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일 화요일

신명기 11장 13~21절 "말씀을 따르는 이들에게"

2020년 4월 29일, 포항제일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신명기 11장 13~21절 "말씀을 따르는 이들에게"

13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하는 내 명령을 너희가 만일 청종하고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여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섬기면

14 여호와께서 너희의 땅에 이른 비, 늦은 비를 적당한 때에 내리시리니 너희가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을 얻을 것이요
15 또 가축을 위하여 들에 풀이 나게 하시리니 네가 먹고 배부를 것이라
16 너희는 스스로 삼가라 두렵건대 마음에 미혹하여 돌이켜 다른 신들을 섬기며 그것에게 절하므로
17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진노하사 하늘을 닫아 비를 내리지 아니하여 땅이 소산을 내지 않게 하시므로 너희가 여호와께서 주신 아름다운 땅에서 속히 멸망할까 하노라
18 이러므로 너희는 나의 이 말을 너희의 마음과 뜻에 두고 또 그것을 너희의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고 너희 미간에 붙여 표를 삼으며
19 또 그것을 너희의 자녀에게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하고
20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하라
21 그리하면 여호와께서 너희 조상들에게 주리라고 맹세하신 땅에서 너희의 날과 너희의 자녀의 날이 많아서 하늘이 땅을 덮는 날과 같으리라


어제 함께 읽은 신명기 11장 전반부는 하나님을 진실하게 사랑하며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이들에게 주시는 복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것은 신명기 전체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신명기의 신앙을 계승하는 이스라엘 역사서들을 이해하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만큼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주어질 복은 구약성경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오늘 본문은 그런 복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14~15절 다시 한 번 다함께 읽겠습니다.

14 여호와께서 너희의 땅에 이른 비, 늦은 비를 적당한 때에 내리시리니 너희가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을 얻을 것이요 15 또 가축을 위하여 들에 풀이 나게 하시리니 네가 먹고 배부를 것이라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를 휩쓸고 있는 공포와 불안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바로 ‘농사’라는 매우 낯선 삶의 방식입니다. 오랜 세월 광야를 떠돌며 유목민으로 지내온 그들이 이제는 정반대로 농민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 평생 직장생활만 하다가 갑자기 사업체를 경영하게 된다면 너무나 큰 염려에 빠질 것입니다. 반대로 자유로운 환경의 자영업에 종사하다가 엄격한 분위기의 조직 생활을 해야 한다면 역시 크나큰 부담감에 빠질 겁니다. 직업은 단순히 밥벌이의 수단이 아니라 세계관과 가치관의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농사는 자연을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아무리 힘들게 땀을 흘려 밭을 갈고 씨를 뿌려도 햇볕과 바람과 비가 적당하게 땅을 스쳐가지 않는 다면 제대로 결실을 얻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농사를 짓는 다는 것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사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농경국가에서 각종 제사가 발달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모세는 가나안 기후에서 농사에 매우 중요한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정확히 언급합니다. 적도 주변 대부분의 지역들이 그러하듯이 가나안 땅도 계절이 우기와 건기로 나누어집니다. ‘이른 비’는 10~11월에 내려 메마른 땅을 적셔 경작을 가능하게 하는 비입니다. ‘늦은 비’는 3~4월에 내려 곡식의 성장을 돕는 비입니다. 

이렇게 모세는 농사에 필요한 자연의 도움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였습니다. 여기에 담긴 의도는 분명합니다. 온 우주를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 가까이에 실제적으로 돌보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하늘위에 둥둥 떠다니시며 이스라엘의 종교생활에만 관심을 두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모호한 관념과 철학 속에 몸을 숨기시지도 않으십니다. 그 대신 일상 한 복판에 찾아오시어 당신의 뜻을 세밀하게 이루시는 분이십니다.

