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62장 1-5절, “끊을 수 없는 기쁨”

주현절 후 두 번째 주일, 2016년 1월 17일, 부산진교회 청년예배 설교, 정대진 목사

이사야 62장 1-5절, “끊을 수 없는 기쁨”

1 나는 시온의 의가 빛 같이, 예루살렘의 구원이 횃불 같이 나타나도록 시온을 위하여 잠잠하지 아니하며 예루살렘을 위하여 쉬지 아니할 것인즉 2 이방 나라들이 네 공의를, 뭇 왕이 다 네 영광을 볼 것이요 너는 여호와의 입으로 정하실 새 이름으로 일컬음이 될 것이며 3 너는 또 여호와의 손의 아름다운 관, 네 하나님의 손의 왕관이 될 것이라 4 다시는 너를 버림 받은 자라 부르지 아니하며 다시는 네 땅을 황무지라 부르지 아니하고 오직 너를 헵시바라 하며 네 땅을 쁄라라 하리니 이는 여호와께서 너를 기뻐하실 것이며 네 땅이 결혼한 것처럼 될 것임이라 5 마치 청년이 처녀와 결혼함 같이 네 아들들이 너를 취하겠고 신랑이 신부를 기뻐함 같이 네 하나님이 너를 기뻐하시리라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 말씀 전반에 흐르는 감정은 바로 “버림받음”입니다. 혹시, 여러분 “유기불안”(遺棄不安)이란 말 들어 보셨습니까? 한자 말 풀이 그대로, ‘버림받을까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 여러분이 쉽게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는 이야기를 찾다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현철 선생님께서 쓰신 『불안하니까 사람이다』를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관련내용을 찾아보았습니다. 

이 책 안에 어느 커플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최근 들어 자주 다투었습니다. 남자는 ‘은근히 이기적인 말과 행동, 낭만과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사무적인 성격 그리고 정나미 뚝 떨어지는’ 태도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자는 ‘예전부터 이 남자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헤어지려고 결심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녀는 항상 그의 옆에 있어야 했습니다.’

그녀가 이렇듯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누구라도 자기 옆에 두고 있는 것이 그나마 아무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자친구와 사이가 나빠진 뒤로 그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홀로 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편히 기대지도 못합니다. 혹시나 버림받을까봐 투정조차 부릴 수 없었습니다. 만약 이렇게 헤어진다면’ 휴일에 혼자 보낼 자신의 모습이 무척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그녀가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이성교제를 유지했던 이유는 그 남자를 향한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 버림받음에 대한 불안, 즉 유기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몸부림 때문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그녀가 유기불안에 사로잡히게 된 원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부모님이 일찍 이혼한 탓에 이 집 저 집을 떠돌며 성장했습니다. 친척들은 부유하긴 했지만 하나같이 냉정한 인격의 소유자들인 탓에 안타깝게도 충분한 사랑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방임에 가까운 환경에서 자란 까닭에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자신의 모습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모습은 초라하고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기에 남자친구에게 실망을 반복하면서도 차마 헤어질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혹시 여러분도 ‘버림받음’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진 않으십니까? 그래서 그 상처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채 불만족스런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진 않으십니까? 이렇듯 모든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버림받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사로 잡혀 있습니다. 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인 우리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더불어 사는 삶이 단절된다는 것은 마치 영화 “그래비티”의 여주인공처럼 한없이 막막한 우주를 홀로 떠도는 것과 흡사한 공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각으로 오늘 본문 속 유다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학자들마다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지만 이사야 62장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바벨론 포로생활을 끝내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를 배경으로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를 전제한다면 그런 그들 마음 깊은 곳에 “하나님으로부터의 버림받음”이란 상처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고대 중동 사람들이 “전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전쟁은 나라와 나라, 혹은 민족과 민족의 대결입니다. 그래서 전쟁에 이기고 지는 것은 각국의 군사력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대 중동의 사고방식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전쟁을 “신(神)과 신의 대결”로 이해했습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 전쟁의 패배는 단순히 국가 대 국가의 대결에서 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의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들을 향한 보호와 돌봄을 포기하고 다른 신의 백성들에게 굴욕당하고 유린당하는 것을 방관함을 뜻했습니다.

