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8일 월요일

[영화 리뷰] "미스틱 리버"(Mystic River, 2003)






* 스포일러 포함

'권선징악'은 역사 이래 가장 열광하는 주제다.

가장 보편적이지만 제일 배신 당하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문학 혹은 영화에서 악인의 통쾌한 몰락을 기대한다.

이 영화는 그러한 사람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그런 까닭에 엔딩 크레딧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한다.

그 어떤 영화도 주지 못한 불쾌함과 분노를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 인정하게 된다.

감독의 용기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왜 거장인지를, 이 영화가 왜 그의 단연 대표작인지를 인정하게 된다.

그는 사람들이 환호를 자아내는 결말로 향하는 유혹을 거부한다.

대신 단호히 서늘한 현실을 비춰준다.

너무나 비참했고 끝내 비굴했던 데이브의 죽음을 보여준다.

몹시 악랄했고 끝까지 이기적인 지미의 미소를 보여준다.

역설적으로 이 걸작은 내게 호소한다.

데이브를 잊지 말아 달라고, 그가 겪은 비극을 기억해 달라고, 함께 아파해 달라고.

역사 속 수많은 데이브들이 떠오른다.

근래 내 마음을 수없이 소용돌이치게 하는 '선감 학원', '형제 복지원' 희생자들이 대표적이다.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길은 여전히 멀다. 이제 겨우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이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론 나 역시 지미 같은 악인이 되기도 한다.

다만, 계속, 함께 아파하길 다짐한다.

여전히 어둡고 어두운 비극을 이겨내고 있는 수많은 데이브들의 편에 서길 소망한다.

이렇듯 이 영화는 너무나 불쾌하고 아프기에 진정 걸작 반열에 올랐다.

영화 혹은 예술의 지평을 성큼 넓혔다.

오랫동안 먹먹한 마음으로 기억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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