바로 그 하나님이 오늘 하루도 우리의 삶을 돌보심을 반드시 믿으시길 바랍니다. 물론 그 이른 비와 늦은 비가 우리가 기대하는 때에 원하는 양만큼 오진 않습니다. 때때로 하나님은 우리의 아픔과 결핍에 무관심한 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과 계산을 넘어서는 하나님 고유의 우주의 달력 가운데 가장 정확한 때에 합당한 이른 비와 늦은 비로 저마다의 삶을 이끌어 가심을 신뢰하시길 축복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복 이면에는 주님께 불순종하여 받을 벌에 대한 엄중한 경고도 함께 존재합니다. 16~17절 다시 한 번 다같이 읽겠습니다.

16 너희는 스스로 삼가라 두렵건대 마음에 미혹하여 돌이켜 다른 신들을 섬기며 그것에게 절하므로 17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진노하사 하늘을 닫아 비를 내리지 아니하여 땅이 소산을 내지 않게 하시므로 너희가 여호와께서 주신 아름다운 땅에서 속히 멸망할까 하노라

하나님께서 말씀에 순종하는 이들에게 복을 주시고, 불순종 하는 이들에게 벌을 주신다는 신명기의 핵심 주제가 이 두 구절에 잘 녹아 있습니다. 만약 이스라엘이 자기들 눈에 그럴듯한 화려한 우상들 앞에 절하고 그 신들이 자신들의 농사를 도와주리라 믿는다면 너무나 어리석고 무모한 행동입니다. 바알과 아세라는 사람들이 탐욕으로 빚어낸 허상일 뿐 이스라엘에게 조금의 도움도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스라엘은 앞서 읽은 14~15절과는 정반대로 농사에 필요한 적절한 비가 내리지 않고 결실을 얻지 못하는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역시 이른 비와 늦은 비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문자적으로 이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진실하게 하나님을 믿고 따르지만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고난을 겪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욥의 친구들처럼 누군가의 힘겨운 상황을 두고 그가 저지른 죄의 결과라고 함부로 단정 지어서는 더더욱 곤란합니다.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복과 마찬가지로 심판 역시 더 넓고 깊은 뜻 가운데 가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우리 생각에 이해되는 방식으로 심판이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안이하게 생각하거나 자신의 죄를 합리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때때로 결핍이 은혜일 수 있듯이 풍요가 저주일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하나님 아닌 다른 무언가를 섬긴다는 그 자체가 곧 심판임을 명심하며 스스로를 깨우쳐야 합니다.


그러므로 모세는 이처럼 재앙의 길에서 벗어나 복의 길을 향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18~20절 다같이 읽겠습니다.

18 이러므로 너희는 나의 이 말을 너희의 마음과 뜻에 두고 또 그것을 너희의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고 너희 미간에 붙여 표를 삼으며 19 또 그것을 너희의 자녀에게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하고 20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하라

모세는 자신이 전한 하나님의 말씀을 이스라엘이 마음에 새기기 위해 손목에 매거나 눈썹 사이에 붙일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집 문설주와 바깥문에 기록하라고 명령합니다. 실제로 오늘날 유대인들도 ‘메주자’로 불리는 상자에 신명기 6장 5절 구절을 넣고 현관에 붙여놓습니다. 

물론 이러한 행동을 문자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안에 담긴 말씀을 향한 진실한 열망을 따를 필요가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이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나를 살리는 유일한 진리임을 분명히 믿고 고백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록된 말씀인 성경을 늘 가까이 하기에 힘써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신앙을 전해주는 일을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야말로 사랑하는 아들, 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설교를 정리하겠습니다. 가나안 입성을 앞둔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모세는 오직 하나님만을 사랑하여 그분의 말씀을 실천할 것을 거듭 명령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축복과 심판이 찾아 올 것임을 ‘이른 비와 늦은 비’라는 일상속의 생생한 예를 들어 설명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만이 나의 삶을 가꾸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고백하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말씀을 더욱더 굳게 붙잡고 그 안에 머물고 또 전하며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