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0일 화요일

자기 몫의 공부, 자기 몫의 목회

간혹 구약학 관련 질문을 받는다. 대학원 전공 탓이다. 내 답은 매번 똑같다. ‘잘 모릅니다.’ 겸손해서가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그런 탓에 석사과정을 무려 6년 만에 겨우 졸업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내 서재에는 읽지 못한 전공 책들로 가득하다. 일찌감치 신학의 길에 접어들긴 하지만 최근 연구 동향은커녕 기본적인 개념조차 제대로 모르는 게 많다.

신학만이 아니다. 과학이나 이공계 분야는 완전히 무지하다. 영어 실력은 형편없다. 인문학에 관심은 있지만, 그뿐이다.

따라서 대단한 지적 결과나 깊은 통찰을 얻는 걸 포기한 지 오래다. 그저 ‘자기 몫의 공부’를 꾸준히 이어가길 다짐할 뿐이다.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고 틈틈이 유익한 강의를 경청하여 체득한 지식을 내 안에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길 바란다.

목회 역시 마찬가지다. 21살부터 교육전도사를 시작했다. 제법 오랜 시간 이른바 사역 현장 안에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무능하고 무지하다. 역시 겸손해서가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내 설교의 내용은 지루하고 전달은 답답하다. 사회성이 많이 부족하다. 내 음악 실력은 음치를 겨우 벗어난 정도이다. 비교적 운전을 늦게 시작한 탓에 아직 서툴다. 영상 편집은커녕 PPT도 제대로 못 만든다.

생각하면 할수록 영남 지역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교회들에서 별 탈 없이 목회를 이어온 것 자체가 기적이다. 여러모로 부족한 나를 품어준 동역자들과 교인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따라서 목회에 있어 거창한 업적을 남기거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꿈을 접은 지 이미 오래다. 그저 ‘자기 몫의 목회’를 성실히 감당하길 기도할 뿐이다.

은퇴하는 날까지 여전히 서툰 게 많은 목사일 테지만, 맡겨진 교인들에게 복음에 대한 친근한 안내자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오늘은 목사안수 받은 지 어느새 5주년이 된 날이다. 나에게 앞으로 어떤 날이 펼쳐질지 모르겠다. 늘 막막하고 불안하다. 근거 없는 낙관과 한없는 비관 사이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간다.

그 혼란 속에 마음을 붙잡으려 다짐한다. ‘자기 몫의 공부’를 꾸준히 이어가며 ‘자기 몫의 목회’를 감당해 가는 소탈한 목사가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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