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냐 3장 14~20절 "없는 듯 계신 주님"

삼덕교회 금요기도회, 2019년 9월 2일, 정대진 목사

스바냐 3장 14~20절 "없는 듯 계신 주님"

14 시온의 딸아 노래할지어다 이스라엘아 기쁘게 부를지어다 예루살렘 딸아 전심으로 기뻐하며 즐거워할지어다

15 여호와가 네 형벌을 제거하였고 네 원수를 쫓아냈으며 이스라엘 왕 여호와가 네 가운데 계시니 네가 다시는 화를 당할까 두려워하지 아니할 것이라
16 그 날에 사람이 예루살렘에 이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시온아 네 손을 늘어뜨리지 말라
17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
18 내가 절기로 말미암아 근심하는 자들을 모으리니 그들은 네게 속한 자라 그들에게 지워진 짐이 치욕이 되었느니라
19 그 때에 내가 너를 괴롭게 하는 자를 다 벌하고 저는 자를 구원하며 쫓겨난 자를 모으며 온 세상에서 수욕 받는 자에게 칭찬과 명성을 얻게 하리라
20 내가 그 때에 너희를 이끌고 그 때에 너희를 모을지라 내가 너희 목전에서 너희의 사로잡힘을 돌이킬 때에 너희에게 천하 만민 가운데서 명성과 칭찬을 얻게 하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먼저 준비한 동영상 보시겠습니다. 내용 중에 이 자리에 적절하지 못한 다소 과격한 대사가 있는 점을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립니다.

재밌게 보셨나요?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어린 자녀를 키워보신 분들은 충분히 공감하셨을 겁니다. 저는 머지않아 직접 겪을 일이라 마냥 웃기지만은 않았습니다. 방금 본 영상은 2006년 미국에 방영되어 많은 인기를 불러 모은 시트콤 “럭키루이”(Lucky Louie)의 첫 회, 첫 장면입니다. 저 역시 별 생각 없이 보면서 크게 웃다가 끝부분에서 가슴 아픈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호기심 왕성한 어린 딸의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된 “왜?”라는 질문을 마침내 끊어낸 아버지의 마지막 대답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죽어서 그래”

궁금해서 대본을 찾아보았습니다. 정확한 대사는 이렇습니다. “하나님이 죽어서 우리만 남겨졌기 때문이야.” (Cause God is dead and we're alone) 이 얘기를 들은 딸 루시는 전혀 의문을 제기 하지 않고 지금껏 언제 그랬냐는 듯 흔쾌히 "Okay!"라고 대답합니다. 

어린 아이도 금세 이해할 만큼, 하나님이 죽어서 고통과 절망 가운데 사람들만 덩그러니 내버려 둔 세상. 이것이 바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시트콤을 통해 드러난 지난 이천년대 중반 미국의 자화상입니다. 오랫동안 미국은 거대한 힘과 돈에 취해 하나님이 자신들에게만 특별한 복을 주셨다고 전 세계 앞에 자신만만해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샌가 정치와 경제가 점점 극심한 위기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미국 국민들은 이 코미디에 담긴 쓰라린 풍자들에 헛헛하게 웃음 지었습니다.

그렇다면 2019년 대한민국 대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하나님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구체적으로 묻는다면, 하나님과의 거리감은 과연 어떠하십니까? 주님을 늘 가까이 경험하고 계십니까? 아니면 연거푸 찾아드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 끊임없이 아버지 하나님을 향해 “왜?”냐고 따져 묻지는 않으십니까? 더 나아가 주님께서 우리만 이 세상에 버려두고 떠나거나 심지어 죽었다고 생각될 때는 없으십니까?


그렇다면 본문 속 예언자 스바냐가 마주한 그 시대의 절망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으로부터의 “버림받음”에 대한 공포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스바냐서의 중심 주제가 “주님의 날”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는 유난히 “주님의 날”을 강조하였습니다. 스바냐 1장 7절과 14절 제가 읽어드리겠습니다.

