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3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27장 “욕망을 넘어서는 신뢰” 찬송가 542, 543장
창세기 27장은 25장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우리는 이미 이삭의 쌍둥이 아들, 야곱과 에서의 출생 그리고 성장한 후 극명히 다른 두 사람의 성향을 확인하였습니다. 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온몸에 붉은 털로 가득한, 외향적인 사냥꾼입니다. 그는 아버지 에서의 편애를 받았습니다. 반면 형의 발뒷꿈치를 잡고 태어난 야곱은 조용하고 차분하여 집안일에 능숙한 사람입니다. 그는 어머니 리브가의 편애를 받았습니다. 둘 사이의 극명한 성격차이는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기고 붉은 죽에 동생에 팔아넘긴 사건으로 상징적으로 드러납니다.
시간이 흘러 이삭이 무척 노쇠해 졌습니다. 차츰 죽음이 가까웠다는 사실을 점점 더 짙게 흐려지는 시야로 확인했습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아버지로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사랑하는 에서를 부릅니다. 바로 축복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별거 아닌, 말 몇마디 덕담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제사장에 준하는 권위를 부여했던 옛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식입니다.
에서는 이삭에게 평소처럼 사냥을 해서 그가 평소 즐기는 맛있는 요리를 해 달라고 합니다. 음식을 먹고 마음껏 축복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이삭의 왜곡된 사랑입니다. 분명 쌍둥이가 아내 뱃속에 있을 때, 주님께로부터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척 엄중한 자녀 축복의식을 두고 하나님께 묻지 않았습니다. 다른 가족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자기 뱃속을 흡족하게 채운 큰 아들에 대한 편애로 일방적으로 결정했습니다.
아내 리브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큰 아들에게 속닥거리는 소리를 듣고 계획을 세웁니다. 함께 주방일을 하며 정이 듬뿍 든 둘째 야곱을 부릅니다. 집에서 키우는 염소 새끼 두 마리를 가져오라고 하였습니다. 야곱이 형인척 동물 가죽을 입고, 리브가가 요리한 평소 이삭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지고 아버지에게 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녀 또한 이삭과 마찬가지로 하나님께 묻지도, 가족과 상의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감정에 따라 음모를 꾸며 아들과 함께 남편을 속였습니다.
야곱은 어머니의 말 그대로 하였습니다. 혹여나 아버지가 자기를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침을 꼴깍 삼키고, 음식을 든 손을 바들바들 떨며 아버지의 장막에 들어갔습니다. 이삭은 목소리를 듣고 의아해했으나 야곱이 몸에 두른 털을 만지고 에서로 여겼습니다. 본문에서 이삭은 계속 ‘아들이 사냥한 고기’를 언급합니다. 앞서 보여준 에서의 식탐이 아버지 영향 아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삭 역시 맛있는 음식이 안겨주는 욕망에 마음이 뺏겨 하나님의 언약 안에 가정을 화평하게 이끌 책임을 소홀히 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벌어진 일들을 우리는 이미 창세기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형이 동생을 죽이려 하였습니다. 가인과 아벨 사이에 벌여졌던 비극이 다시 일어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리브가는 야곱을 멀리 있는 오빠 집에 보냅니다. 그후 야곱과 다시는 만나지 못합니다. 눈물 겨운 생이별입니다. 야곱은 부모의 집을 떠나 눈물겨운 고생을 합니다. 에서와 화해하기 까지 생의 먼길을 돌아갑니다.
이렇듯 온 집안을 덮친 비극의 뿌리는 가족들이 성급하게 저마다의 욕망을 따라 움직인데 있습니다. 그들은 차분히 각자와 가정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당장의 감정과 욕구를 더 우선시 하였습니다. 그 결과 가족 모두가 깊은 고통과 슬픔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끊임없이 조급하게 몰아붙입니다. 당하거나 뺏기지 않으려면 서둘러 음모를 꾸미고 꾀를 내야 한다고 닦달합니다. 그러한 세상의 소음과 내면을 불안을 말씀으로 내려 놓으시길 바랍니다. 잠잠히 말씀과 기도로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시길 바랍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고 놀라운 계획을 이끄시고 이루시는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며 나아가는 오늘 하루 되시길 축원합니다.
기도
신실하게 언약을 이루시는 하나님
저마다의 얕은 계산과 조급한 욕망으로 결국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이삭 가족이 겪은 비극을 말씀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들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마음 깊은 교훈을 삼으며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가정과 이웃과 교회를 평강으로 돌보는 지혜와 믿음을 주시옵소서. 보내신 공동체를 향한 주님의 놀라운 언약을 신실하게 이루는 자녀로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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