그렇다면 동족인 북이스라엘 사람들이 일찍이 먼저 아시리아 제국에 의해 멸망당하고 자신들 역시 바벨론 제국에 의해 점령당해 그들 나라로 치욕적으로 포로로 잡혀갔을 때 그런 남유다 사람들 마음 깊게 드리운 그림자는 과연 무엇이었겠습니까? 

그것은 한 마디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셨다.’는 하나님으로부터의 “버림받음”에 대한 상처입니다. 부모에게서 혹은 연인에게서 버림받은 일도 결코 지울 수 없는 상처인데 존재의 근원인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때 그들이 얼마나 깊고 깊은 아픔에 시달렸겠습니까? 이토록 치욕적인 고통과 절망이 바벨론 포로생활을 하던 온 유다 사람들 마음속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그들의 자포자기와는 달리 하나님께서는 여러 예언자들을 끊임없이 보내시어 당신의 뜻을 전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그들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결코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더욱 환한 미소로 이끄는 구원의 씨앗이 될 것을 명백히 선포하셨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러한 주님의 말씀은 허무한 거짓말로 그치지 않고 마침내 실현되어 유다 사람들은 다시금 약속의 땅으로 돌아오는 감격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는 기쁨과 동시에 지난날 자신들을 괴롭게 했던 뼈아픈 “버림받음”의 순간들이 뒤엉켜 주님을 향한 의심역시 만만치 않게 차올랐습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어느 이름 모를 예언자가 참된 위로와 희망을 외칩니다. 그것은 우선 이스라엘의 중심인 시온으로부터 하나님의 정의와 구원이 온 세계를 향해 환하게 비춘다는 선언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들이 받는 영광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우러러 보며 그들을 향해 새로운 이름을 부를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주님 손바닥위의 왕관처럼 찬란한 존재로 드러나리라는 위대한 약속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약속의 절정이 바로 4절과 5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 먼저, 다함께 4절 말씀 읽겠습니다.

4 다시는 너를 버림 받은 자라 부르지 아니하며 다시는 네 땅을 황무지라 부르지 아니하고 오직 너를 헵시바라 하며 네 땅을 쁄라라 하리니 이는 여호와께서 너를 기뻐하실 것이며 네 땅이 결혼한 것처럼 될 것임이라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절망과 아픔을 막연하게 짐작하고 넘어가지 않으십니다. 그들의 심장을 매섭게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의 정체를 분명하게 알고 계십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백성들을 향해 다시는 그들이 ‘버림받은 자’가 되지 않고, 그들이 살아가는 곳이 황무지, 곧 ‘버림받은 땅이’ 되지 않을 것을 구체적으로 선포하십니다. 

따라서 4절 말씀의 앞부분을 간추려보면,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절대로 ‘버리지 않고 또 버리지 않는다.’는 가슴 벅찬 외침입니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본문이 강조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지난날 그들이 겪었던 “버림받음”의 경험을 다시는 주님께서 되풀이 하지 않으시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을 향한 사랑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십니다. 단지 그들을 버림받지 않게 하겠다는 소극적인 차원에서 그치지 않으십니다. 그들은 “헵시바”로 그들의 땅은 “쁄라”라고 부르겠다는 적극적인 언약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이 두 단어는 히브리어 <헤프치-바>와 <베울라>를 우리말로 음역한 낱말입니다. 

이 둘은 각각 “나의 기쁨이 그녀에게 있다.” 그리고 “결혼한 여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버림받은 것처럼 보였던 하나님의 백성이 전혀 다른 신분 변화를 겪었음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또한 유다 백성들이 하나님의 마음을 더 이상 오해하지 않고 분명히 깨닫도록 헵시바와 쁄라의 뜻을 다시 풀어서 4절 끝부분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는 여호와께서 너를 기뻐하실 것이며 네 땅이 결혼한 것처럼 될 것임이라.”

이제 5절 말씀 다함께 읽겠습니다.

5 마치 청년이 처녀와 결혼함 같이 네 아들들이 너를 취하겠고 신랑이 신부를 기뻐함 같이 네 하나님이 너를 기뻐하시리라

예언자는 4절에서 제기한 주제를 5절에 반복하며 더욱 확장시킵니다. “마치 청년이 처녀와 결혼함 같이” 그리고 “신랑이 신부를 기뻐함 같이”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을 다시 맞아들여 품에 품고 기뻐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이는 명백히 “버림받음”과 대비되는 상징입니다. 주님께서는 유다의 치욕스런 과거를 씻어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으십니다. 그들을 드높이 올려 당신의 사랑과 영광으로 채워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러한 위대한 언약의 중심에 바로 하나님의 기쁨이 빛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4절과 5절 말씀에 “기쁨”이 집요하게 반복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또한 그것으로 말미암아 당신의 백성들을 향한 주님의 기쁨이 선명하게 드러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치지고 힘든 포로생활로부터 다시 돌아오는 유다백성들을, 그리고 이 시간 예배하는 우리를 기뻐하고 또 기뻐하십니다. 

