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 실수로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을 열어두고 차에서 내렸다. 밤새 태풍이 몰아쳤다. 다음날 시트가 젖은 차에 올랐다.
둔한 내가 자주 그러듯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것도 대처하는 것도 너무 느렸다. 이틀 지난 어제라도 카센터에 빨리 갔어야 했다는 후회가 몰려오며 심한 자책에 빠졌다.
많은 돈을 지불할 각오를 하고 오늘 블루핸즈를 찾았다. 양심적인 사장님은 뜻밖의 반응을 보이셨다. 괜히 돈 쓸 필요 없다며 이렇게 말씀하신 후 나를 돌려 보냈다.
“별거 아닙니다. 그냥 차 문을 모두 활짝 열고 햇빛에 잘 말리면 됩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위로를 얻었다. 어느새 몸과 마음이 눅눅해진 자신을 향해 읊조린다.
“별거 아니다. 잘 말리면 된다.”
마침, 볕 좋은 가을이다.
2020.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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