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1일 일요일

신학 석사 졸업 논문을 쓰는 분들을 위한 소소한 조언

신학 석사 졸업 논문을 쓰는 분들을 위한 소소한 조언

2019년 8월 9일
작성자: 정대진(삼덕교회, 구약학 전공)



1. 들어가며

저는 무려 6년 만에 졸업한 열등생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저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졸업 논문 작성에 필요한 몇 가지 조언을 정리해 봤습니다.

이 글은 ‘장로회신학대학교 Th.M’ 논문 작성이 기준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 다른 과정의 상황과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졸업 논문의 성격 이해

a. 우선 석사 논문 작성 역시 근본적으로 ‘배움’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완성하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지도교수님의 가르침을 겸손히 경청하며 학술논문 작성을 위해 갖춰야 할 소양을 익히는 것이 먼저입니다.

3. 코스웍 중 준비사항

a. 지도 교수님 선정
1) 대학과 신대원 과정에서 수업으로 뵙는 ‘교수님’과 달리 학위 수여를 위해 일대일로 졸업 논문 지도를 받는 ‘스승’은 확연히 다른 존재입니다. 매우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제 경우 입학할 때 생각했던 분야를 전공하신 교수님께 1학기 때 일찍 말씀드린 게 무척 후회스럽습니다. 그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2, 3학기를 지나며 관심이 달라져서 결국 다른 분께 지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해당 교수님께 지금도 죄송한 마음입니다.

3) 저처럼 너무 섣불리 결정하지 마시고 2학기까지 대학원 수업을 들으며 차근히 논문 방향과 지도교수님을 결정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4) 저는 무척 감사하게도 김진명 교수님을 모시고 논문을 작성하였습니다. 교수님을 통해 학문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격까지 가까이 지켜보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진심으로 존경하는 어른의 제자로 자처할 수 있는 것이 대학원생의 소중한 특권입니다.

b. 부심선정
1) 주심 교수님 못지않게 부심 교수님을 선택도 무척 중요합니다. 두 분의 부심을 통해 지도교수님께서 미처 놓친 오류를 교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간혹 쉽게 논문을 통과시켜줄 분을 일부러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이왕이면 더욱 전문성을 가지고 진지하게 논문을 검토해 주실 분을 모시는 게 결과적으로 연구의 수준을 올리는 현명한 선택입니다.

2-1) 저의 경우 이미숙 교수님을 통해 중요한 개념을 가진 히브리어 단어 번역의 실수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돌이켜보면 볼수록 중요한 지적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교수님의 꼼꼼한 검토를 통해 많은 부분 도움을 받았습니다.

3) 부심 한 분은 다른 전공에서 모시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상황입니다. 저는 구약학 전공이었지만 성경이 담고 있는 시대적 고민과 적용에 관심이 많았고, 룻기가 주석 본문이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기독교와문화 김은혜 교수님을 부심으로 모셨습니다. 덕분에 여성신학과 윤리학의 입장에서 주석 본문을 바라보는 풍성한 통찰을 공급받고 논문에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4. 주제와 방향 설정

1) 논문 주제와 지도교수님을 정하셨다면 가급적 3학기에는 말씀을 드리고 논문 학기 전에 미리 논문 주제와 방향성 목차를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2) 이때, '쓰고 싶은 논문'을 쓰기보다는 졸업을 위해 '써야 할 논문'의 방향을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동시에 충분히 스스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쓸 수 있도록 교수님과 잘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5. 논문 학기 전 방학 기간