7 주 여호와 앞에서 잠잠할지어다 이는 ‘여호와의 날’이 가까웠으므로 여호와께서 희생을 준비하고 그가 청할 자들을 구별하셨음이니라

14 ‘여호와의 큰 날’이 가깝도다 가깝고도 빠르도다 ‘여호와의 날’의 소리로다 용사가 거기서 심히 슬피 우는도다

이러한 “주님의 날”은 한 마디로 하나님께서 승리하시는 날입니다. 이 시대 이스라엘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주변의 모든 강국들을 하나님께서 직접 무찌르시고 찬란한 영광과 위엄을 선언하시는 그날을 간절히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런 백성들의 기대에 맞춰 거짓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승리가 머지않았다며 그들의 욕망을 부추겼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주님의 날’은 당장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화려한 구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그들은 위기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올바로 깨달으려 하기 보다는 자기들 입맛에 맞게 왜곡해서 현실을 잊고 진리를 외면하게 하는 또 다른 방패로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스바냐는 그들과 전혀 다른, 참된 하나님의 말씀을 외쳤습니다. 그는 주님의 날에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심판은 이방민족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거룩한 성 예루살렘에 사는 유다 백성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거침없이 외쳤습니다.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교만에 빠진 그들에게도 주님의 심판이 똑같이 향해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성경은 절대로 우리에게 진솔한 회개가 없는 막연하고 모호한 희망을 말하지 않습니다. 주님의 무한한 은혜와 사랑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향하지만 구원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 엄중한 진리 앞에 모든 교만을 내려높고 겸손히 엎드려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마다 안전하다고 믿는 신앙의 틀 안에 숨는 오만함에 분노하십니다. 온갖 탐욕을 정당화하는 모든 추악함을 여지없이 깨뜨리십니다. 그럴 듯한 종교행위와 궤변으로 눈부시게 쌓아올린 성탑을 주저 없이 무너뜨리십니다. 

그래서 마침내 끝내 회개하지 않은 유다백성들에게 진정한 주님의 날이 찾아와 예루살렘 성전이 바벨론 군대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지고야 말았습니다. 이와 같은 이스라엘의 역사를 마음 깊이 되새겨야 합니다.


지난 7월 미국에서 ‘그리스도 대성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톨릭 예배당의 거대한 축성식(祝聖式)이 있었습니다. 무려 1,500억원이상의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새로 단장한 성당 공사를 기념하는 행사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성당 건물이 원래 개신교 교회 소유였다는 사실입니다. 그 교회가 파산해서 결국 예배당을 내놓자 미국 천주교회가 사서 재공사를 한 후 성당으로 바뀌었습니다.

전 세계의 관심을 끌어 모은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단지 어느 한 대형 교회의 심각한 재정 악화 때문이 아닙니다. 어려운 상황으로 예배당을 팔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엄밀히 말해 숫자는 교회를 평가하는 바른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중세 유럽교회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때로는 교인 수와 헌금이 급격히 늘어난 원인이 오히려 교회의 타락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부득이 건물을 내 놓을 정도로 가난해진 것이 그 교회로서는 이루 말 할 수 없는 은혜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파산이 아니라 거기에 이르게 된 과정을 주목해야합니다. 그 교회는 1950년대 중반, 미국에서 대표적으로 부유한 지역인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 설립되었습니다. 그 교회를 개척한 목사님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목회원칙 있었습니다. 바로 맹목적인 ‘교회 성장’입니다. 

물론 믿지 않는 사람들을 전도해서 교회로 불러 모으는 일은 무척 귀중한 사역입니다. 문제는 불신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복음을 왜곡시킨 데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교회 담임 목회자가 유독 강조하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면 ‘가능적 사고’라고 할 수 있는 ‘possibility thinking’입니다. 그는 자신의 설교와 저서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마침내 이룰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당시 미국 중산층의 욕망을 자극시키며 굉장한 호응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커다란 교회를 이루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4천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화려하고 거대한 예배당을 지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시듯, 온통 유리로 지어졌기 때문에 실내에 있으면서도 마치 야외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게 특징입니다. ‘수정 성전’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그동안 그 교회 담임 목사가 수 없이 부르짖은 성공 신화와 번영 신학의 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이 하나님 앞에 지극히 무능하고 무지한 죄인이라는 진리가 감추어졌습니다. 초라함과 비참함을 무릅쓰고 기꺼이 낮아지고 희생하며 섬기라는 주님의 십자가 복음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제가 비난하기 위해 과장하는 게 아닙니다. 그 담임목사가 자신의 책에서 서슴없이 내세우는 주장에 따른 자연스런 결론입니다.

