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대전에서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 잠시 들러 교정을 거닐었다.
그 시절의 기억이 온몸으로 다가와 걸음이 무거웠다.
나는 학교에서 소문난 광신도였다. 비유가 아니다. 사실이었다. 그때 난 조금 미쳐있었다.
신학 공부를 하기 전 나는 세대주의와 근본주의를 비롯한 병리적인 신앙에 사로잡혀 10대를 보냈다.
그 밑바탕에 흐르던 암울한 성장 과정과 그로 인해 미숙했던 모습들이 떠올라 참 괴로웠다.
지금, 그때 보다 마음의 넓이와 깊이를 더하지 못했다. 여전히 허세와 자학 사이를 어지럽게 오간다.
하지만 졸업 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아픈 기억의 현장에 방문한 것만으로 조금은 만족스럽다.
그렇게 꾸준히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기를, 고통과 유의미하게 벗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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