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7일 월요일

마가복음 16장 1~8절 "이곳은 그곳이 아닙니다"

2017년 4월 16일, 부산진교회 부활절 새벽기도회, 정대진 목사
마가복음 16장 1~8절 "이곳은 그곳이 아닙니다"

1 안식일이 지나매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살로메가 가서 예수께 바르기 위하여 향품을 사다 두었다가 2 안식 후 첫날 매우 일찍이 해 돋을 때에 그 무덤으로 가며 3 서로 말하되 누가 우리를 위하여 무덤 문에서 돌을 굴려 주리요 하더니 4 눈을 들어본즉 벌써 돌이 굴려져 있는데 그 돌이 심히 크더라 5 무덤에 들어가서 흰 옷을 입은 한 청년이 우편에 앉은 것을 보고 놀라매 6 청년이 이르되 놀라지 말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사렛 예수를 찾는구나 그가 살아나셨고 여기 계시지 아니하니라 보라 그를 두었던 곳이니라 7 가서 그의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이르기를 예수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전에 너희에게 말씀하신 대로 너희가 거기서 뵈오리라 하라 하는지라 8 여자들이 몹시 놀라 떨며 나와 무덤에서 도망하고 무서워하여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더라



안식일이 지난 후 매우 이른 새벽에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 이 세 명의 여인이 예수님의 무덤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예수님께서는 당시 중동의 일반적인 남성우월주의 문화와는 달리 여성을 결코 업신여기지 않으시고 “사람”으로 존중하시며 그들의 고통을 한없이 품어주셨음을 복음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러한 주님의 드넓은 은혜에 감격하며 생활과 사역을 묵묵히 도와드리고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였습니다. 따라서 그 여인들은 남성들로 이루어진 열  두 제자와 구별되는 “여성 제자들”의 일부였을 거라고 무리 없이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었기 때문에 주님의 죽음은 그야말로 경악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들을 공감하시고 사랑해주신 예수님, 그리고 많은 이들이 기대하듯 로마 의 압제와 억압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켜주시리라 믿었던 그 주님께서 제국의 반역 범으로 처형당해 하나님께 저주받고 버림받은 모습으로 십자가에 메 달리셨습니다. 

게다가 가슴 아프게도 이틀 전 내려진 예수님의 시신은 변변하게 정리되지 못한 채 중동 특유의 동굴 무덤 안에 방치돼 있었습니다. 그 여인들은 이렇게 미처 제대로 치르지 못한 예수님의 장례를 마무리하며 그분을 향한 자신들의 마지막 섬김을 다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안식일이 끝나는 얼마 없는 돈을 어렵게 모아 향기 나는 기름을 구해서 새벽 동이 터 오르자마자 서둘러 걸음을 옮겨 예수님의 무덤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덤 입구를 가로 막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돌을 자신들의 힘으로는 도무지 옮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이러한 그녀들의 행동과 근심 가장 깊은 곳에 전제돼있는 그들 마음의 결론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것은 “지금 자신들은 죽은 예수님의 시체가 있는 무덤으로 가고 있다.”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기에 그 죽음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위한 향유를 준비했고 주님께서 분명 숨을 거두셨다고 믿었기에 무덤 앞에 놓인 커다란 장애물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그들에게 있어 예수님의 죽음은 결코 바뀌지 않을 명백한 사실이었고 지금 그들이 나아가는 주님의 무덤은 그 뼈저린 현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고통과 절망의 공간이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그 음침한 무덤으로 향하는 그들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고 어둡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쉽지 않은 발걸음을 옮겨 마침내 거기에 도착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신비한 관경을 목격하였습니다.


4~6절 말씀 다함께 읽겠습니다.

