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3일 목요일

홍동우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지우, 2023) 서평

 


저자를 처음 안건 10여 년 전 '트위터'에서였습니다.
그때부터 이미 재기발랄하고 통찰력 있는 트윗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고 종종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마침 부산에서 부목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 연락이 닿아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누고 지금까지 계속 교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홍 목사님은 탁월한 서평가로 차츰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의 기대 속에 드디어 첫 번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장르가 홍동우'라는 평가처럼 상당히 독특한 형식을 지닙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저자의 진솔한 자기 고백입니다.
개인 서사와 어우러져 더욱 의미 있는 가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목회 현장에서 분투하며 쌓인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상황은 조금 다를 뿐 목회자로서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경험입니다.

그러한 자기 경험을 다루는 태도에서 누군가의 성숙함이 드러납니다.
저자가 그러합니다.
당장 눈앞에 마주한 현실의 고단함에 짓눌리지 않고 성경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그동안 꾸준하고 성실하게 공부한 결과입니다.

이 책은 세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 가상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교회에 대한 저마다의 번민을 드러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욥기, 바울서신, 복음서의 최신 연구 성과를 토대로 답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책의 눈부신 덕목이 있습니다.
바로 “따스함”입니다.
가까이하기 불편하고 꺼림직한 교인에게 함부로 가르치려 들거나 꾸짖지 않습니다.
대신 ‘대화’합니다. 그 밑바탕에는 공부와 자기 수행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신학적 논의 못지않게 중요한 주제는 목회자로서 태도입니다.
저자가 평소 치열하게 고민한 내용이 책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신학생 시절, 교계의 안타까운 그늘에 바라보며 쉽게 분개합니다.
물론 그런 분노 역시 분명 유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보이지 않던 교회의 이면을 목회자로서 살아가며 점점 더 마주하게 됩니다.

교회를 이루는 성도 개개인이 그러하듯 쉽게 평가하기 어려운 복잡한 실체를 경험합니다.
이러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과 긴장을 이루는 것, 이를 위해 부단히 자기를 돌보고 성경을 연구하는 것이 목사로서 평생 주어진 소명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러므로 신학생 혹은 목회 초년기를 보내는 분들에게 특히나 추천합니다.
혹은 교회 공동체 입장에서 욥기와 바울서신과 복음서를 이해하기 위한 성경 공부 교재로도 무척 유익합니다.

사실 이 글은 저에게 숙제였습니다.
앞서 출간한 제 책에 대한 과분한 평을 해주고, 이 책을 선물로 보내준 고마운 마음에 대한 보답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분주한 생활 중에 부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 읽고 글을 마치며 기쁜 숙제라고 고백합니다.
홍동우 목사님의 차기작뿐만 아니라 목양도 더욱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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