시간이 흘러 그 교회의 화려한 성공을 일군 주인공은 은퇴하며 담임 자리를 아들에게 세습하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뜻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해고하고 딸에게 물려주었습니다. 그 후 딸들과 사위들은 출판사와 이벤트 회사 등 그 교회가 소유한 여러 사업체들을 방만하게 경영하였습니다. 그 결과 교회 재정이 심각하게 악화되어 마침내 파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전 세계에 자랑했던 눈부신 교회 건물을 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 편 그 와중에도 담임목사 일가가 무려 21억의 거액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거센 지탄을 받았습니다.

다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단지 커다란 교회에 닥쳐온 경제적 실패가 아닙니다. 그 대신 복음을 끔찍하게 왜곡하면서까지 쌓아올린 탐욕의 성벽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 거룩하신 주님의 이름을 함부로 들먹이며 잠시 이룬 눈부신 업적과 성공을 마침내 허무하게 무너뜨리는 준엄한 심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외적의 침입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아 나라가 몰락할지 모른다는 불안 가운데 말씀을 왜곡했던 유다 백성들을 통해 우리가 철저히 마음 깊이 새길 교훈입니다. 그들은 잠잠히 진리를 따르기 보다는 웅장한 예루살렘 성전을 욕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안심하며 자기들 입맛에 맞는 주님의 날을 기대했습니다.

지금 스바냐가 예언 활동을 하고 있던 시대는 동족인 북이스라엘이 앗시리아 제국에 의해 패망한 다음입니다. 그 이후에 등장한 남유다 왕 히스기야가 눈부신 갱신운동을 벌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므낫세와 아몬의 악독한 통치로 개혁의 성과는 완전히 사라지고 나라의 근간이 철저히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때 유다 온 땅에 우상숭배는 횡행했고 지배층의 부패와 타락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러다 겨우 8살의 어린 요시야가 왕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나라 외적으로는 고대 서아시아 질서의 한 축을 차지했던 앗시리아가 신흥 제국 바벨론에 의해 차츰 쇠약해져 갔습니다. 그래서 격변하는 국제 정치 속에서 약소국 유다는 이웃 나라들의 눈치를 숨죽여 살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유다가 국내외적인 온갖 불안요소로 크나큰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스바냐는 막연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주위의 거짓 예언자들처럼 적당히 타협하고 복음을 왜곡해서 자기 살길만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유다도 예외 없는 전 우주적인 심판이 이루어지는 진정한 “주님의 날”을 거침없이 외쳤습니다. 이것은 백성들의 보편적인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잔인한 선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엄혹한 스바냐의 예언이 그 결론에 이르러 전혀 다른 어조의 놀라운 구원 선언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 말씀입니다.

17절 말씀 다함께 한 목소리로 읽겠습니다.

17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

이 말씀은 성경 전체에서 당신의 자녀들을 향한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가장 격정적으로 묘사한 구절입니다. 이러한 17절 말씀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내용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는 하나님께서 절망과 불안 속에 신음하는 유다 백성과 함께 하고 계시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로 조금 애매하게 번역된 히브리어 <기뽀르 요쉬아>는 직역하면 “구원의 용사”라는 뜻입니다. 즉, 하나님께서는 유다에 “구원의 용사”로 오셔서 마치 ‘하나님이 죽고 안 계시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든 어둡고 비극적인 상황으로부터 건져주시고 살리십니다. 이것이 바로 예언자 스바냐를 통해 유다와 우리를 향해 주시는 생명의 말씀입니다.

한편으로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불과 3장 밖에 되지 않는 적은 분량의 스바냐서 거의 대부분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유다를 향한 엄중한 심판과 경고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에 이르러 예언자는 갑자기 하나님의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합니다. 이 모습이 모순적으로 보이지 않으십니까? 하나님은 과연 심판하시는 분이실까요? 아니면 구원하시는 분이실까요? 주님께서는 진정 당신의 자녀들을 내버려두고 멀리 떠나 계신 분이실까요? 아니면 항상 함께하시는 분이실까요?

