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예레미야 25장 15~29절 "심판의 역설과 은혜"

2018년 10월 15일, 월, 삼덕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정대진 목사
예레미야 25장 15~29절 "심판의 역설과 은혜"

15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내 손에서 이 진노의 술잔을 받아가지고 내가 너를 보내는 바 그 모든 나라로 하여금 마시게 하라

16 그들이 마시고 비틀거리며 미친 듯이 행동하리니 이는 내가 그들 중에 칼을 보냈기 때문이니라 하시기로
17 내가 여호와의 손에서 그 잔을 받아서 여호와께서 나를 보내신 바 그 모든 나라로 마시게 하되
18 예루살렘과 유다 성읍들과 그 왕들과 그 고관들로 마시게 하였더니 그들이 멸망과 놀램과 비웃음과 저주를 당함이 오늘과 같으니라
19 또 애굽의 왕 바로와 그의 신하들과 그의 고관들과 그의 모든 백성과
20 모든 섞여 사는 민족들과 우스 땅의 모든 왕과 블레셋 사람의 땅 모든 왕과 아스글론과 가사와 에그론과 아스돗의 나머지 사람들과
21 에돔과 모압과 암몬 자손과
22 두로의 모든 왕과 시돈의 모든 왕과 바다 건너쪽 섬의 왕들과
23 드단과 데마와 부스와 살쩍을 깎은 모든 자와
24 아라비아의 모든 왕과 광야에서 섞여 사는 민족들의 모든 왕과
25 시므리의 모든 왕과 엘람의 모든 왕과 메대의 모든 왕과
26 북쪽 원근의 모든 왕과 지면에 있는 세상의 모든 나라로 마시게 하니라 세삭 왕은 그 후에 마시리라
27 너는 그들에게 이르기를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내가 너희 가운데 보내는 칼 앞에서 마시며 취하여 토하고 엎드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라 하셨느니라
28 그들이 만일 네 손에서 잔을 받아 마시기를 거절하거든 너는 그들에게 이르기를 만군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반드시 마셔야 하리라
29 보라 내가 내 이름으로 일컬음을 받는 성에서부터 재앙 내리기를 시작하였은즉 너희가 어찌 능히 형벌을 면할 수 있느냐 면하지 못하리니 이는 내가 칼을 불러 세상의 모든 주민을 칠 것임이라 하셨다 하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지금 우리는 매일성경 읽기표에 따라 예레미야서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제 새벽 설교는 우리나라의 예레미야 연구에 상당한 권위를 가지신 장신대 박동현 은퇴교수님의 주석을 많이 참고했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오늘 함께 읽은 본문 말씀은 온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엄중한 심판 선언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5절에 보면 주님께서는 예언자 예레미야에게 진노의 술잔을 받아 모든 나라가 마시게 하라고 명령합니다. 그 결과는 16절에 기록된 바와 같이 그들이 “비틀거리며 미친 듯이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 때, ‘비틀거리다’에 해당되는 원문은 ‘떠들썩하게 토하다’로 옮기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처럼 모든 나라가 보이는 번잡한 행동들의 이유는 주님께서 온 세계에 칼을 보내셨기 때문입니다. 즉, 전쟁이 벌어진 위기 상황 가운데서 몹시 당황하며 자포자기하여 멸망으로 치닫는 나라들의 모습을 술 취한 사람의 모습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달리 말씀드리면, 주님께 벌 받을 민족들은 적군이 밀어닥친 위태로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능력을 앓게 되리라는 엄중한 경고입니다.

17절은 그러한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예언자의 순종을 보여줍니다. 이어지는 18~26절은 그렇게 예언자가 주님의 진노의 잔을 전할 나라들의 목록,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민족들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6절에 심판의 대상이 “지면에 있는 세상의 모든 나라”라고 언급되기 때문에 여기에 기록된 목록들은 상징적으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즉, 핵심은 열방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이고 그 뜻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여러 나라들의 이름을 언급할 뿐이지 여기에 등장하는 민족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주목해야 할 것은 처음과 마지막입니다. 우선 18절을 보시면 하나님께서 분노하시는 심판의 대상으로 가장 먼저 “예루살렘과 유다 성읍들”이 언급됩니다. 뿐만 아니라 “멸망과 놀램과 비웃음과 저주”라는, 그들이 당할 고난이 구체적으로 나열되며 심판을 향한 주님의 단호한 의지를 보입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들 역시 분명히 진노의 대상이 된다는 것, 더 나아가 가장 엄중한 책임을 요구 받는 다는 사실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참된 이스라엘로 부름 받은 우리 모두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안겨 줍니다. 

