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영화 윈드리버(wind river, 2016) 리뷰



언젠가부터 내게 겨울 영화는 "윈드 리버"다.
그 어떤 영화보다 설원 풍경을 생생히 보여준다.
마치 화면 밖으로 냉기를 뿜어내는 것만 같다.
거기에는 비릿한 피 내음이 섞여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아메리카 선주민의 참상을 생생히 알려준다.

그리고 그 참혹한 폭력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신과 싸우는 숭고한 강인함을 보여준다.
그녀와 그들에게서 역사상 또 다른 거대 악과 맞섰던 이름 모를 이들의 희생을 기억한다.
또한 가까운 일상 속 여러 모양으로 존재하는 불의한 억압에 신음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렇기에 영화가 시작하며 등장하는 이 자막이 세차게 마음을 두드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함"(Inspired by actual events)
동시에 묵직한 위로와 소명을 얻는다.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울고, 옆에 나란히 앉는 사람이 되길 다짐한다.

마침 어제(22일)는 '동지'였다.
한 해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동시에 차츰 빛이 생명력을 회복하는 날이다.
온 우주를 압도하는 위대한 역설이다.
가장 깊은 어둠을 통과해야 비로소 참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성탄의 신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추위에 떨다 문득 생각나 찾아본 영화를 통해 뜻밖의 공감각적인 통찰에 이르렀다.
매끈한 장르영화의 덕목을 지키면서도 생생한 주제 의식을 보여준 테일러 쉐리던의 탁월한 각본과 연출 덕분이다.
여름에는 또 다른 그의 각본작 "로스트 인 더스트"(2016)를 다시 보려 한다.

그리고 내 인격과 목회와 설교 또한 냉기와 온기 그리고 어둠과 빛을 두루 아우르며 누군가에게 참 위로를 안겨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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