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1일 수요일

2025년 감사, "두 개의 골짜기"



 
10년 전 일이다. 우연히 만난 어른께서 당신 방에 걸린,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가리키며 내게 말씀하셨다.
"자네, 산이 왜 아름다운지 아는가?
굽이굽이 골짜기가 있기 때문이라네"
그 순간, 인생을 조망하는 값진 깨우침을 얻었다.

지난 한 해, 내 목회 여정에 가장 깊은 골짜기가 움푹 패였다.
애처로운 영혼이 비장하게 외치는 압박을 받았다.
그 어이없는 파장에 거칠게 휩쓸렸다.
감사하게도 그 물결로 말미암아 정배교회 담임 청빙을 받았다.

허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청빙 결정 후 사임 날까지 또 다른 골짜기가 새겨졌다.
헛헛한 쓴웃음을 내쉬며 어지럽게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또한 감사하게도 그 모두를 덮는, 과분한 환대와 사랑 속에 부임하고 적응하는 중이다.

도무지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두 개의 골짜기를 힘겹게 지나며 더욱 다져지고 단단해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예상치도 못한 기괴한 시련에 대한 아픔과, 그로 말미암아 내게 가장 합당한 길로 이끄시는 은혜를 동시에 고백한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에 소중한 힘이 되준 사랑하는 이들과 벗들에게, 한 해를 마무리하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골짜기를 아우르는 웅장한 산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서, 인생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생생히 눈을 뜰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내게 (그가 업신여겼던) '글쓰기'라는 무기가 있어 더욱 감사하다.

덧. 이 글도 그가 몰래 훔쳐볼 지 궁금하다.
지난번처럼 또다시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다면, 굳이 취소하지 말기 바란다. 그게 더 측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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