a. 3학기 마치고 논문 학기 들어가기 전, 보통 여름 방학 기간인 그 시간이 무척 중요합니다. 저는 그동안 바빴다는 핑계로 푹 쉬었는데 그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대신 그때 연구 방향에 필요한 자료를 도서관이 한산한 방학을 이용해 미리 복사해서 부지런히 읽으시면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b. 도서관에서 찾은 자료들을 스캔하는 게 좋습니다. 저의 경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스캔 앱을 통해 PDF로 변환 후 클라우드와 아이패드에 각각 저장했습니다. 번거롭긴 했지만, 이 작업이 이후 해외와 지방에 있는 동안에도 논문 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c. 오프라인에서 a.와 b. 과정을 마쳤다면 온라인에서 도서관에 등록된 전자 저널 사이트(RISS, DBpia, KISS 등)를 제대로 활용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각 사이트의 차이를 잘 모르고 익숙한 곳만 사용하다가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검색어를 통해 논문에 필요한 ‘학위 논문’, ‘학술 논문’ 등을 최대한 확보해서 파일 저장은 물론이고 가능하면 인쇄해서 분류만 잘해 놓아도 논문 작성의 절반은 마친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작업으로 각 전자 논문 사이트에 익숙해진다면 졸업 이후 설교 준비를 비롯한 여러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d. 지도 교수님을 정하셨으면, 교수님께서 앞서 지도하신 논문들을 미리 충분히 살펴보는 게 큰 도움이 됩니다.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RISS'에 접속한 후 검색창 하단에 ‘학위논문’에 체크한 후 '지도교수 OOO'를 입력하시면 해당 교수님께서 지도하셨던 학위 논문의 원문 PDF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 논문들을 두루 살펴보시면 공통된 방법론과 형식 등을 발견하여 시행착오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dbpia등의 전자 저널 사이트를 통해 교수님이 ‘장신논단’과 ‘한국기독교신학논총’을 비롯해 각 전공학회에서 발간하는 주요 학술 저널에 직접 기고하신 논문들을 찾아보는 것도 매우 유용합니다. 이를 통해 교수님이 비슷한 개념을 표현하는 여러 학술어 중 어떤 단어를 선호하시는지, 최근 연구 동향에 대한 입장이 어떠하신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 읽어야(in-put) 써지는 게(out-put) 지극히 자연스러운 순리입니다. 앞서 언급한 방법으로 얻은 자료를 틈나는 대로 부지런히 읽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모든 내용을 정독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발췌독, 속독하며 반드시 밑줄 긋고, 메모하면서 읽히시길 바랍니다.

6. 작성 중

a. 논문 파일은 하나 보다는 장(chapter)별로 파일을 나누어 동시에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혹시나 파일에 오류가 생길 경우 위험을 분산할 수도 있고 그때그때 관심 있는 장에 내용을 보충하기도 편합니다.

b. 이미 상식이 되었지만, 아직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네이버 클라우드나 드롭박스 등 본인 편하신 서비스를 이용하여 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졸업논문에 필요한 파일 정도는 무료 제공 용량으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갑작스러운 컴퓨터 고장 등으로 지금까지 수고를 한 번에 날리는 낭패를 막을 수 있습니다.

c. 장신대 석사 논문은 60쪽 이상의 분량을 요구합니다. 목차가 확정되었다면 마치 설계도를 구상하듯이 장별로 기본적으로 작성할 분량을 미리 배분하는 게 좋습니다.

d. 장신대 출판부에서 발행한 '표준논문작성법'을 늘 곁에 두고 틈틈이 정독해야 합니다. 논문 형식을 쉽게 생각하고 임의로 작성했다가는 나중에 만만치 않은 수정작업을 해야 합니다.

논문 기본 형식은 물론이고 각주와 참고문헌을 포함한 방법론을 충분히 숙지하는 게 중요하고, 특별히 2장의 '논문의 형식 작성' 부분은 2~3부 복사해서 사무실과 집 컴퓨터 등 여러 곳에 두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e. 국립국어원 누리집(www.korean.go.kr)에 있는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해설'과 '문장 부호 해설'을 숙지하시면 정확한 우리말 사용을 통해 논문의 질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간결한 내용이지만 시중에 있는 국어 관련 서적보다 더욱 명쾌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f. 때때로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가급적 빨리 논문을 마치도록 스스로 다그칠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힘에 부칠 때는 여유를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럴 때는 잠시 작성을 멈추고 충분히 휴식을 하며 연구주제가 자신에게 주는 '흥미'와 '재미'를 다시 발견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논문과 관련된 쉽고 좋은 글과 강연을 편하게 두루 찾아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7. 교정

a.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 생각 안에 갇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공적인 글일 경우 더더욱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작성 중 틈틈이 같은 교회에서 동역하는 목사님 등을 비롯한 해당 전문 지식이 있는 분들에게 읽어 달라고 부탁하는 게 좋습니다.

