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제가 몸담은 교회 안수집사님으로부터 본인이 공저하신 이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분주한 시간을 지나 이제야 단행본을 읽을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난 주일과 월요일 이틀에 걸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한 예의와 의무감을 펼쳤지만, 점점 몰입해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저처럼 과학과 공학에 무지한 사람들도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문체로 차근하게 논지를 전개합니다.
이를 통해 산업과 환경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고찰할 시야를 틔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뜻 밖에도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철'은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한 물질입니다.
철을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막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중세 시대에는 철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서 무려 1,000킬로그램의 숯이 필요했습니다. 숯 1,000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제곱킬로미터(약 30만 평)가 넘는 산림이 필요했습니다(참고로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의 총면적이 약20만평입니다.)." 21~22쪽.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 철 생산을 둘러싼 갈등과 긴장을 보다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석탄의 의미를 깨우쳐 줍니다.
오늘날 석탄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석유에 밀려 한물간 연료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석탄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산림 파괴를 막는, 당시로서는 '친환경적인' 물질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석탄이 산업혁명 시기에 활용되지 않았다면, 산업혁명 이전에 일어났던 산림 파괴도 억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24쪽.
결정적으로 역사 속 석탄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많은 과학자와 사회학자들은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시발점을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증기기관'이 아니라 '석탄'이라고 주장합니다." 38쪽.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석탄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기후 위기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저자들도 모두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기존 산업 질서를 과격하게 흔들며 '소재'로서 석탄의 기여를 무조건 무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합니다.
"탄소중립이 우리가 추구하고 나아가야 할 목표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쉽지 않더라도 나라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이끌어 내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중략) '에너지원'으로서의 석탄은 점차적으로 사라져야 하겠지만, '소재'로서의 석탄은 우리나라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활용되는 귀중한 물질이므로 이 '소재'를 어떻게 환경친화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65쪽.
환경운동의 목적이 지구 자원의 '지속 가능성'이라면, 그러한 환경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현실적인 우려와 대안을 제시하는 점이 여러모로 흥미로웠습니다.
즉, 지나치게 이상적인 태도를 경계하고 태양열 발전을 비롯해 소위 '친환경'을 표방한 기술의 위험성도 인정해야 합니다. 또한 산업체계와 공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생태 질서를 회복하는 길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깨우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기술로 태양광 1메가와트 발전설비 건설에 필요한 대지 면적은 1만 5,617제곱미터이며, 이를 약 44만대의 필요량을 고려해서 수식으로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 면적의 약 7퍼센트를 활용해야만, 현재 우리가 쓰는 전력을 모두 태양광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중략) 하지만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지인 우리나라의 형편상 국토 면적의 7퍼센트는 전혀 작은 면적이 아닙니다." 158~59쪽.
"현재 미래 신기술로 화두가 되는 것은 '수소환원제철'입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탄소 소모가 일어니지 않는 철강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지요. 하지만 수소환원제철만을 통해서 철강을 생산할 경우, 이 철강을 우리가 지금까지 활용했던 철강 규격으로 제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정책적으로 기술 개발에 임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정책은 '탄소제로'가 아니라 '탄소중립'입니다." 175쪽.
"왜 인류가 나무와 석탄으로 제철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왜 인류가 원유를 열망하게 되었는지 근본적인 해석을 동반하지 않은 채 단순히 제거 대상으로서 화석연료를 바라본다면 또다시 같은 결론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90쪽.
평소 낯설고 무지한 영역이기에 더욱더 집중해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저자들의 전문성과 관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이를 통해 '과학적 태도'의 중요성을 실감한 것이 가장 유익한 배움이었습니다. '환경 보전'을을 비롯해, 내가 꿈꾸고 지향하는 바가 숭고할수록 현실 문제를 과학과 정확한 수치로 진단하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따라서 관련 공부를 틈틈이 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의 폭을 넓히고 실천의 방향을 점검하게 하는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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