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 화요일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 후기



그런 영화가 있다.
당연히 봐야할 것 같지만 어쩌다 보니 볼 타이밍을 놓치고 왠지 모르게 손이 안가는 영화가 있다.
특히나 상영시간이 3시간이 넘은 대작이면 더욱 그렇다.
내게 "쉰들러 리스트"가 그랬다.
TV에서 일부 장면을 보긴 했지만 전체 감상은 아직 못했다.
영화팬으로서 거대한 숙제 같은 작품이다.
휴일을 맞아 모처럼 개인 시간이 생기자 주저없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다.
그 숙제를 마치고 깊은 여운에 휩싸였다.

이 영화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거장으로서 자기 증명이다.
그는 처참한 역사를 생생하게 화면에 펼쳐보인다.
그러면서도 절제하는 묘사를 유지하는 관록을 드러낸다.
과감하게 흑백 촬영을 시도한 용기를 비롯해, 촬영과 음악 등 여러모로 감탄이 나왔다.
간혹 이름값에 비해 실망스러운 영화가 있다.
"쉰들러 리스트"는 그렇지 않았다.
그야말로 역사적 '명작' 그 자체다.

이 영화는 내가 초등학교 때 개봉했다.
그 때 커다란 화제를 모으며 실존 인물 '오스카 쉰들러'에 대한 기사들이 나온 기억이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실상 그는 이기적인 사업가에 불과했고, 영화가 그를 미화했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그런줄만 알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의아했고, 그 의아함은 사실이었다.
검색해보니 '영화가 왜곡했다.'는 그 기사들이 쉰들러의 참 모습을 왜곡했다.
그는 진정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다.
수많은 유대인을 구한 것은 물론이고 그 이후 군수공장을 7개월간 멈추고 비용만 소진한 부분이 그러했다.

여러모로 많은 걸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문득 마음을 두드린 사실이 있다.
히틀러와 나치는 멀리 있지 않다.
자기 탐욕을 위해 군중을 선동하는 지도자.
그에게 압박을 받고, 아부하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부역자.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주변에서 종종 목격한 장면이다.
병든 조직, 공동체의 특징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해야 할 이유다.

이 영화의 재개봉을 기다린다.
커다란 화면에서 천천히 장면을 음미하며 감독의 고민을 따라가고 싶다.
여전히 학살과 전쟁에 휩싸여 고통받는 이들을 축복하고 추모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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