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3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13장 “눈을 들어 둘러보아라” 찬송가 545, 542장
풍요는 갈등의 씨앗입니다. 인류 역사이래 곳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진리입니다. 성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절 말씀에 따르면 아브람에게 가축과 은과 금이 풍부하였습니다. 그러자 아브람의 종들과 조카 롯의 종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아브람은 아버지를 잃은 조카 롯을 아들처럼 키우고 돌보았습니다. 그가 성인이 되자 재산도 독립시켰습니다. 하지만 점점 불어난 가축들로 말미암아 함께 목축지를 공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브람이 결단을 내렸습니다. 롯에게 선택권을 주었습니다. 그가 살고 싶은 땅에 살게 하였습니다. 아브람의 매우 성숙한 인격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는 삼촌으로서 지닌 지위, 그동안 조카에게 아낌없이 베푼 재물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며 롯을 윽박지르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평화를 선택했습니다. 평화를 위해 직접 희생했습니다. 체면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롯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때 롯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10절 함께 읽겠습니다.
10 이에 롯이 눈을 들어 요단 지역을 바라본즉 소알까지 온 땅에 물이 넉넉하니 여호와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시기 전이었으므로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더라
롯은 형식적인 사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욕망이 강렬하게 그를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롯도 죄송하고 민망했을 겁니다. 자기를 거둬주고 지금까지 보살펴주신 인자한 삼촌에 대한 애틋하고 고마운 마음도 컸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기에는 소알 땅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그의 영혼에 다가왔습니다. 여호와의 동산처럼 그리고 이집트처럼, 온 땅에 물이 넉넉한 그곳에서 농사도 목축도 모두 풍성한 결실을 안겨 줄 것만 같았습니다.
동시에 성경은 묘한 암시를 남깁니다. 소알은 ‘소돔과 고모라’와 같은 평지 성읍입니다. 머지않아 일어날 동일한 심판의 장소입니다. 롯이 보기에 화려하고 찬란했던 그들의 풍요는 결국 죄악으로 이어져 준엄한 징계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즉, 좋은게 좋은게 아닙니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이 선망하며 우러러보는 시선이 얼마나 유한하고 어리석은 지를 깨닫습니다.
또한 우리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바보같이 져주고 양보한 아브라함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을 주목해야 합니다. 14~15절 함께 읽겠습니다.
14 롯이 아브람을 떠난 후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북쪽과 남쪽 그리고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라 15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영원히 이르리라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아라. 무슨 의미일까요? 지금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현실에 연연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지금 아브람이 서 있는 곳은 약삭빠른 롯이 외면한 땅입니다. 부족함이 많은 곳입니다. 또한 바보같이 조카에게 이득을 빼앗긴, 뒤늦은 후회와 쓰라린 배신감이 흐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그곳에서 시선을 돌려 온 사방을 바라보라고 말씀하십니다. 보이는 모든 땅을 아브람과 그의 자손에게 영원히 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롯의 어리석은 판단과 전혀 다른 차원의 복을 선언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쟁취하고자 애씁니다. 어떻게든 속이고 빼앗고 이기려 듭니다. 그러한 경쟁과 대결에서 패했을 때 좌절에 빠지며 분노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전혀 다른 삶의 길을 알려주십니다. 주님의 마음을 품고 자기 것을 고집하지 않고 기꺼이 져주는 사람에게 주시는 놀라운 은혜를 선포하십니다.
그 절정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입니다. 하나님의 아들께서 죄인의 모습으로 비참하게 나무에 달려 숨을 거두셨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죽음은 헛되지 않고 모든 사람을 살리는 구원의 통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사람들은 혼돈스런 삶에서 눈을 들어 십자가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어떻게든 이기고 쟁취하고자 몸부림치는 대신 져주고 양보해야 합니다. 남 위에 올라 군림하고 힘을 휘두르는 대신 낮아지고 섬겨야 합니다. 그런 우리의 모든 헌신을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어 온 세상을 살리는 생명의 일꾼으로 사용하실 줄 믿습니다.
기도
놀랍고 풍성한 사랑의 주 하나님
금세 심판받을 소알 땅의 화려함에 눈이 멀어, 어리석고 무례하게 행동한 롯의 모습에서 저희의 연약함과 유한함을 발견합니다. 또한 순진무구하게 손해를 택한 아브라함에게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습니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는 믿음을 주시옵소서.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들에 동참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선물로 주신 은혜를 높여 찬양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십자가의 복음으로 다가가 기쁨으로 섬기고 나누며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