바로 여기에 성경 구절을 반드시 전체 맥락에서 이해해야할 이유가 있습니다. 본문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고백을 마냥 달콤하게만 들어서는 곤란합니다. 여기서 말씀하신 주님의 구원과 임재는 앞에 기록된 심판을 명심할 때 비로소 그 역설적인 진리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거짓이 만들어낸 허상은 있는 듯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그럴듯하게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미는데 열중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심판하심으로 구원하시며 없는 듯이 함께 계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주님의 날”을 선언하시고 북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결국 남유다 역시 외국 군대에 의한 처참한 살육을 겪게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님의 분명한 임재를 상징하는 예루살렘 성전을 완전히 무너뜨리셨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그들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시고 외면하시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가차 없이 심판하실 때에도, 그들의 죄를 엄하게 꾸짖으실 때도, 때때로 당신의 얼굴을 감추실 때에도 여전히 우리를 변함없이 사랑하시고 강한 구원의 용사로 함께 하시는 분이심을 분명히 믿으시길 바랍니다.


설교를 시작하며 함께 본 영상처럼 세상에 대해 막 눈을 뜨고 생각의 근육이 조금씩 자라기 시작하는 어린 아이들은 끊임없이 “왜?”냐고 물으며 질문을 그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은 비단 어린이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온갖 비극과 절망 가운데 모든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대체 왜 이러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왜 지금 이런 상황이 닥쳐왔는지, 왜 그런 사람들과 부딪혀야 했는지 끊임없이 묻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합니다. 십자가는 온 세상을 향한 주님의 위대한 물음표이자 느낌표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며 울부짖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으로부터의 참혹한 "버림받음"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그 처절한 질문에 하나님은 부활로 대답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침내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리하여 십자가위에서의 버림받으심은 곧 하나님의 명백한 임재를 드러내는 구원의 통로가 되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어떤 사람으로부터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버림받았다고 하소연한 무능력한 패배자라서 자기는 기독교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제가 많이 미숙하고 당황해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 있게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비참하게 홀로 버려지신 까닭에, 그 누구보다 초라하게 실패하셨기에 오히려 그분만이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가 되신다고 말입니다. 오직 주님만이 오늘도 내면을 할퀴고 지나가는 끝없는 상처와 결핍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아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주님만이 비참한 현실 속에 경험하는 끝없는 추락과 절망 가운데 함께하시고 참으로 일으켜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왜”라는 질문이 쉼 없이 솟아오를 때마다 십자가의 복음을 굳게 붙잡아야 합니다. 십자가로 말미암아 유다도 예외 없는 무시무시한 심판을 예고한 ‘주님의 날’에 담긴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자신이 그 재앙의 한 복판에서 숨을 거두며 참 생명의 복음을 이루셨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통해, 우리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온전히 마주해야 합니다. 환하게 미소 지으시는 주님의 얼굴 한 쪽에 흐르는 눈물이 이 땅의 거친 먼지와 함께 뒤엉켜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드넓은 구원과 임재를 인간의 경험과 느낌으로는 절대 전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전혀 구원받지 못하다고 느낄 때, 하나님이 우리를 완전히 버리셨다고 고통스럽게 토로할 때 그제야 비로소 참된 구원이 함께한다는 진리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승리의 용사이신 하나님, 우리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지금도 없는 듯이 항상 함께 하십니다. 그리고 반드시 다시 오십니다.


본문 16, 17절을 공동번역 성경으로 다시 읽어드리며 설교를 마치겠습니다.

“그 날이 오면, 예루살렘에 이렇게 일러주어라. '시온아, 두려워 마라. 기운을 내어라. 너를 구해 내신 용사 네 하느님 야훼께서 네 안에 계신다. 너를 보고 기뻐 반색하시리니 사랑도 새삼스러워라. 명절이라도 된 듯 기쁘게 더덩실 춤을 추시리라.'”


기도
구원의 용사이신 하나님
때때로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이 어둡고 혼탁한 세상에 우리만 외롭게 내버려 두시고 멀리 떠나버리신 것처럼 느껴질 때도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 우리의 경험과 느낌과는 관계없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기뻐하시는 주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참된 승리를 거두게 하시려 이미 오셨고 다시 오고 계심을 믿습니다. 주님의 기쁨과 승리를 믿으며 참된 희망을 날마다 힘써 전하는 우리 모두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역설의 구원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참고문헌>
김명혁. "로버트 슐러의 목회와 목회 원리 평가." 『신학정론』, 4(2), 1986.11, 285-302.

이은혜. "번영신학 상징 美 수정교회, 가톨릭 성당으로." 『뉴스앤조이』, 2019.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