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매일 한 시간 이상씩 반드시 기도해야 한다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5분 정도는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을 꾸준함입니다. 

정리하자면 무리해서 많은 시간 강박적으로 기도하느라 지치는 것보다 적은 시간이라도 지속적으로 기도해야합니다. 더욱더 노력해야 하는 것은 극심한 위기의 순간, 중요한 선택의 상황에 가장 먼저 기도의 자리를 찾는 삶의 태도와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예수님께서 마침내 십자가의 길을 마치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하나님 나라 복음을 완성하시고 온 세계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시간을 내어 드리는 기도의 소중함을 깨달아 아시길 바랍니다. 기도 가운데 욕망을 덜어내는 연습과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훈련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비록 그 과정이 고단하고 때때로 지치더라도 그 기도의 삶을 통해 우리가 참으로 새로워질 줄 믿습니다. 그리하여 참으로 건강하고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시며 주님의 뜻을 이루어 가는 모두가 되길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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