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눌한 이들을 위한 설교학
정대진
몸 글(1) - 설교 본문 선택
본격적인 설교 준비는 본문 선택에서 시작합니다. 설교자들 대부분 여기서부터 고민합니다. 때문에 설교학 수업이나 설교학 교과서 모두 다양한 설교 본문 선택 방법을 제시합니다. 교회력에 따른 성서 정과, 성경을 순서대로 강해, 주제에 따른 시리즈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각각 성향과 교회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특히나 교육전도사 사역 중인 신대원생들을 비롯해 설교자로서 첫걸음을 뗀 이들에게 권합니다. ‘주어진 설교 본문’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취향과 자기 세계가 있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더 관심을 두는 영역이 있고, 더욱 마음이 가는 본문이 있습니다. 이 자체는 자연스럽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자기 색깔을 강화해 나만의 설교 체계를 만드는 것도 어떤 면에서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지역 교회 설교자는 ‘보편 공동체’를 섬기는 사람입니다. 설교단 위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설교의 지평을 넓히고자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걸 위해 설교 본문을 자기 입맛대로 고르기보다는 체계적이고 균형 있고 폭넓게 구성된 틀을 따르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대표적인 도구가 바로 ‘성서 정과’(lectionary)입니다. 교회력에 따라 3년 주기로 돌아가는 성경 본문입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에서 ‘예수님의 승천 후 성령강림’ 기념하는 성령강림절과 이후 비절기기간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복음을 일관된 흐름을 따라 더듬어 갈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실천신학연구소에서 매년 발간하는 “예배와 강단”이 여기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홈페이지도 강력히 추천합니다(링크: https://lectionary.library.vanderbilt.edu/).
저는 교육전도사 시절 대구성서아카데미 정용섭 목사님을 통해 성서정과를 접했습니다. 이후 교육부 설교 본문을 성서정과를 따라 했습니다. 거의 매주 낯설고 어려운 본문과 마주했습니다. 이를 묵상하고 해석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설교 원고를 작성하는 게 무척 힘겨운 숙제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하고 분투한 시간을 통해 많은 성장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렇게 작성한 원고들은 시간이 흘러 전임전도사와 부목사 시절 설교 원고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설교 본문을 자기 취향이 아닌 ‘주어진 본문’으로 하길 거듭 권합니다. 물론 때에 따라, 목회 현장에 맞게 설교자의 강점을 드러내는 본문을 설교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계속 설교하게 되면 결국 한계에 빠집니다. 설교자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도 더 넓은 시야로 설교할 수 있는 본문 선택 체계를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꼭 성서정과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성경별로 전체를 읽는 강해 설교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 밖의 여러 공교회적인 설교 본문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설교가 설교자 개인에 갇히지 않도록 보편적인 세계와 맞닿는 노력입니다. ‘낯선 하나님’과 마주하는 노력이 신학의 성장을 가져오듯이, ‘낯선 본문’과 씨름하는 몸부림이 설교의 성숙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분투하며 생긴 근육들이 설교자로서 진정한 내공을 쌓고 자존감을 높이게 합니다. 물론 어려운 길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애씀과 수고가 아름다운 말씀의 결실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그런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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