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7일 목요일

긴장의 방향

1년 전 일이다.
신학과 04학번 후배 윤대운 목사에게 연락이 왔다.
대구 근처 부대 군종 목사로 임지를 옮기게 되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약속을 잡고 해당 군부대를 찾아갔다.

위병소 통과를 위해 대운이가 마중 나왔다.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장면을 목격했다.
'장교'인 군종 목사가 '사병'인 위병소 병사에게 경어를 쓰는 모습이었다.

군 교회를 둘러본 후 방금 있었던 일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자 대운이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임관하고 군종병에게도 한 번도 말을 놓은 적이 없어요.
그렇게 되면 저도 모르게 함부로 대할까 봐 무섭거든요"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그 장면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한 사람의 진가는 그가 무엇에 긴장하는 지를 통해 드러난다.
그 긴장의 방향이 아래로 향하면 향할수록 내면이 깊어진다.
목사로서 성취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바라는 소원이다.

2020년 12월 7일 월요일

[영화 리뷰] 아픈 만큼 사랑한다(2018)

[영화 리뷰] 아픈 만큼 사랑한다(2018)

20살, 장신대 신학과에 입학하며 비장하게 순교를 각오했었다.
시간이 흐르며 '덜 넓은 길'을 걷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점점 더 넓은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드넓은 길을 꿈꾸기도 한다.
그런 욕망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금욕 뒤에 숨겨진 탐욕을 경계한다.
다만 그런 핑계로 마음의 무뎌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내게 이 영화는 소중한 일깨움을 주었다.
비록 전체적인 만듦새는 아쉬웠지만 '박누가'라는 한 위대한 인물의 아름다운 삶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선교사님과 동일한 길을 걸을 자신은 전혀 없다.
아골 골짝 빈들에 갈 자신도 여전히 없다.
목회적인 야망을 애써, 완전히 뿌리칠 마음도 없다.
다만, 복음 전도자의 본질을 붙잡고 부끄러움을 알고 살고 싶다.
너무나 많은 울림을 느끼고 감동 한 시간이었다.
박누가 선교사님의 영상을 틈틈이 찾아보고 싶다.
부디 그분의 뜻이 더욱더 널리 전해지길 소망한다.

영화정보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54453

2020년 12월 5일 토요일

[영화 리뷰] "콜로니아"(2015, Colonia Dignidad) 후기

[영화 리뷰] "콜로니아"(2015, Colonia Dignidad) 후기

*스포일러 포함

엠마 왓슨과 다니엘 브륄이라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정식 개봉을 못한 채 묻혔다. 하지만 실제 있었던 컬트집단을 다루었다는 소재만으로도 나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 마침내 올레tv로 보게 되었다.

영화는 칠레에 실존했던 '콜로니아 디그니다드'의 종교적, 심리적 문제 보다는 당시 칠레의 정치적 현실에 집중하고 그 맥락안에서 해당 집단의 패악을 조명한다.

치열한 냉전 속에 사회주의자 아옌데 대통력이 쿠데타에 의해 물러난다. 그렇게 정권을 잡은 독재 권력은 사이비 교주 폴 쉐퍼와 공생관계를 맞는다. 그 결과 권력의 비호 아래 콜로니아 디그니다드에는 끔찍한 범죄가 오랜세월 일어났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대중적인 접근태도를 보여준다. 폭력을 최대한 간접적으로 묘사할 뿐만 아니라 가상의, 이상적인 인물을 통해 나름의 해피엔딩도 연출한다.

그 과정에서 개연성이 허술해지고 인물묘사가 흐릿해진다. 전반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 감독의 고뇌와 관객에 대한 배려도 느껴진다. 있는 그대로 다루기에는 실제 사건이 너무나 참혹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역사적인 범죄를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문장에 마음을 실으며 리뷰를 맺고 싶다.

"In memory of the victims of Colonia Dignidad."
"콜로니아 디그니다드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영화정보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48427

2020년 12월 4일 금요일

故김주혁 배우를 기리며.

지난 10월 30일, MBC 라디오 "FM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에서 故김주혁 배우의 3주기 특별방송을 했다.

그 중에서 김주혁 배우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가 몹시 인상적이었다. 

"배우는 배려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기 쉬운데 그 친구는 안 그랬어요. 다른 배우들이 커다란 밴을 타고 다녀도 자기는 승합차를 탔어요. 

뒷좌석에 앉는 것도 싫어했죠. 자기가 뒷좌석에 앉으면 매니저가 파트너가 아니라 운전기사처럼 보인다고 항상 조수석에 앉았습니다."

그는 보이는 인상보다 훨씬 더 선하고 깊은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 참으로 아까운 사람을 너무나 갑자기 떠나보냈다.

2020년 11월 23일 월요일

[서평] 참된 목회학 - 마르틴 부처

마르틴 부처, 최윤배 옮김<참된 목회학>(용인: 킹덤북스, 2019)

하나님은 각 그리스도인에게 각자의 직무와 사역을 지정하신다. 직무와 사역에는 많은 종류들이 있다. 그리고 가끔 교회에서 가장 작은 것처럼 보이고, 가장 최악의 의무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몸의 가장 본질적인 지체들이다. 가장 약한 지체들은 가장 주의깊게 대우받아야 하며, 그리고 모든 지체들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 서로를 도와야 한다. 41~42쪽.

주이신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양(羊)무리, 즉 모든 하나님의 선택된 자들의 유일한 목자이시다. 다음의 사실을 주시하라! 그리스도 주 자신이 그의 양 무리를 먹이시며, 그들을 파멸로부터 구원하시고, 그들을 그의 땅으로 인도하시고, 그들을 모든 산들 위에, 이스라엘의 모든 풀밭과 목장에서, 즉 그리스도인들의 모든 회중들 속에서 먹이신다. 53.

주의 교회 안에서 주의 말씀과 기독교적 치리에 의해 주를 섬기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해 그 통치를 요구하는 자는 누구든지 적그리스도이다. 56.

* 목회직의 목적과 목표
아버지께서 우리 주 그리스도에게 주셨지만, 아직도 교회, 즉 주의 양(羊) 무리에 들어오지 않았던 하나님의 모든 선택된 자들이 언젠가 교회와 주의 양 무리 안으로 들어와서 우리 주께 연합되는 것은 바로 이 목회사역을 통해서이다. 그리고 이미 그의 교회와 교제 안으로 들어온 자들이 여기에서 보호받을 뿐아니라, 그들의 죄로부터 용서함 받고, 선한 모든 것에로 인도되고, 격려 받음으로써, 경건한 일에 항상 증진되고, 그리스도 안에 있는 완전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복음적 이해와 삶에서 그 어떤 사람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앞으로 증명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이것이 교회 안에 있는 목회직의 목적과 목표이다.

지금 이 모든 것은 오직 가르침과 권고, 경고와 치리, 위로와 용서 그리고 주와 그의 교회와 화해함을 통해 성취될 수 있고, 도달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은 하나님의 전체 말씀을 선포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것은 목회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양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삶의 좋은 모범을 함께 동반하면서 적절하고도 고상한 평판과 경외에 대한 필요한 감각을 요구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 문제에 대한 성경본문들을 도입할 것이다. 85~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