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틀 무렵
- 이승희
한 우주가 지난다는 게 뭐 다른 일이겠습니까, 새벽 첫 차를 타는 사람들의 눈가에서 떨어지는 잠 같은 것이거나 휘어진 골목을 돌아 나오는 두부장수의 손끝에서 울리는 종소리거나 그의 터가는 손등 같은 게 아니겠습니까?
동틀 무렵, 그렇게 우주가 사람의 마을로 손금처럼 내려오고 아직 저마다의 이름을 채 밝히지 못한 시간, 가난은 그래도 사람들을 먼저 깨워 이 시간을 온전히 지키라합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과 저 산을 지나 우주 한끝에 닿는 길을 당신이 먼저 걸어보라 합니다. 아마 그 몸에도 동이 트려나봅니다. 아직 잠든 식구들을 두고 시퍼런 눈으로 동트는 사람들, 그들이 한 우주가 아니겠습니까?
이승희 저
창비 | 200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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