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9일 수요일

빌립보서 3장 17절~4장 1절 “땅에서 하늘 살기”

2022년 1월 19일, 포항제일교회 수요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빌립보서 3장 17절~4장 1절 “땅에서 하늘 살기”

17 형제들아 너희는 함께 나를 본받으라 그리고 너희가 우리를 본받은 것처럼 그와 같이 행하는 자들을 눈여겨 보라 
18 내가 여러 번 너희에게 말하였거니와 이제도 눈물을 흘리며 말하노니 여러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느니라 
19 그들의 마침은 멸망이요 그들의 신은 배요 그 영광은 그들의 부끄러움에 있고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라 
20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 
21 그는 만물을 자기에게 복종하게 하실 수 있는 자의 역사로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하게 하시리라 
1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고 사모하는 형제들,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인 사랑하는 자들아 이와 같이 주 안에 서라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입니다. 밤늦게 퇴근하신 아버지께서 몹시 흥분한 표정으로 저에게 책 한 권을 불쑥 건네셨습니다. 바로 “7막7장”입니다. 미국 24살의 홍정욱 씨가 우수졸업상을 받고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 소식에 온 국민이 열광했습니다. 그야말로 ‘홍정욱 신드롬’이었습니다. 조기유학 열풍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그가 지은 “7막 7장”이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제 아버지 역시 그 열기에 휩쓸리셨습니다.

저는 그 때 일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제 부모님은 모두 섬마을에서 가난하게 자라셨습니다. 가정 형편상 두 분 다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셨습니다. 삶의 여러 풍파를 겪다가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 힘겹게 일하며 어린 남매를 키우셨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아버지는 지금 당장 자식들을 풍족하게 먹이고 입히지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하나 뿐인 아들이 이 책을 읽으며 하버드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꿈을 품고 그것을 이루길 바라셨습니다.

이 사건이 어린 저의 마음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 후 저는 국내외 여러 명문대 졸업생들의 에세이를 종종 찾아보곤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시련을 딛고 일어나 저마다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명망가들의 자서전을 즐겨 읽으며 그들의 삶을 동경했습니다. 제가 성장기에 겪었던 몹시 비루한 삶의 현실은 잊게 하는 묘한 쾌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몇 차례 외국 유학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경험 탓에 원대한 꿈을 품고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러한 ‘상승의지’는 분명 한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전체에 건강한 활력을 불러일으킵니다. 따라서 90년대 중반 ‘홍정욱’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상징성과 그로 말미암아 벌어진 사회 현상 자체를 함부로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 모두는 분명 나름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승자독식의 엄혹한 경쟁 사회에서 모두가 피라미드 위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승리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면 나머지 수많은 사람들은 패배의 쓴잔을 마실 수밖에 없습니다. 거대한 힘의 질서는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를 가집니다. 따라서 승자가 되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리는 세상 한 복판에서 무엇이 진리인지를 차분히 고민해야 합니다.

2022년 1월 15일 토요일

[영화 리뷰] "하우스 오브 구찌"(House of Gucci, 2021)




* 약한 스포일러 포함

남자주인공의 극적인 변화가 인상적이다.
초반, 그는 겸손하고 검소했다.
거대 패션 그룹 가문에서 나고 자랐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항상 다정하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회장이 된 후 달라졌다.
값비싼 슈퍼카를 타고 사치에 빠졌다.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한다.

이 모든 게 단지 결혼을 잘못해서일까?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를 단순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마우리치오 구치는 분명 남부러운 것 없는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게다가 외모와 지성과 성격 등 매력을 두루 갖춰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무지 떨치지 못했던 내면의 굴레가 있었다.
그의 아내 파트리치아는 그런 그가 숨겨둔 탐욕 일깨워준 존재다.
그 결과 두 사람은 파국을 향해 내리달았다.

영화에서 그와 정반대의 존재가 등장한다.
바로 사촌 형 파올로 구찌다.
그는 아버지에게도 '멍청이'로 구박받는다.
누구에게나 무시당하고, 극심한 열등감에 빠져 계속 사고를 친다.
그러나 감독은 그 둘이 허울에 사로잡혀 비극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똑같이 어리석었음을 보여준다.

유유자적하는 삶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때론 야망을 품고 이루는 것도 의미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이켜 봐야 한다.

그럴듯한 명분과 허울로 허무한 탐욕을 정당화하고 있지 않은가?
냉철한 자기 객관화가 아닌 주변의 환호 소리에 파묻혀 있지 않은가?
더 높이 올라 더 많은 것을 움켜쥐기 위해 진정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진 않았는가?

