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오셨다.
한창 예민했던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지금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가뜩이나 위태롭던 일상이 그날, 산산이 부서졌다.
이후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반신불수의 어르신을 집에서 모셨다.
부모님께서 참 많이 고생하셨다.
또한 우리 남매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희생 역시 무척 혹독했다.
따라서 나에게 할머니의 상징성은 여느 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나의 내면 깊이 드리워진 그림자를 가리키는 존재다.
오늘(15일), 할머니를 납골당에 모시고 하관 예식을 집례했다.
목사가 된 후 부모님과 누나 앞에서 처음 하는 설교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내 인생의 가장 길고 어두웠던 한 막(幕)이 끝났다.
그렇게 할머니를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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