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장 15~26절 "부활 공동체의 첫 걸음"

2019년 3월 21일, 삼덕교회 전도부 경건회, 목사 정대진

사도행전 1장 15~26절 "부활 공동체의 첫 걸음"

15 모인 무리의 수가 약 백이십 명이나 되더라 그 때에 베드로가 그 형제들 가운데 일어서서 이르되

16 형제들아 성령이 다윗의 입을 통하여 예수 잡는 자들의 길잡이가 된 유다를 가리켜 미리 말씀하신 성경이 응하였으니 마땅하도다
17 이 사람은 본래 우리 수 가운데 참여하여 이 직무의 한 부분을 맡았던 자라
18 (이 사람이 불의의 삯으로 밭을 사고 후에 몸이 곤두박질하여 배가 터져 창자가 다 흘러 나온지라
19 이 일이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알리어져 그들의 말로는 그 밭을 아겔다마라 하니 이는 피밭이라는 뜻이라)
20 시편에 기록하였으되 그의 거처를 황폐하게 하시며 거기 거하는 자가 없게 하소서 하였고 또 일렀으되 그의 직분을 타인이 취하게 하소서 하였도다
21 이러하므로 요한의 세례로부터 우리 가운데서 올려져 가신 날까지 주 예수께서 우리 가운데 출입하실 때에
22 항상 우리와 함께 다니던 사람 중에 하나를 세워 우리와 더불어 예수께서 부활하심을 증언할 사람이 되게 하여야 하리라 하거늘
23 그들이 두 사람을 내세우니 하나는 바사바라고도 하고 별명은 유스도라고 하는 요셉이요 하나는 맛디아라
24 그들이 기도하여 이르되 뭇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주여 이 두 사람 중에 누가 주님께 택하신 바 되어
25 봉사와 및 사도의 직무를 대신할 자인지를 보이시옵소서 유다는 이 직무를 버리고 제 곳으로 갔나이다 하고
26 제비 뽑아 맛디아를 얻으니 그가 열한 사도의 수에 들어가니라



오늘 함께 읽은 본문 말씀 첫머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숫자가 있습니다. 바로 120명입니다. 이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것을 목격한 후 모인 교인들입니다. 아마도 당시 사람 수를 세는 계산법에 따라 남자 어른만 120명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녀노소를 포함하면 최소한 수 백 명이 넘은 상당히 많은 인원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였습니다. 

설령 예수님을 구주로 믿는 사람들의 숫자가 본래 그렇게 된다 할지라도 공개적으로 한 자리에 모여 세력을 드러내는 것은 분명히 적지 않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습니다. 지난주에 살펴보았듯이 그들은 제국의 눈으로 볼 때, 로마 반역범을 진정한 왕으로 믿고 따르는 불온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 스스로 조차 겁을 먹고 움츠러들어 당시 무덤가로 사용되었던 감람산에 모여 숨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은 그들로 하여금 담대하게 교회를 이루게 하였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본문을 통해 먼저 명심해야할 진리입니다. 교회는 부활 공동체입니다. 십자가에 달려 처절히 죽임당하셨으나 그 모든 죽음을 이기고 다시사신 주님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교회로 모이게 됩니다. 따라서 교회는 그 어느 무엇보다 부활의 생명과 복음을 깨닫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 위대한 신비를 경험하고 누리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할 때 비로소 그 부활의 복음을 전하는 진정한 제자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교회를 이루어 갈 때 그들은 금세 자신들이 처한 문제에 직면합니다. 바로 가룟 유다의 부재입니다. 함께 예수님과 동고동락하며 형제처럼 지냈던 유다가 그만 주님을 배신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렇게 그가 저지른 죄악과 그로 말미암아 신앙공동체가 겪었던 위기에 그들은 몹시 아프고 괴로웠을 것입니다. 그 빈자리가 너무나 쓰라린 고통으로 교회를 힘들게 했음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다른 믿을 만한 교인 중 한 명을 가룟 유다 대신 사도로 세우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사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회를 대표하여 일하는 일꾼들이 11명이든 12명이든 크게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 직접 제자로 부른 사도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아래 단계의 직분으로 임명해도 문제 될게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 첫 번째 교회 공동체는 12사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을까요?

