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6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29장 “사랑받지 못함을 보시고” 찬송가 299, 300장
야곱은 벧엘을 떠나 다시금 외삼촌 라반의 집을 향해 허겁지겁 무겁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벧엘에서 하나님의 충만한 임재를 경험하긴 했지만 다시금 현실을 살아가야 합니다. 여전히 많은 불안과 염려가 그의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그의 눈에 우물이 보였습니다. 고대 서아시아에서 우물은 단순히 물을 긷는 곳만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는 장소입니다. 야곱은 그곳에 모인 목자들에게 어디서 왔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하란’에서 왔다고 답을 합니다. 그는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감격적인 사실을 안도하며 확인하였습니다.
바로 거기서 야곱은 라반의 딸 라헬을 만났습니다. 무사히 도망을 마쳤다는 안도감, 뒤늦게 찾아온 공포,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등이 복잡하게 마음에 뒤엉켰을 겁니다. 그 순간, 그의 눈 앞에 있는 라헬은 단순한 친척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희망 그 자체입니다. 그런 까닭에 라헬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집니다. 게다가 그녀의 고운 외모는 그의 마음에 더욱 불을 지켰습니다.
그런 까닭에 성경 전체에서 가장 낭만적인 문장이 본문에 나옵니다. 바로 “칠년을 며칠 같이”입니다. 라헬을 아내로 얻기 위해 라반에게 노동한 7년의 긴 세월을 야곱은 불과 짧은 사나흘로 여겼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진실한 사랑을 눈부시게 묘사한 문장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한 상실과 아픔이 존재합니다. 바로 라헬의 언니 레아가 겪은 고통입니다.
17절은 레아를 가리며 ‘시력이 약하다.’라고 소개합니다. 해당하는 히브리어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새번역과 공동번역 성경은 둘 다 ‘눈매가 부드럽다’라고 옮겼습니다. 그런데 문맥과 맥락상 라헬의 예쁜 외모와 대조하는, 그리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겉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라반이 야곱을 속여 억지로 그의 침실에 레아를 들여보냈습니다. 그럴 정도로 그녀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결혼하기 힘든 결격사유가 있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레아는 자라오며 끊임없이 동생과 비교당하며 마음에 수없이 많은 멍이 들었을 겁니다. 결정적으로 라헬 대신 첫날 밤을 치른 다음날 아침, 당황하고 분노하는 야곱을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을 겁니다. 당연히 그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부부간의 정을 나눌 리가 없습니다. 레아는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야곱으로서는 그녀가 칠 년을 더 노동하게 한 원망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한 여자로서 너무나 비참하고 힘겨운 인생입니다. 동시에 성경은 그런 레아를 향한 놀라운 은혜를 함께 기록합니다. 31절 함께 읽겠습니다.
31 여호와께서 레아가 사랑 받지 못함을 보시고 그의 태를 여셨으나 라헬은 자녀가 없었더라
창세기를 비롯해 성경 전체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하나님의 행동이 있습니다. 주님은 자녀들의 아픔을 보고 들으시고 반응하십니다. 레아에게도 그러하셨습니다. 그녀의 사랑 받지 못함을 보셨습니다. ‘사랑 받지 못하다.’는 이 문장 안에 너무나 짙은 상처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단순히 남녀 간의 감정 문제가 아닙니다. 레아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깊고 깊은 절망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보시고 그의 태를 여셨습니다. 무려 여섯 아들을 낳았습니다. 게다가 그 중 유다의 아들로 메시아가 태어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우리가 사랑 받지 못함을 보셨고 보고 계심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도무지 해결되지 못하고 지우지 못한 영혼 깊은 상처를 들여다 보고 계심을 믿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 응답하시어 사랑의 열매를 안겨주신다는 사실 또한 마음 깊이 품고 소망하시길 바랍니다.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시어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 지를 온 세상에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삶의 모든 비참한 좌절과 아픔을 이겨내고 생명의 통로로 살아가는 저희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참 사랑의 주 하나님.
가족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힘들고 눈물겨운 삶을 살아왔던 레아의 아픔을 주님께서 보시고 응답하셨음을 말씀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아름답고 위대한 생명의 결실을 그녀에게 안겨주셨듯이 저희에게 아기 예수님을 보내주신 은혜를 높여 찬양합니다. 예수님께서 전하신 하나님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모든 슬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길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