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4일 일요일

창세기 28장 “가장 깊은 밤에 이룬 만남”

2026년 1월 5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28장 “가장 깊은 밤에 이룬 만남” 찬송가 390, 393장

결국 야곱은 도망칩니다. ‘야곱을 죽이겠다.’라는 에서의 다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리브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들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비극이 일어나게 둘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로서 최선은 야곱을, 멀리 있는 오빠 라반의 집으로 피신 보내는 것입니다. 야곱은 한 순간에 도망자 신세가 됩니다. 부유한 족장 가문에 태어나 어머니의 보호 아래 삶의 온기를 즐기던 그가 두려움과 불안에 사로잡혀 돌을 베개 삼아 처량하게 광야에서 잠 들었습니다. 

그런 야곱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는 꿈에서 하나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땅을 오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12절에 그 모습을 묘사하며 언급한 ‘사닥다리’, 즉 사다리는 다소 불확실한 번역입니다. 고대 서아시아 유물에서 흔히 보이는 층계로 이해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천사들이 수직이 아니라 경사를 타고 오고 갔습니다. 이 모습이 알려주는 바는 분명합니다. 그는 지금 홀로 있지 않습니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하나님이 야곱에게 말씀하십니다. 조금 길지만 13~15절 함께 읽겠습니다. 

13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14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15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당신을 두고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이라고 소개합니다. 야곱 입장에서는 ‘할아버지의 하나님, 아버지의 하나님’입니다. 이어서 3대에 걸쳐 반복되는 언약을 말씀 하십니다. 땅과 자손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야곱 입장에서는 너무나 막막한 이야기입니다. 당장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고생 끝에 외삼촌 라반이 살고 있는 하란에 도착한다 할지라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과 만남이 그의 마음에 생생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우리는 본문에서 ‘감탄사’를 주목해야 합니다. 먼저 12절에 “꿈에 본즉”, “또 본즉” 이렇게 ‘본즉’이라는 말이 두 번 나옵니다. 13절에도 앞부분에 “또 본즉”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개역개정 성경이 따로 번역을 하지 않았지만 같은 히브리어 단어가 15절 앞부분에도 한 번 더 나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단순히 ‘본다’라는 동사가 아닙니다. “보라!”라는 의미의 감탄사입니다. 그냥 “와!”라고 옮길 수도 있습니다. 

야곱은 경외감에 연신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더 이상 하나님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속의 신이 아닙니다. 그의 삶 깊숙이 찾아오셔서 위대한 약속을 선언하고 이끌어주시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이 때, 야곱의 상황을 다시금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가 주님을 만나고자 애쓰고 부르짖었을 때가 아닙니다. 아브라함의 손자라는 우월감에 취해, 그럴듯한 종교의식을 치르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존재는 완전히 지워진 채, 인생의 가장 깊은 어둠 속에 허우적 거릴 때입니다. 바로 그 때 주님이 돌연히 야곱에게 찾아오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하란으로 숨 가쁘게 달리다 지쳐 어두운 밤을 만나곤 합니다. 돌의 싸늘하고 딱딱한 촉감에 머리를 누이며 시린 잠을 청하곤 합니다. 부디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그 절망의 가장 깊은 중심에서 하나님의 위대한 희망이 움터 오릅니다. 도저히 주님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는 어둠 한복판에서 따스한 언약이 선포됩니다. 마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지닌 위대한 역설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와 같은 복음으로 말미암아 새 힘과 용기를 품고 살아가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벧엘의 하나님
인생의 깊고 깊은 밤, 돌베개를 베고 잠든 야곱에게 찾아오신 주님의 모습을 말씀으로 발견합니다. 마찬가지로 저희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비추실 찬란한 영광을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십자가와 부활로 선언하신 위대한 언약을 마음에 품게 하여 주시옵소서. 인생 여정에 돌연히 찾아오시는 주님과 만남을 소중히 여기며 새 힘 얻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