그것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굳이 12명으로 세우신 뜻을 이어가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그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가장 분명한 이유는 구약의 12지파와의 연속성입니다.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은 예수님께서는 절대로 구약성경을 무시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구약의 비본질에 집착하지 않으셨을 뿐입니다. 그 대신 그 안에 담긴 핵심 진리를 이 세상 가운데 새롭게 열어 가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의 열 두 아들을 통해 열 두 지파를 이루시어 이스라엘을 세우신 이유는 단지 아브라함의 혈통만을 복 주시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을 통하여 온 세상 가운데 당신의 다스림을 이루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12사도를 세우신 까닭도 분명합니다. 핏줄로 이어지는 이스라엘이 아닌 진정한 이스라엘을 교회를 통해 이루시려는 뜻입니다. 그 뜻을 베드로를 비롯한 나머지 사도들이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룟 유다의 빈자리를 내버려 두지 않고 제비 뽑아 맛디아를 열두 번째 사도로 세웠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제자들의 모습을 바로 교회 안에 적용시켜야 합니다. 먼저 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합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합니다. 가만히 안주하지 말고 그러한 시대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몹시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믿음의 선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신앙의 유산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진부하고 낡아 보인다 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치열한 고민과 기도를 잊지 말고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난날의 한계를 깨닫고 더 넓은 자세로 복음을 새롭게 이해해야 합니다. 익숙함만을 고집하지 말고 낯선 진리에 자신을 개방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편견으로 나누지 말고 모두를 품어 안을 수 있는 드넓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처럼 우리 교회가 과거와 미래,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복음을 균형 있게 이해하고 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본문에서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내용은 새로운 사도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바로 ‘제비뽑기’입니다. 물론 ‘제비뽑기’라는 방법 자체를 신성하게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본문에서도 일단 요셉과 맛디아라는 적임자를 미리 추천받는 안전장치를 가지고 그 둘 중에서 제비를 뽑았습니다. 따라서 이 때, 투표나 거수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사도를 세웠다 할지라도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도, 더 나아가 신앙 고백입니다.

22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사도는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는 교회 지도자로서 막중한 책임과 권리를 가집니다. 이러한 사도를 새롭게 한 명 세우며 제비를 뽑은 것은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발전시켜 갈 때, 사람의 뜻과 계획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어느 모임이든 세 명만 넘어도 그 안에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지고 파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신약 곳곳에도 교회 안에 여러 분쟁과 갈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룟 유다를 대신해 누가 사도가 될지에 온 교인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거기에 사람들의 욕심이 끼어들 가능성이 당연히 높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잘 아는 교회는 지혜로운 길을 제시합니다. 바로 제비뽑기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비뽑기라는 방법 자체가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교회의 모든 결정이 늘 거룩하고 사람의 뜻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교회의 의사결정과 계획과 지도자를 세우는 일들이 하나님의 신실한 손길에 의지하는 것인지 사람의 편협한 탐욕에 따르는 것인지 늘 깨어 분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 주님께서 임하고 개입하실 여지를 지워버리고 사람의 뜻만이 고집한다면 그 교회에는 하나님께서 일하실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토대는 철저히 교회입니다. 우리는 교회 안에 교회를 이루며 전도를 합니다. 따라서 오늘 함께 읽은 사도행전 말씀을 통해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주님의 부활에 있음을 늘 마음 깊이 새겨야 합니다. 그 진리 가운데 옛 전통과 새로운 변화의 건강한 균형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한 인간의 뜻을 세우기 전에 하나님의 손길을 먼저 구하는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 그런 우리를 하나님께서 이 시대의 부활의 증인으로 사용하실 줄 믿습니다.


기도
참 생명과 희망의 하나님
너무나 연약하고 부족한 죄인인 저희가 교회를 이루며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까닭은 오직 부활하신 주님의 능력에 덕분임을 믿습니다. 다른 그 무엇이 아닌 부활의 복음을 중심으로 삼는 우리 전도부와 삼덕교회 되게 하옵소서.
신앙의 전통과 유산을 소중히 계승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춰 균형 있게 변화하는 지혜와 겸손을 주시옵소서. 그리고 우리의 모든 계획과 판단에 언제나 하나님의 뜻을 잠잠히 구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