복음은 죄의 억압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줍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참 기쁨과 소망을 안겨줍니다. 또한 동시에 복음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고 전할 책임을 짊어지게 합니다. 물론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넘어지고 실수합니다. 만유의 주님께서 그 모든 연약함을 충분히 이해하십니다. 그렇지만 주님의 마음에 전혀 귀 기울이려 하지 않고 멸시로 일관할 때, 매서운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또한 본문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은 심판 목록에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나라 ‘세삭’입니다. ‘세삭’이라는 이름의 나라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성경 속 다른 책에서도 아마 못 들어 보셨을 겁니다. 성경에서 오직 예레미야에만, 그것도 본문을 포함해 단 두 번만 등장하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나라는 과연 어디를 가리킬까요?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바벨론입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이라 최대한 쉽게 설명 드려보겠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히브리어 알파벳 순서를 활용한 언어, 숫자유희를 무척 즐겼습니다. 일명 ‘게마트리아’라고 하는데, 성경 곳곳에서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본분의 경우 <바벨>을 뜻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세 개의 자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 앞의 두 개는 같은 자음으로서, 전체 스물 두 개의 히브리어 알파벳 중 두 번째 글자이고 세 번째 자음은 열두 번째 글자입니다. 즉, 바벨의 게마트리아는 둘, 둘, 열둘입니다. 그런데 히브리어 알파벳 순서를 뒤집어서, 끝에서부터 두 번째, 두 번째, 열두 번째 자음을 모아 세 글자를 만들면 히브리어 발음으로는 <쉐샼>이고 이것을 순화해서 발음 한 것이 본문 26절에 있는 ‘세삭’입니다. 

결론적으로 ‘세삭’은 바벨론을 뜻하는 암호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 달리 유일하게 심판이 ‘미래형’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바벨론은 모든 나라들 중 가장 마지막에 분명히 심판 받을 것인데 이것은 비밀스럽게 감추어야 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직 바벨론 제국이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이라크 지역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바빌로니아는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제국 중 하나였습니다. 따라서 예레미야 혹은 예레미야서를 정리하는 후대 사람들이 바벨론의 심판을 직접적으로 거론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천만한 일이었기 때문에 자신들끼리 친숙한 방식으로 암호를 만들어 바벨론을 마침내 무너뜨리실 하나님의 뜻을 전했습니다. 


동시에 이것은 그들의 위대한 신앙고백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씀드린 유다를 향한 심판의 도구로 사용된 것이 바로 바벨론이기 때문입니다. 예레미야는 동족인 북이스라엘이 아시리아에 의해 멸망당한 후 중동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바벨론의 위협에 빠진 남유다를 배경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예언자입니다. 백성들은 그의 입술을 통해 전해진 하나님의 말씀을 끝내 거부했고 마침내 처참한 패배를 경험하였습니다.

이후 바벨론은 더욱 승승장구 했고 그들의 힘과 권력은 마치 영원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바벨론 역시 만유의 하나님이 펼치는 준엄한 심판에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결과 유다 사람들은 포로 생활에서 벗어나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며 새로운 구원의 역사를 열어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본문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심판이 가지는 놀라운 은총의 역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공의는 살아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명백한 불의에 절대로 눈감지 않으시고 당신의 때에 당신의 방법으로 단호하게 진노의 잔을 부으시는 분입니다. 그러한 주님의 칼 앞에 늘 겸손히 스스로를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결코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심판 역시도 그 분의 사랑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진노는 그분의 뜨거운 사랑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하나님은 절대로 우리를 영원히 내버리는 분이 아니십니다. 가장 먼저 심판 목록에 올라 결국 힘겨운 시련을 겪었지만 마침내 바벨론을 향한 심판으로 다시금 위대한 회복을 경험한 이스라엘처럼, 참혹한 십자가를 지나 찾아온 부활의 영광처럼, 우리 역시도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구원의 역사를 경험하게 될 줄을 반드시 믿으시길 바랍니다. 마치 하나님께 심판받아 버림받은 것처럼 느껴지는, 그 어떤 좌절과 실패 속에서도 담대히 믿음의 걸음을 걸으시길 바랍니다.

그 믿음 안에서 오늘 하루도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바라보며, 참된 복음을 알고 누리고 전하는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책임을 다하는 모두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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