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예레미야 25장 30~38절 "목자들을 향한 심판"

2018년 10월 16일, 화, 삼덕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예레미야 25장 30~38절 "목자들을 향한 심판"

30 그러므로 너는 그들에게 이 모든 말로 예언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높은 데서 포효하시고 그의 거룩한 처소에서 소리를 내시며 그의 초장을 향하여 크게 부르시고 세상 모든 주민에 대하여 포도 밟는 자 같이 흥겹게 노래하시리라

31 요란한 소리가 땅 끝까지 이름은 여호와께서 뭇 민족과 다투시며 모든 육체를 심판하시며 악인을 칼에 내어 주셨음이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32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보라 재앙이 나서 나라에서 나라에 미칠 것이며 큰 바람이 땅 끝에서 일어날 것이라
33 그 날에 여호와에게 죽임을 당한 자가 땅 이 끝에서 땅 저 끝에 미칠 것이나 그들을 위하여 애곡하는 자도 없고 시신을 거두어 주는 자도 없고 매장하여 주는 자도 없으리니 그들은 지면에서 분토가 되리로다
34 너희 목자들아 외쳐 애곡하라 너희 양 떼의 인도자들아 잿더미에서 뒹굴라 이는 너희가 도살 당할 날과 흩음을 당할 기한이 찼음인즉 너희가 귀한 그릇이 떨어짐 같이 될 것이라
35 목자들은 도망할 수 없겠고 양 떼의 인도자들은 도주할 수 없으리로다
36 목자들이 부르짖는 소리와 양 떼의 인도자들이 애곡하는 소리여 여호와가 그들의 초장을 황폐하게 함이로다
37 평화로운 목장들이 여호와의 진노하시는 열기 앞에서 적막하게 되리라
38 그가 젊은 사자 같이 그 굴에서 나오셨으니 그 호통치시는 분의 분노와 그의 극렬한 진노로 말미암아 그들의 땅이 폐허가 되리로다 하시니라


어제 함께 읽은 예레미야 25장 15~29절 말씀은 하나님께서 예언자에게 온 세상을 향해 진노의 포도주 잔을 부으라는 명령을 담고 있습니다. 주님의 심판 목록에 예루살렘이 첫 번째로 거론되었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가져야 할 책임을 깨닫게 합니다. 동시에 유다를 무너뜨린 바벨론이 ‘세삭’이라는 암호형태의 이름으로 가장 마지막에 미래형으로 등장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들을 향한 심판은 하나님의 또 다른 사랑 표현으로서 그 안에 이미 회복과 희망이 포함돼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어지는 오늘 본문에서 33절까지는 앞 단락에 이어 온 나라를 심판하시려는 당신의 단호한 의지를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외침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34~38절은 예언자가 직접 목자들을 향해 꾸짖는 내용을 기록하여 구별된 단락을 이룹니다. 이 시간 34절 이하를 중심으로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구약 성경에는 같은 개념을 비슷한 두 개의 단어로 이어서 이야기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문 34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언자는 이렇게 외칩니다. “너희 목자들아 외쳐 애곡하라 너희 양 떼의 인도자들아 잿더미에서 뒹굴라” 여기서 ‘목자’와 ‘인도자’들은 모두 앞서 선언한 재앙에 해당되는 나라들의 왕들을 가리킵니다. 즉, 34절 이하에 기록된 말씀의 수신자가 그 시대 주요 지도자임을 분명히 강조 하는 표현입니다.

