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2일 목요일

에스더 4장 15~16절 "비장함을 넘어서"

2020년 10월 15일, 포항제일교회 새벽기도회, 목사 정대진
에스더 4장 15~16절 "비장함을 넘어서"

15 에스더가 모르드개에게 회답하여 이르되 16 당신은 가서 수산에 있는 유다인을 다 모으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되 밤낮 삼 일을 먹지도 말고 마시지도 마소서 나도 나의 시녀와 더불어 이렇게 금식한 후에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죽으면 죽으리이다 하니라


에스더는 비장한 책입니다. 여기에는 거대한 제국에서 일어난 암투가 담겨 있습니다. 비열한 권모 술수가 오가고 약소민족을 향한 학살이 계획됩니다. 그 숨막히는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결코 약해져서는 안됩니다. 특히나 공동체의 운명을 책임진 리더는 막중한 사명감으로 눈을 부릅뜨게 됩니다. 때문에 이 책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는 바로 ‘비장함’입니다.

그런 비장함이 가장 절정에 이른 장면이 방금 함께 읽은 본문입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고위 관료 하만은 모르드개가 자신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그의 민족인 유다 백성들을 몰살시키는 잔인한 음모를 꾸밉니다. 이를 알게 된 모르드개는 자신이 딸처럼 키운 친척이자 지금은 왕후가 된 에스더에게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궁궐이라는 안전한 울타리에 숨어있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합니다. 왕비가 된 부르심의 이유가 바로 이 위기를 넘기는 역할을 하는데 있음을 분명히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러자 에스더는 자신이 사명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도록 온 유다인들이 삼일간 함께 금식하도록 요청하였습니다. 그 후 위험을 무릅쓰고 황제에게 찾아갈 계획을 밝힙니다.

그런 다음 이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을 남깁니다. 바로 “죽으면 죽으리이다.”입니다. 이렇듯 목숨을 건 비장한 사명감은 우리에게 많은 울림과 도전과 감동을 줍니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를 살아갈 때 더욱더 그러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폐해를 낳기도 합니다. 바로 비장함의 과용입니다. 굳이 특정 단체를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모험감과 극단적인 만용으로 평온한 일상을 짓밟는 신앙훈련 혹은 선교행태를 종종 보게 됩니다. 오만한 자기의에 빠져 거창한 업적을 이루려다 정작 하나님 나라를 모독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에스더의 겉모습만을 볼 뿐 그 심층에 있는 하나님을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관련해서 에스더에는 단 한 번도 하나님이 언급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스더가 알려주는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존재하시며 일하시는 분이십니다. 유다백성을 절망에서 구한 참된 실체는 에스더 개인의 담대함이 아니라 없는 듯 계신 주님의 위대한 섭리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에스더는 비장한 성경입니다. 우리는 엄숙한 마음으로 이 안에 담긴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합니다. 동시에 비장함을 넘어서는 참된 진리와 복음을 깨달아 아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오늘 하루도 우리를 지키고 돌보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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