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9일 일요일

위기부천명(謂己不天命)

주나라 무왕이 상나라 주왕을 공격하며 명분으로 그의 죄악들을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으뜸가는 어진 이를 죽이며(剝喪元良, 박산원량),
간하고 보필해주는 신하를 해치고 학대하며(賊虐諫輔, 적학간보),
자기에게 천명이 있다고 하며(謂己有天命, 위기유천명),
경건함은 실천할 것이 못되다고 하며(謂敬不足行, 위경부족행),
제사는 이로울 것이 없다고 하며(謂祭無益, 위제무익),
난폭해도 해로울 것이 없다고 하니라(謂暴無傷, 위포무상)."
<書經> 泰誓 中

하나하나 곱씹어볼 게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 깊이 다가온 것은 "위기유천명"이다.
목회자들의 흔한 착각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목사들이 정신건강에 취약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일을 하므로 나는 전적으로 옳다는 생각은 너무나 위험하다.
그것은 곧 나에 대한 모든 비판과 도전을 악으로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핏대를 세우고 '이단' 혹은 '사탄'을 입에 올리는 이들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대신, 목회자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연약한 죄인으로서 자신이 끊임없이 "위기부천명"(謂己不天命)하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미치지 않을 수 있다.
그제야 비로소 나를 살리고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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