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4일 화요일

열왕기하 4장 1~7절 "일상 속에 피어오르는 이적"

2018년 7월 23일, 삼덕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열왕기하 4장 1~7절 "일상 속에 피어오르는 이적"

1 선지자의 제자들의 아내 중의 한 여인이 엘리사에게 부르짖어 이르되 당신의 종 나의 남편이 이미 죽었는데 당신의 종이 여호와를 경외한 줄은 당신이 아시는 바니이다 이제 빚 준
사람이 와서 나의 두 아이를 데려가 그의 종을 삼고자 하나이다 하니 2 엘리사가 그에게 이르되 내가 너를 위하여 어떻게 하랴 네 집에 무엇이 있는지 내게 말하라 그가 이르되 계집종의 집에 기름 한 그릇 외에는 아무것도 없나이다 하니 3 이르되 너는 밖에 나가서 모든 이웃에게 그릇을 빌리라 빈 그릇을 빌리되 조금 빌리지 말고 4 너는 네 두 아들과 함께 들어가서 문을 닫고 그 모든 그릇에 기름을 부어서 차는 대로 옮겨 놓으라 하니라 5 여인이 물러가서 그의 두 아들과 함께 문을 닫은 후에 그들은 그릇을 그에게로 가져오고 그는 부었더니 6 그릇에 다 찬지라 여인이 아들에게 이르되 또 그릇을 내게로 가져오라 하니 아들이 이르되 다른 그릇이 없나이다 하니 기름이 곧 그쳤더라 7 그 여인이 하나님의 사람에게 나아가서 말하니 그가 이르되 너는 가서 기름을 팔아 빚을 갚고 남은 것으로 너와 네 두 아들이 생활하라 하였더라


오늘 매일성경 본문은 17절까지지만, 8절부터의 내용은 내일 본문과 긴밀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오늘은 1~7절을 중심으로 말씀을 살펴보고, 내일 8절부터 37절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은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앞선 열왕기하 3장의 말씀은 모압과의 전쟁으로 말미암아 겪은 이스라엘의 절망과 그 가운데서 얻은 승리와 희망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오늘 본문 말씀은 그러한 힘겨운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엘리야의 뒤를 이어 예언자로 활동했던 엘리사는 엘리야가 세운 예언자학교도 맡아서 섬겼습니다. 이를 통해 구약의 예언자는 자기 멋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세워졌음을 알게 됩니다.

어느 날 그러한 엘리사의 제자들의 아내 중 한 여인이 그에게 찾아와 하소연 하였습니다. 사연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녀의 남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성경이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본문 바로 앞 장에 기록된 전쟁 중에 희생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대 서아시아 사회에서 남편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입니다. 그 때 여성이 얻을만한 적절한 일자리도 없었을 뿐더러 사회적 인식과 여건도 무척 열악했습니다.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부득이 빚을 질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빚쟁이는 그녀의 두 아들을 요구하였습니다.

그 빚쟁이는 분명히 그녀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처음부터 두 자녀를 노리고 돈을 빌려주고 약탈적으로 갚을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그녀는 그나마 희망을 걸고 기댈 수 있는 아들들마저 잃고 끝없는 절망 속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러한 처참한 상황 속에서 그녀가 붙잡은 마지막 끈은 남편이 존경하고 따랐던 엘리사였습니다. 더욱 정확히는 엘리사가 섬기는 하나님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그녀를 대하는 엘리사의 태도가 참 흥미롭습니다. 2절 말씀 제가 읽겠습니다.

2 엘리사가 그에게 이르되 내가 너를 위하여 어떻게 하랴 네 집에 무엇이 있는지 내게 말하라 그가 이르되 계집종의 집에 기름 한 그릇 외에는 아무것도 없나이다 하니 

엘리사는 그녀가 어떤 상황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굳이 두 가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집니다. 하나는 “내가 너를 위하여 어떻게 하랴”이고 다른 하나는 “네 집에 무엇이 있는지 내게 말하라”입니다. 

엘리사는 죽은 제자의 아내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막연하고 모호하게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그녀 스스로가 필요한 것을 자신의 입술로 구체적으로 말하게 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상담”입니다. 사람들이 여러 문제와 아픔을 겪으면서 전문가들과 상담을 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들에게 찾아온 어려움을 이야기함으로서 고통과 정확히 마주하고 객관화하기 위함입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치유가 시작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할 때 가져야할 마음가짐도 그러해야 합니다. 물론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 종종 내뱉는 신음역시 하나님께서 귀 기울이십니다. 그 자체도 분명 소중한 기도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가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들, 그리고 하나님께 바라고 기대하는 일들을 가능한 정확히 토로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주님께서 그런 우리의 소원들을 모두 정확히 들어주시길 바라서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해 눈에 보이는 응답 자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대신 구체적인 기도를 통해, 삶 구석구석 깊숙이 다가오시는 은혜의 손길을 깨닫고 신뢰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엘리야는 지금 그녀의 집에 무엇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비록 작고 초라하나마 뭐든 한 가지 이상은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기름 한 그릇”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엘리사는 이웃들에게 가능한 많이 그릇을 빌려오게 한 후 문을 닫고 기름을 그릇들에 부으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예언자의 말에 과부는 순종하였고 그 결과가 5, 6절에 담겨 있습니다. 제가 읽겠습니다.

5 여인이 물러가서 그의 두 아들과 함께 문을 닫은 후에 그들은 그릇을 그에게로 가져오고 그는 부었더니 
6 그릇에 다 찬지라 여인이 아들에게 이르되 또 그릇을 내게로 가져오라 하니 아들이 이르되 다른 그릇이 없나이다 하니 기름이 곧 그쳤더라 

원래 그녀가 가지고 있던 기름은 한 그릇에 담은 분량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빌려온 그릇들에 옮겨 담아도 기름은 그치지 않았고 마침내 모든 그릇을 가득 채우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그 기름을 팔아서 빚도 갚고 생활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분명 매우 놀라운 이적입니다. 하지만 이적이 가진 화려함에 눈길을 뺏기기 전에 그 시작과 의도를 눈 여겨 봐야 합니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기름 한 그릇입니다.

마찬가지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새롭고 놀라운 일을 이루어 가실 때 대단한 헌신과 거창한 순종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저마다의 작은 기름 한 그릇을 기꺼이 받으십니다. 바로 그것을 통해 깊은 섭리를 열어 가십니다. 또한 기름을 무한정 주지 않으시고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주셔서 일상을 살아가는 소명을 계속 기억하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역시 본문에 담긴 엘리사의 음성을 통해 저마다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가련한 과부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내가 너를 위하여 어떻게 하랴”, “네 집에 무엇이 있는지 내게 말하라”고 물어보십니다. 그러한 하나님께 기도를 통해 담대히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가진 여러 어려움과 고통들을 구체적이고 정확히 구하시길 바랍니다. 주님께서 그 모든 아픔들을 먼저 아시고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주님께서 삶 가운데 이루실 능력과 지혜를 간절히 구하며 기대하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하나님의 이적은 일상 가운데 가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함을 기억하며 하루하루의 모든 만남과 소임들을 소중히 여기시길 바랍니다. 작고 여린 삶의 순간들을 귀하게 여기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일상을 통해 일상을 넘어 일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임을 늘 마음에 새기시길 바랍니다.

그러한 저와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참된 생명과 평화가 더욱 풍성히 넘치시길 간절히 소망하며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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