많은 것을 되짚어보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걸작이다.
"올 더 머니"(2017)와 "라스트 듀얼"(2021)에 이어 권력과 돈이 가진 마성을 탐구하는 80대 중반 노장의 연출력에 경이를 보낸다.
올곧게 유지하는 주제 의식을 통해 다가오는 감독의 자기성찰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덧,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 입장'에서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알 파치노가 연기한 알도 구찌와 그의 아들 파올로 구찌 사이의 애증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2022년 1월 12일 수요일

[간단 서평] "HOW TO 디즈니 시스템 & 매뉴얼"(경영아카이브, 2021)

'상식적인 조직 문화'와 '합리적인 업무 체계'에 대한 오랜 목마름이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추천받고 즉시 전자책으로 샀다.
마침 약간의 시간 여유가 주어졌고 내용 대부분이 만화여서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경영학에 문외한이지만 분명한 약점이 보였다.
우선 지나친 자신감이 거슬린다.
'월트 디즈니'에 대한 과도한 찬사도 부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꿈을 이루는 조직'에 대한 통찰을 안겨주고 고민을 이어가게 한다.
구성원으로서의 자세를 되살펴보고 지도자로서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조금씩 나만의 목회 매뉴얼을 만들 필요를 느꼈다.
우선 내가 지향하는 '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 지를 틈틈이 정리해야겠다.

분명 그대로 다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평적으로 생각을 공유하는 조직을 이뤄가고 싶다.

http://aladin.kr/p/j4Ltc 

2022년 1월 1일 토요일

書經, 秦誓 中

 "곰곰이 내 생각해보니, 만일 한 사람의 신하가 있어 단순하여 다른 기술이 없으나, 그 마음이 느긋하면 용납함이 있는 것 같은지라, 남에게 기술이 있는 것을 자기가 가지고 있는 듯이 여기며, 남의 슬기롭고 성스러운 점을 그 마음으로 좋아하되, 다만 자기 입에서 나온 것처럼 하지만 않는다면, 이는 능히 포용함이 있어, 우리 자손과 백성들을 보호할 것이니, 또한 이로움이 있을 것이다.

남에게 기술이 있는 것을 시기하고 미워하며 남의 슬기롭고 성스러운 점을 싫어하여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면, 이는 포용할 수 없어서 우리 자손과 백성들을 보호할 수 없으니, 또한 '위태롭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나라의 위태로움은 '한사람으로 말미암는다'고 말해야 할 것이고, 나라의 영화와 평화 또한 '오히려 한 사람의 경사로 말미암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昧昧我思之하니 如有一介臣이 斷斷猗無他技나 其心이 休休焉이면 其如有容이라 人之有技를 若己有之하며 人之彦聖을 其心好之호되 不啻如自其口出이면 是能容之라 以保我子孫黎民이니 亦職有利哉인저

人之有技를 冒疾以惡之하며 人之彦聖을 而違之하여 俾不達하면 是不能容이라 以不能保我子孫黎民이니 亦曰殆哉인저

邦之杌隉은 曰由一人이며 邦之榮懷는 亦尙一人之慶이니라

書經, 秦誓, 이기동 국역

- 서경의 결론이다.
나라를 이롭게 하는 신하의 으뜸 덕목은 바로 '포용'이다.
다른 사람의 훌륭한 재능과 성품을 시기하고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자기 것처럼 여기고 널리 드러내게 해야 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을 품어 안고 열등감을 극복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이런 신하 하나가 나라를 변화시킨다.
역설적으로 그가 공동체의 선을 넓힐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 그런 '한 사람'이 되길 소망해 본다.


동해 석양(40대를 맞이하며)



동해에도 석양이 비친다.
건너편으로 저무는 햇살을 머금는다.
이 신비로운 장면이 나는 참 좋다.

지나온 10년이 그러했다.
어두움으로 향하던 순간들이 잔상을 남겼다.
하지만 더는 압도적인 절망이 아니다.
오히려 조화의 일부로 다가온다.

물론 과정은 무척 처절했다.
하지만 비로소 내 안의 자연스러움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침내 나 자신을 끌어안을 수 있었다.

장엄한 일출은 암흑으로의 소멸을 품어 일어난 사건이다.
동해안 석양은 그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내가 보낸 30대가 그러했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
그렇게 40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