b. 부산대학교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http://speller.cs.pusan.ac.kr/)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예전에는 아래아한글의 맞춤법 자동 검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교 안 될 정도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데다 문법 오류도 교정해줍니다.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분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웹브라우저에 즐겨찾기를 해두고 작성 중 틈틈이 이용하는 것을 습관화하시길 권합니다.

c. 논문 초고가 완성된 이후에는 반드시 여러 권으로 미리 출력하여, 해당 전공이나 국어에 능숙한 사람에게 읽고 조언해 달라고 부탁해야 합니다. 제 경우 교회 청년 한 명에게 귀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종 완성 후 계속 발견하는 오타와 오류를 확인하며 두 명 이상 복수로 부탁하지 못한 걸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d. '구술심사' 후 지적사항을 반영하여 수정을 마치면 1차 완성이 끝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전에 열심히 교정해도 계속 수정할 내용이 보이실 겁니다. 가능한 한 계속 출력해서 시간 나는 데로 집중해서 검토해야 후회가 없습니다.

8. 제출

a. 모든 절차를 마치고 인쇄소에 제본하기 전 온라인 논문 사이트인 'D-collection'에 논문 업로드를 해야 합니다. 사전에 매뉴얼을 잘 숙지하시면 혼란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b. 디콜렉션 업로드 이후에도 맞춤법 등 수정사항이 보여 아쉬울 겁니다. 하지만 마지막 수정 기회가 있습니다. 보통 처음 몇 번은 ‘반송’ 처리되기 마련입니다. 그때 지적 사항 외에도 내용을 고친 논문을 재 업로드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완료처리 되면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종완료 전까지 끝까지 비문과 오타 등을 계속 확인하는게 좋습니다.

9. 그 외

a. 인쇄 개수를 고민해야 합니다. 도서관 제출용 3권 지도교수님과 부심 2분께 드릴 3권을 비롯해 본인 보관, 가족과 친구에게 총 몇 권을 줄지 미리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예의상 주긴 했지만 받는 쪽이 오히려 짐스러워할 수도 있고 부담될까 봐 주지 않았는데 서운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꼭 드려야 할 분을 미리 정리해 두고 제본을 조금 넉넉히 하시는 게 좋습니다.

b. 수고에 대한 보상을 아끼지 마세요. 시간이 허락된다면 자축의 의미로 가족과 여행을 가시거나, 여의치 않다면 좋은 곳에서 식사라도 하시길 바랍니다. 그마저도 어렵다면 혼자 조용한 카페에서 논문을 다시 살펴보며 자신에게 축하를 건네시기 바랍니다. 쉽지 않은 갈등과 한계를 이겨내고 졸업 논문을 작성했다면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합니다.

10. 나가며

위와 같이 장신대 일반대학원 석사 논문 기준으로 작성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미흡하나마 정리해 보았습니다. 글을 시작하며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석사 학위를 받기에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지만 김진명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고마운 분들의 과분한 격려 덕분에 겨우 공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쓴 이 글이 누군가에게 미미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신 분들, 갈등 속에 코스웍 과정을 보내고 계신 분들, 힘겨운 한계에 부딪히며 논문을 작성하시는 분들께 건투를 빕니다. 부디 참 지혜와 지식의 하나님께서 여러분 모두의 앞길에 선한 빛을 비추시길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2019년 8월 9일 달구벌에서, 정대진 삼가 드림


댓글 2개:

  1. 수고많으셨네요.. 읽는 내내 석사 과정의 역경이 느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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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답글 감사합니다.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혹시 논문 작성중이시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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