동시에 부각되는 것은 그들이 취해야할 행동입니다. 바로 애곡하고 잿더미에서 뒹구는 것입니다. 이 모습은 고대 서아시아에서 누군가 숨을 거두었을 때 자연스럽게 보이는 애도관습입니다. 이것은 앞서 주님께서 선언한 심판의 말씀대로, 각 임금이 통치하던 나라의 멸망과 그 백성들의 죽음이 마치 귀한 그릇이 깨져서 다시 붙일 수 없는 것처럼 확정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그들은 도망할 수 없고, 목장이 파괴되어 슬피 울부짖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마치 젊은 사자처럼 그들에게 포효하며 극렬한 진노를 쏟아내신다는 것이 35절 이하에 기록된 예언자 예레미야의 외침입니다. 이것은 들으면 들을수록 소스라치게 놀라운 공포 그 자체입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맹렬한 분노 앞에 설 때 누구라도 그저 벌벌 떨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의아합니다. 그 재앙들의 주인공들인 각 왕들이 속한 나라가 주님의 진노의 잔으로 말미암아 참혹한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은 앞서 이미 15~33절에 걸쳐 길게 하나님 자신의 목소리로 선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왜 예언자의 입술을 통해 굳이 그들의 지도자를 향해 다시금 단호하게 처절한 징계를 말씀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어느 영화의 유명한 대사처럼 “거대한 힘에는 거대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서아시아의 전제군주들은 단순히 정치만이 아니라 종교지도자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였습니다. 그들은 이른바 제정일치 사회의 최고 위치에 올라 신적 권위를 등에 업고 마음껏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힘에 걸 맞는 책임을 다하지 않은데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말씀이 34절 후반부에 기록되었습니다. 예레미야는 그들이 재앙을 당하는 까닭이 “도살당할 날과 흩음을 당할 기한이 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목자가 자기가 키운 가축을 죽일 때 쓰는 표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본문에서 왕들을 가리켜 분명히 ‘목자’라고 부른다는 사실입니다. 즉, 임금들이 그동안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백성들을 억누르고 짓밟았듯이 그들 자신이 마침내 하나님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입니다.

각 나라들의 목자와 인도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진리 가운데 백성들을 돌보고 인도했더라면 지금 하나님께서 쏟아 붓는 진노의 불길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그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주님의 이글거리는 눈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오늘 본문 말씀을 묵상하며 무엇보다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목사로 맡은 사역을 말씀과 진리로 감당하는 책임이 너무나 엄중하다는 사실을 거듭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제가 받는 과분한 사랑을 절대로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날마다 더욱 겸손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본문에 해당되는 ‘목자’는 비단 정치지도자나 목회자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동일하게 해당됩니다. 우리 모두는 여러 ‘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많은 분들은 누군가의 부모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곧 가정의 목자로 하나님께 부름 받았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직장과 학교에서 마주하는 이들을 위한 목자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주위 사람들이 죄악의 저주와 심판에 빠지지 않도록 복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사랑을 베푸는 목자로 세움 받았다는 사실을 오늘 말씀을 통해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늘 마음 깊이 간직할 분이 계십니다. 바로 예수님입니다. 요한복음 10장 14~15절에서 주님은 당신 스스로를 가리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

또한 마가복음 6장 34절은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양떼를 어떻게 바라보시는 지 말씀합니다. 제가 읽겠습니다.

“예수께서 나오사 큰 무리를 보시고 그 목자 없는 양 같음으로 인하여 불쌍히 여기사 이에 여러 가지로 가르치시더라”

주님께서는 ‘목자 없는 양’ 같은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여기서 ‘불쌍히 여기다’에 해당되는 헬라어의 어근은 <스플랑크니조마이>인데 고대인들이 마음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내장 기관을 가리키는 <스프랑크나>에서 기원한 단어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주위에 모인 양떼들의 아픔과 결핍을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공감하고 사랑으로 돌보신 선한 목자이십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주님과 같은 선한 목자로 다가가야 합니다. 그들을 진리로 일깨우며 진정한 생명과 희망을 누리게 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너무나 버겁고 힘든 일입니다. 목자로 부름 받았지만 동시에 연약한 양이라는 모순을 지닌 연약한 인간인 우리는 타인은 고사하고 때때로 스스로조차 품을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 지극히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그것은 바로 주위 사람들의 고단함을 헤아리는 눈길입니다.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을 결코 당연히 여기지 않는 마음입니다. 나보다 약한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입니다. 그렇게 목자로서 내딛는 작은 걸음들이 이어져 이 시대 맹목적으로 굴러가는 재앙과 진노의 수레바퀴를 멈추게 할 줄 믿습니다. 그 빈자리에 은혜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우리 모두가 되길 진심으로 축복하고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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