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는 포항제일교회 부설 유치원을 다닌다.
덕분에 출근하며 등원도 함께 한다.
차에서 내려줄때마다 곧바로 내게 이렇게 말한다.
"아빠 안아줘"
아들을 번쩍 안고, 그 뭉클한 온기를 느끼며 유치원 문 앞까지 데려다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혼자 보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이런 날이 머지 않아 끝날 걸 알기 때문이다.
내가 안아 줄 수 있는 인하의 몸무게, 그리고 나에게 폭 안기는 인하의 마음이 그리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이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때까지 실컷 누리고 싶었다.
그런데 막연히 예상했던 순간이 불쑥 찾아왔다.
오늘은 인하가 차에서 내리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유치원 가방 메주면, 인하가 여기서부터 혼자 걸어갈게."
훌쩍 커버린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어딘가 서운했다.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인하는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인격체다.
더 이상 내 품 안에 가둘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나에게서 벗어나 훨훨 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쓸쓸하고 아프더라도 그것이 아비가 할 역할이다.
내 뜻, 바람과 다르게 자라더라도 인하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만의 날갯짓을 한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내 할 몫을 한 것이다.
물론 내일 다시 인하가 마음을 바꿔, 내 품에 안긴 채 유치원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아들은 자기도 모른 채 묵직한 메시지를 툭 안겼다.
그 덕에 새삼 명심한다.
언제든 아들이 기댈 따뜻한 품을 갖자.
동시에 떠나 보낼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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