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8일, 목, 삼덕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예레미야 26장 16~24절 "진리 앞에 겸손히"
16 고관들과 모든 백성이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에게 이르되 이 사람이 우리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말하였으니 죽일 만한 이유가 없느니라
17 그러자 그 지방의 장로 중 몇 사람이 일어나 백성의 온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18 유다의 왕 히스기야 시대에 모레셋 사람 미가가 유다의 모든 백성에게 예언하여 이르되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느니라 시온은 밭 같이 경작지가 될 것이며 예루살렘은 돌 무더기가 되며 이 성전의 산은 산당의 숲과 같이 되리라 하였으나
19 유다의 왕 히스기야와 모든 유다가 그를 죽였느냐 히스기야가 여호와를 두려워하여 여호와께 간구하매 여호와께서 그들에게 선언한 재앙에 대하여 뜻을 돌이키지 아니하셨느냐 우리가 이같이 하면 우리의 생명을 스스로 심히 해롭게 하는 것이니라
20 또 여호와의 이름으로 예언한 사람이 있었는데 곧 기럇여아림 스마야의 아들 우리야라 그가 예레미야의 모든 말과 같이 이 성과 이 땅에 경고하여 예언하매
21 여호야김 왕과 그의 모든 용사와 모든 고관이 그의 말을 듣고서 왕이 그를 죽이려 하매 우리야가 그 말을 듣고 두려워 애굽으로 도망하여 간지라
22 여호야김 왕이 사람을 애굽으로 보내되 곧 악볼의 아들 엘라단과 몇 사람을 함께 애굽으로 보냈더니
23 그들이 우리야를 애굽에서 연행하여 여호야김 왕에게로 그를 데려오매 왕이 칼로 그를 죽이고 그의 시체를 평민의 묘지에 던지게 하니라
24 사반의 아들 아히감의 손이 예레미야를 도와 주어 그를 백성의 손에 내어 주지 아니하여 죽이지 못하게 하니라
오늘 함께 읽은 본문 말씀은 25장 앞부분에 기록된 예레미야의 예언과 연결됩니다. 그는 당시 바벨론에 의해 유다가 패배하여 모든 땅이 폐허가 될 뿐만 아니라 기나긴 포로생활을 하게 되리라고 거침없이, 지속적으로 외쳤습니다.
70년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북이스라엘에 이어 남유다마저도 정치, 종교적으로 완전히 패망할거라는 그의 선언은 몹시도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또한 그것을 알려준 예레미야는 도무지 공존할 수 없는 불온한 민족반역자였습니다. 따라서 분노한 백성들이 그를 죽이기 위해 여론 재판을 형성하는 모습이 어제 읽은 26장 1~15절의 내용입니다.
사실 누군들 그러지 않겠습니까? 잘 될 거라는,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듣고 싶은 말만 계속 듣고 싶어 하는 게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욕망입니다. 우리 역시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문을 읽으며 사건의 피해자인 예레미야뿐만 아니라 가해자인 당시 백성들의 입장역시 차분히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복음을 짓밟고 이용하지 않고 그 앞에 엎드려 경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함께 읽은 16절 이하의 말씀은 모든 백성들이 예레미야를 죽이려 한 것이 아니라 그를 적극적으로 변호했던 사람들도 존재했음을 알려줍니다. 바로 ‘고관’, 즉 일부 정치지도자과 지방의 어른들입니다. 그들은 일촉즉발의 위기 가운데 예레미야를 지키기 위해 한 개의 역사와 최근 사건을 꺼냈습니다.
하나는 약 백여 년 전, 유다 왕 히스기야 시대에 있었던 일입니다. 예언자 미가가 유다의 모든 백성에게 만군의 주님께서 주신 말씀을 전했습니다. 18절에서 이를 두고 ‘예언’으로 옮긴 히브리어는 수동분사형, 즉 과거진행형입니다. 따라서 본문에 기록된 미가의 외침은 한 번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시온은 밭 같이 경작지가 될 것이며 예루살렘은 돌 무더기가 되며 이 성전의 산은 산당의 숲과 같이 되리라”는 패배 선언입니다. 지금 예레미야가 외친 말과 그리 다를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예레미야의 변호인들이 곧바로 이렇게 돼 물었습니다. “유다 왕 히스기야와 모든 유다가 그를 죽였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히스기야는 미가를 통해 들려진 하나님 말씀의 의도와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예언에 담긴 주님의 뜻은 문자 그대로 예루살렘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말미암아 돌이켜 회개하는 것임을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히스기야는 미가를 살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주님을 두려워하며 간구하여 재앙을 피하였습니다.