이처럼 그 옛날 이름 모를 한 예언자를 통해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반복적으로 강조하시며 전하고자 하시는 바는 분명합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기뻐하신다는 복음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그 예언자의 마음으로 다시금 여러분께 말씀 드립니다. 하나님께서는 절대로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그 어떤 비참한 상황에 놓여있든지, 그 어떤 좌절과 실패에 빠져 있든지, 그 어떤 자기혐오에 헤매든지 관계없이 우리를 기뻐하십니다.

그러므로 각자 힘겨운 저마다의 바벨론 포로생활 중에, 여러 모양으로 우리를 향해 엄습하는 억압과 시련의 그림자 속에, 그리고 그 가운데 어느새 마음 깊이 차오르는 절망의 한복판 속에서 하나님을 바라보시길 원합니다. 결코 끊을 수 없는 우리를 향한 주님의 기쁨을 바라보시길 원합니다. 그 기쁨에 안기시어 하나님과 더불어, 내면의 중심으로부터 환한 미소를 지으시기를 바랍니다.

설교를 시작하면서 “유기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어린 시절 충분한 사랑과 안정적인 애착을 경험해보지 못한 경우 안타깝게도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비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쉽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반대로, “의존과 집착이 아닌 건강한 사랑을 하려면 결국은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은 그 사랑의 모체가 굳이 과거의 부모가 아니어도 좋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각자의 내면을 정직히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남모르는 곳에 버림받음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도 꿈틀거리고 계시진 않으십니까? 지난날 겪었던 비참한 기억들 가운데 비록 의식하진 못하지만, 혹시 하나님을 원망하고 계시진 않으십니까? 그 어두운 순간들 속에서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향한 손길을 저버렸다고 생각하진 않으셨습니까? 그리하여 건강하지 못한 관계와 태도로 스스로를 불행으로 몰아넣고 계시진 않으십니까?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여러분을 가장 번민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문제들을 풀어가는 제일 중요한 해답은 바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는 것임을 말씀을 통해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물론 때때로 하나님께서 당신의 얼굴을 우리에게 감추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럴 때마다 마치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신 것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고독에 빠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절대로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고 기뻐하시며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십니다.

그 생생한 증거가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입니다. 마태복음 27장 46절에는 주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외치신 음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울부짖음입니다. 

마태복음의 시각에, 예수님께서 겪은 십자가 고난의 핵심이자 절정은 바로 ‘하나님으로부터의 버림받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결코 십자가 위에서 버림받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그 처절한 버림받음의 죽음 가운데 참 생명의 길이 활짝 열리고, 그 버림받음의 어둠을 통해 부활의 빛이 우리를 향해 비춰옴을 믿으시길 바랍니다.

이처럼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우리와 함께 버림받으신 주님의 사랑을 항상 마음 깊이 품으시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 여러분의 전존재와 온 인격이 올바르고 아름답게 회복되길 축복합니다.

동시에 그 사랑을 가지고 여러분 주위에 버림받은 이들을 향해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스스로가 하나님 앞에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모르는 이들을 향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잊은 채 허무한 집착에 빠진 이들을 향해, 그리고 진정 소망해야할 하나님 나라를 알지 못한 채 그릇된 성공에 병적으로 얽매이는 이들을 향해 주님의 사랑으로 나아가 그들을 따뜻하게 품으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우리를 기뻐하고 또 기뻐하십니다.

기도: 우리를 향해, 우리와 함께 기뻐하시는 하나님

온갖 버림받음으로 말미암아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처와 아픔들을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우리를 결코 버리지 않으시며 정의와 구원으로 품으시는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를 향한 주님의 기쁨을 가지고 소외된 이웃들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게 하여주시옵소서.

십자가 위에서 몸소 버림받으심으로써 모든 버림받은 이들을 구하신 참 기쁨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참고자료: 김현철 『불안하니까 사람이다』(서울: 애플북스,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