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5일 토요일

[영화 리뷰] "하우스 오브 구찌"(House of Gucci, 2021)




* 약한 스포일러 포함

남자주인공의 극적인 변화가 인상적이다.
초반, 그는 겸손하고 검소했다.
거대 패션 그룹 가문에서 나고 자랐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항상 다정하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회장이 된 후 달라졌다.
값비싼 슈퍼카를 타고 사치에 빠졌다.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한다.

이 모든 게 단지 결혼을 잘못해서일까?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를 단순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마우리치오 구치는 분명 남부러운 것 없는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게다가 외모와 지성과 성격 등 매력을 두루 갖춰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무지 떨치지 못했던 내면의 굴레가 있었다.
그의 아내 파트리치아는 그런 그가 숨겨둔 탐욕 일깨워준 존재다.
그 결과 두 사람은 파국을 향해 내리달았다.

영화에서 그와 정반대의 존재가 등장한다.
바로 사촌 형 파올로 구찌다.
그는 아버지에게도 '멍청이'로 구박받는다.
누구에게나 무시당하고, 극심한 열등감에 빠져 계속 사고를 친다.
그러나 감독은 그 둘이 허울에 사로잡혀 비극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똑같이 어리석었음을 보여준다.

유유자적하는 삶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때론 야망을 품고 이루는 것도 의미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이켜 봐야 한다.

그럴듯한 명분과 허울로 허무한 탐욕을 정당화하고 있지 않은가?
냉철한 자기 객관화가 아닌 주변의 환호 소리에 파묻혀 있지 않은가?
더 높이 올라 더 많은 것을 움켜쥐기 위해 진정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진 않았는가?

많은 것을 되짚어보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걸작이다.
"올 더 머니"(2017)와 "라스트 듀얼"(2021)에 이어 권력과 돈이 가진 마성을 탐구하는 80대 중반 노장의 연출력에 경이를 보낸다.
올곧게 유지하는 주제 의식을 통해 다가오는 감독의 자기성찰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덧,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 입장'에서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알 파치노가 연기한 알도 구찌와 그의 아들 파올로 구찌 사이의 애증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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