한편, 20절 이하의 말씀에 따르면 예레미야와 동시대를 살았던 예언자 우리야는 미가와 마찬가지로 예루살렘과 유다를 향해 경고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정반대의 처참한 상황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는 여호야김 왕과 그의 군 지휘관들과 고위 관료들이 자신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을 알고 이집트로 망명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호야김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집요한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는 공작원들을 보내 이집트에서 우리야를 연행해 올 뿐만 아니라 처형시켜 평민의 묘지에 던져 그의 시체마저도 모욕을 당하게 하였습니다. 이것은 우리야를 통해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이 얼마나 그에게 충격과 모욕으로 다가왔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렇듯 예레미야 곁에 있던 지방 장로들은 동일한 예언을 두고 백 년 사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 두 왕, 히스기야와 여호야김을 극명한 게 대조시킵니다. 그들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여호야김의 어리석은 길을 따르지 말고 히스기야의 현명한 선택을 본받아 더 이상 죄 없는 예언자의 피를 흘리지 말고 예레미야가 전한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자는 절박한 촉구입니다.
오늘 우리 앞에도 이와 같은 엄중한 선택이 놓여있습니다. 어쩌면 스스로를 예레미야 혹은 히스기야로 여기기 쉽습니다. 설마 내가 여호야김처럼 복음을 향해 날선 칼을 겨누는 사람은 아닐 거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예레미야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끝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은 불신자들이 아닙니다. 그 누구보다 하나님을 열심히 섬기고 그분을 잘 안다고 자신했던 사람들입니다.
본문 16절 제가 다시 읽어드리겠습니다.
16 고관들과 모든 백성이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에게 이르되 이 사람이 우리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말하였으니 죽일 만한 이유가 없느니라
이 구절은 실존하는 권력자인 여호야김에 맞서, 위험을 무릅쓰고 예레미야를 변호한 고관과 백성들과는 달리 그의 살해를 주도한 세력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바로 ‘제사장들과 선지자들’, 즉 유다의 신앙지도자들입니다. 제사장들은 잘 알다시피 최고의 종교엘리트로서 율법에 정통한 학자들입니다. 또한 여기서 가리키는 거짓 선지자들은 화려한 언변과 쇼맨십으로 마치 자신이 하나님을 쥐락펴락 하는 것처럼 자랑했던 선동가들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하나님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백성들의 신앙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종교 권력자들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마음을 잠잠히 헤아리기 보다는 말씀을 이용해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것에 익숙해진 그들은 정작 예레미야를 통해 참된 진리와 마주하자 거침없이 살기를 들어내었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신앙의 타락입니다.
이처럼 변질된 진리가 우리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늘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특히나 몇 대에 걸친 오랜 신앙 역사를 가질수록, 누구보다 많이 기도하고 성경 읽고 봉사할수록, 교회 안에서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더 겸손히 말씀 앞에 낮아져야 합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전능하신 만유의 하나님의 깊고도 넓은 뜻을 연약한 인간이 감히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성경을 열심히 연구하고 신앙 체험을 해봤자 그저 진리의 희미한 윤곽을 더듬고 파편을 줍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협소한 지식과 경험을 자랑하는 것은 스스로를 파멸에 몰아넣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것은 결국 오늘 본문 속 여호야김과 마찬가지로 도리어 하나님의 참된 뜻을 배척하여 마침내 심판을 받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우리는 목숨을 걸고 예레미야를 변호했던 사람들과 히스기야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항상 낮은 마음으로 진리 앞에 자신을 개방해야 합니다. 낯선 하나님을 맞이할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불편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여러분 모두의 결단을 하나님께서 분명히 기뻐 받으시며 히스기야처럼, 그 이름을 영원히 아름답게 기억하실 줄 믿습니다.
그리하여 복음을 업신여기고 대적하는 삶이 아닌 진리 앞에 겸손히 나아가 말씀의 참된 증인으로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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