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1일 목요일

마태복음 8장 23~34절 "예수님은 누구신가?"

2019년 1월 31일, 목, 삼덕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마태복음 8장 23~34절 "예수님은 누구신가?"

23 배에 오르시매 제자들이 따랐더니

24 바다에 큰 놀이 일어나 배가 물결에 덮이게 되었으되 예수께서는 주무시는지라
25 그 제자들이 나아와 깨우며 이르되 주여 구원하소서 우리가 죽겠나이다
26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하시고 곧 일어나사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니 아주 잔잔하게 되거늘
27 그 사람들이 놀랍게 여겨 이르되 이이가 어떠한 사람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가 하더라
28 또 예수께서 건너편 가다라 지방에 가시매 귀신 들린 자 둘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예수를 만나니 그들은 몹시 사나워 아무도 그 길로 지나갈 수 없을 지경이더라
29 이에 그들이 소리 질러 이르되 하나님의 아들이여 우리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때가 이르기 전에 우리를 괴롭게 하려고 여기 오셨나이까 하더니
30 마침 멀리서 많은 돼지 떼가 먹고 있는지라
31 귀신들이 예수께 간구하여 이르되 만일 우리를 쫓아 내시려면 돼지 떼에 들여 보내 주소서 하니
32 그들에게 가라 하시니 귀신들이 나와서 돼지에게로 들어가는지라 온 떼가 비탈로 내리달아 바다에 들어가서 물에서 몰사하거늘
33 치던 자들이 달아나 시내에 들어가 이 모든 일과 귀신 들린 자의 일을 고하니
34 온 시내가 예수를 만나려고 나가서 보고 그 지방에서 떠나시기를 간구하더라


오늘 함께 읽은 본문 말씀은 예수님을 따라 함께 배에 오른 제자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들이 지나는 갈릴리 호수는 ‘바다’로 불릴 정도로 굉장히 큰 면적을 가졌습니다. 따라서 마냥 한가롭고 한적한 곳이 아니라 풍랑도 종종 일어나는 위험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자들의 마음에는 불안보다 설렘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이번 주에 계속 함께 읽은 바대로 마태복음 8장에는 어느 악성피부병 환자, 백부장의 하인, 베드로의 장모를 비롯한 각종 치유 사건으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 생생한 기적의 현장에 있었던 제자들은 자신들의 일생을 걸고 따른 예수님의 능력에 심취하였습니다. 따라서 비록 지금은 고된 나날이 이어지지만 언젠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왕이 되셨을 때 충분히 보상을 받을 거라 기대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부푼 가슴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24절에 기록된 바와 같이 바로 호수에 불어 닥친 큰 놀입니다. 여기서 ‘놀’로 옮긴 헬라어 단어는 다른 본문에서 ‘지진’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불과 2년 전에 우리는 큰 지진을 경험했습니다. 그 기억을 떠올려 보신다면 마치 지진으로 거세게 흔들리는 것 같은 물결 위를 배로 지났던 제자들의 공포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그 혹독한 자연 현상보다 더 그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바로 그 혼돈스러운 상황에도 태연히 잠들어 계신 예수님입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제자들의 두려움에는 아무런 관심 없으신 듯 배 한 쪽에서 깊은 잠에 빠져 계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을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이 과연 어떠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그들처럼 주님을 실망스런 눈길로 바라본 적은 없으십니까? 주님과 함께 걷는 인생 여정 가운데 늘 평안하기만 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풍랑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 거센 파도보다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의 침묵입니다. 기독교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극적인 간증처럼 모든 고난이 제 때, 잘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아무리 예수님께 간절히 부르짖어 보아도 마치 우리를 버리고 잠들어 계신 것 같은 배신감에 사로잡힐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럴수록 주목해야 할 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예수님의 모습이 아니라 그분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26절 다함께 읽겠습니다.

26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하시고 곧 일어나사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니 아주 잔잔하게 되거늘

제자들의 애원에 자리에서 일어나신 주님은 그들의 작은 믿음을 무심히 질책하시고 바람과 바다를 꾸짖어 잔잔하게 하셨습니다. 이를 통해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예수님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바로 바람과 바다를 다스리시는 전능하신 창조주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거친 파도 가운데 반드시 명심해야 할 믿음의 내용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에는 함께 열광했지만 그 안에 담긴 창조의 섭리는 올바로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정작 인생의 위기 가운데 주님께서 자신들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여 주기만 바랄 뿐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동요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상황에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은 저를 포함해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본문이 폭로하는 그들의 불신앙의 실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불신입니다.

제자들에게 있어 흉포한 바람과 파도는 자신들을 위협하는 거대한 악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하나님과 함께 천지창조를 이루신 예수님의 시선에 그 험난한 상황 역시 말씀 앞에 굴복할 피조세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시련이 찾아올 때, 더욱 주님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눈앞에 펼쳐진 참담한 상황이 당장 물러가길 바라기 보다는 그 모두가 창조주 하나님의 손길 안에 있음을 보다 신뢰하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그 고통과 좌절 중에 더욱 빛나시는 주님의 진정한 은혜 가운데 삶을 내어 드리는 모두가 되시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이어지는 28~34절은 가다라 지방에 살았던 귀신들린 두 사람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그 둘은 무덤가에 살며 동네 사람들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자신들 앞에 선 예수님의 존재만으로 두려워 떨며 굴복하였습니다. 이 때, 그들이 주님을 향해 외친 말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29절 다함께 읽겠습니다.

29 이에 그들이 소리 질러 이르되 하나님의 아들이여 우리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때가 이르기 전에 우리를 괴롭게 하려고 여기 오셨나이까 하더니

비슷한 내용이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 약간 상이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각 복음서의 초점이 서로 다른 까닭입니다. 또한 마태복음의 분량과 표현이 상당히 압축적입니다. 이러한 표현 형식에 담긴 의도는 분명합니다. 바로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에 독자들이 집중하게 하는 것입니다.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예수님께서는 귀신들도 인정하고 굴복하는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이것은 주님을 단지 ‘귀신을 쫓아내는 능력자’로 이해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존재와 정체성에 비교할 때, 귀신을 쫓아내는 능력 자체는 지극히 지엽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저마다 겪는 삶의 어려움 속을 헤쳐 나가기 위해,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놀랍고 신비한 기적이 눈앞에 일어나길 바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바로 아는 것입니다. 즉, 이 땅에서 주님께서 보이신 행동보다 그분의 정체성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장 나에게 어떤 이익과 이득을 주는 지, 나의 헌신에 어떤 식으로 보상해 주며, 나의 결핍과 필요를 어떻게 채워주는 지를 따지기 보다는 그분의 존재 자체를 말씀을 통해 더욱 주목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창조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지극히 연약하고 무능한 인간의 생각과 경험과 이해를 완전히 초월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삼덕교회 성도 여러분,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할 때, 사납게 달려드는 인생의 파도를 마주할 때, 악한 세력에게 무력하게 짓밟힐 때, 살아계신 주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기도해도 즉각 우리가 원하는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성경에 계시된 무한한 사랑의 하나님께서 그 모든 아픔과 절망을 넘어서는 참된 생명으로 날마다 이끌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주님의 손길을 신뢰하며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가장 중요한 목적인 십자가와 부활을 가슴에 새기며 모든 삶의 순간마다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로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