4 눈을 들어본즉 벌써 돌이 굴려져 있는데 그 돌이 심히 크더라 5 무덤에 들어가서 흰 옷을 입은 한 청년이 우편에 앉은 것을 보고 놀라매 6 청년이 이르되 놀라지 말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사렛 예수를 찾는구나 그가 살아나셨고 여기 계시지 아니하니라 보라 그를 두었던 곳이니라 

세 여인들은 예수님의 무덤에 도착하고 그들이 지금껏 걱정했던 무덤 입구의 커다란 돌이 저만치 굴려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로마 군인들이 예수님의 시체를 가지고 장난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제자들이 남몰래 훔쳐간 걸까?’ 하는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며 조심스럽게 무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매우 놀라운 장면과 마주했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이 누워계시던 바로 그곳 오른 편에 흰 옷을 입은 천사가 앉아 있었습니다. 이 때, 커다란 충격에 사로잡힌 여인들을 향해 그가 건넨 말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천사는 먼저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사렛 예수를 찾는구나!”라고 외쳤습니다. 이는 그동안 그들이 예수님의 무덤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매우 정확하고 명료하게 요약한 말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주님의 무덤은 그의 말대로 십자가에 못 박힌 채 비참하게 숨을 거둔 예수님의 시체가 썩어가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주님의 무덤은 그녀들에게 한없는 절망과 어둠의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천사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곧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가 살아나셨고 여기 계시지 아니하니라. 보라 그를 두었던 곳이니라.” 이것은 그 죽음의 무덤이 이젠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죽임 당하신 채로 어두컴컴한 동굴 한 복판에 누워계시지 않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다시 살아나셨고 무덤은 비워졌습니다. 그렇게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깊은 슬픔의 장소였던 예수님의 무덤은 이제 참 생명과 희망의 공간으로 완전히 새롭게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새벽 일찍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간 여인들에게, 그들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위태롭게 서있는 “이 곳”이 이젠 더 이상 그들이 생각했던 “그 곳”이 아니라고 천사를 통해 분명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 거룩한 부활절을 맞이하며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믿는 다는 것은 곧 우리가 살아가는 절망의 공간을 전혀 새로운 눈으로 바라봄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를 힘겹게 했던 장소의 겉모습이 화려한 낙원으로 한 순간에 돌변한다거나, 단순히 고통을 대하는 마음 상태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결코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너무나 놀라서 다른 제자들에게 부활의 소식을 전하라는 주님의 말씀도 지키지 못할 만큼 그들 내면이 일순간에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상과 마음의 그늘은 여전히 그대로이지만, 우리가 비틀거리며 발 내딛는 어느 곳이나 따사로이 품어 안으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이 그 모든 어두운 공간들의 의미를 완전히 새롭게 한다는 이 아름다운 진리를 온 마음 다해 고백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므로 이제껏 지나왔고, 앞으로 지나가야할 온갖 암흑의 장소를 부활의 찬란한 등불 아래 전혀 다르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셨기에 그곳은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당장 이해되지 않고, 여전히 마음 아픈 일들이 계속 찾아오지만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우리의 모든 “이곳”을 진정한 희망의 땅으로 변화시킨다는 부활의 복음을 항상 담대히 붙잡으시길 소망합니다. 

이를 위해 주님의 빈 무덤을 언제나 마음 깊이 새기며 우리를 둘러싼 공간 저편에서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는 하나님 나라의 희망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눈길을 통해 우리 주위의 육중하고 악취 나는 그 모든 무덤들은 한 낱 그림자에 지나지 않음을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 오늘 함께 읽은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 “이 곳”은 더 이상 “그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3년 전 오늘 우리는 서해 앞바다에서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비극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슬픔과 아픔은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잔인한 질문들을 계속 건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무덤에서 일으킨 부활 생명이 그 꽃다운 아이들의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온전한 뜻을 끝내 이루실 줄 믿습니다.

그러므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언제, 어디에나 함께하심을 분명히 믿으며, 아직도 어둠에 갇힌 이들을 향해 참 생명과 희망의 빛을 전하는 저와 여러분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설교 후 기도
참 생명과 희망의 하나님
이른 새벽 주님의 무덤을 향하던 세 여인들처럼 우리는 때때로 힘겨운 발걸음을 이끌고 어둠의 공간으로 향하곤 합니다. 그러나 주님, 우리를 둘러싼 절망이 제 아무리 깊고 쓰라릴지라도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그 모든 암흑은 마침내 찬란한 빛으로 변화될 것을 믿습니다.
3년 전 이날, 우리 곁을 떠난 이들과 미처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가족들을 위로하여 주시고 그들이 무너지지 말고 끝까지 살아낼 용기와 희망을 부활의 복음을 통해 발견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더 이상 무덤에 누워 계시지 않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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