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30일 수요일

출애굽기 29장 10~37절 "처참한 거룩"

2021년 6월 22일, 포항제일교회 새벽기도회,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29장 10~37절 "처참한 거룩"

10 너는 수송아지를 회막 앞으로 끌어오고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그 송아지 머리에 안수할지며
11 너는 회막 문 여호와 앞에서 그 송아지를 잡고
12 그 피를 네 손가락으로 제단 뿔들에 바르고 그 피 전부를 제단 밑에 쏟을지며
13 내장에 덮인 모든 기름과 간 위에 있는 꺼풀과 두 콩팥과 그 위의 기름을 가져다가 제단 위에 불사르고
14 그 수소의 고기와 가죽과 똥을 진 밖에서 불사르라 이는 속죄제니라
15 너는 또 숫양 한 마리를 끌어오고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그 숫양의 머리 위에 안수할지며
16 너는 그 숫양을 잡고 그 피를 가져다가 제단 위의 주위에 뿌리고
17 그 숫양의 각을 뜨고 그 장부와 다리는 씻어 각을 뜬 고기와 그 머리와 함께 두고
18 그 숫양 전부를 제단 위에 불사르라 이는 여호와께 드리는 번제요 이는 향기로운 냄새니 여호와께 드리는 화제니라
19 너는 다른 숫양을 택하고 아론과 그 아들들은 그 숫양의 머리 위에 안수할지며
20 너는 그 숫양을 잡고 그것의 피를 가져다가 아론의 오른쪽 귓부리와 그의 아들들의 오른쪽 귓부리에 바르고 그 오른손 엄지와 오른발 엄지에 바르고 그 피를 제단 주위에 뿌리고
21 제단 위의 피와 관유를 가져다가 아론과 그의 옷과 그의 아들들과 그의 아들들의 옷에 뿌리라 그와 그의 옷과 그의 아들들과 그의 아들들의 옷이 거룩하리라
22 또 너는 그 숫양의 기름과 기름진 꼬리와 그것의 내장에 덮인 기름과 간 위의 꺼풀과 두 콩팥과 그것들 위의 기름과 오른쪽 넓적다리를 가지라 이는 위임식의 숫양이라
23 또 여호와 앞에 있는 무교병 광주리에서 떡 한 개와 기름 바른 과자 한 개와 전병 한 개를 가져다가
24 그 전부를 아론의 손과 그의 아들들의 손에 주고 그것을 흔들어 여호와 앞에 요제를 삼을지며
25 너는 그것을 그들의 손에서 가져다가 제단 위에서 번제물을 더하여 불사르라 이는 여호와 앞에 향기로운 냄새니 곧 여호와께 드리는 화제니라
26 너는 아론의 위임식 숫양의 가슴을 가져다가 여호와 앞에 흔들어 요제를 삼으라 이것이 네 분깃이니라
27 너는 그 흔든 요제물 곧 아론과 그의 아들들의 위임식 숫양의 가슴과 넓적다리를 거룩하게 하라
28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아론과 그의 자손에게 돌릴 영원한 분깃이요 거제물이니 곧 이스라엘 자손이 화목제의 제물 중에서 취한 거제물로서 여호와께 드리는 거제물이니라
29 아론의 성의는 후에 아론의 아들들에게 돌릴지니 그들이 그것을 입고 기름 부음으로 위임을 받을 것이며
30 그를 이어 제사장이 되는 아들이 회막에 들어가서 성소에서 섬길 때에는 이레 동안 그것을 입을지니라
31 너는 위임식 숫양을 가져다가 거룩한 곳에서 그 고기를 삶고
32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회막 문에서 그 숫양의 고기와 광주리에 있는 떡을 먹을지라
33 그들은 속죄물 곧 그들을 위임하며 그들을 거룩하게 하는 데 쓰는 것을 먹되 타인은 먹지 못할지니 그것이 거룩하기 때문이라
34 위임식 고기나 떡이 아침까지 남아 있으면 그것을 불에 사를지니 이는 거룩한즉 먹지 못할지니라
35 너는 내가 네게 한 모든 명령대로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그같이 하여 이레 동안 위임식을 행하되
36 매일 수송아지 하나로 속죄하기 위하여 속죄제를 드리며 또 제단을 위하여 속죄하여 깨끗하게 하고 그것에 기름을 부어 거룩하게 하라
37 너는 이레 동안 제단을 위하여 속죄하여 거룩하게 하라 그리하면 지극히 거룩한 제단이 되리니 제단에 접촉하는 모든 것이 거룩하리라


거룩은 처참합니다. 흔히 생각하듯 마냥 아름답지 않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거룩함은 피와 살이 튀는 끔찍한 죽음을 거쳐 이루어집니다. 레위기에 기록된 제사들을 통해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사장은 바로 이러한 하나님의 거룩을 위해 사용되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그 제사장직의 시작인 위임식 때부터 비장한 희생제사가 드려집니다.

어제 읽은 출애굽기 29장 1~9절은 제사장 위임식의 개요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거룩한 사람을 제사장으로 세우시지 않으셨습니다. 연약한 죄인을 제사장으로 위임하여 거룩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본문이 가장 비중있게 다루는 것은 어린 수소 하나와 숫양 둘을 바쳐 진행되는 희생 제사입니다. 먼저 10~14절은 수송아지를 제물로 드린 속죄제를 묘사합니다. 미리 구별하여 준비한 송아지 한 마리를 모세가 회막 앞으로 끌고오면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머리에 안수합니다.

그런 다음 그 송아지를 죽입니다. 그리고 그 피를 네 손가락으로 찍어 제단 뿔들에 바르고 남은 피 전부는 제단 밑에 쏟아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체를 분리하여 내장을 덮은 기름은 제단에 불태우고 고기와 가죽과 대변은 진 바깥에서 불태웁니다. 이것은 레위기 4장에 기록된 속죄제와 같습니다. 얼핏 글로만 볼 때는 무심히 넘기기 쉽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을 천천히 곱씹어 보면 굉장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어서 남은 제물인 숫양 두 마리에도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안수하고 번제를 드립니다. 레위기 1장에 담긴 번제 규정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동물의 피를 제단 주위에 뿌려야 합니다. 숫양을 각 지게 자르고 씻은 다음 제단 위에서 불태워 하나님께 바칩니다. 심지어 그 피를 제사장 옷에 바르게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차근히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세 마리의 짐승들은 대제사장 후보들이 자신의 머리에 손을 얹을 때 자신의 운명을 감지하고 서서히 날뛰기 시작합니다. 시퍼렇게 다가오는 칼끝을 보고 울부짖었습니다. 마침내 커다란 칼이 동물들의 몸을 찔렀고 괴성과 함께 사방에 피가 튀기 시작합니다. 징그러운 내장과 온갖 오물들이 낱낱이 드러납니다.

누구라도 제 정신을 차리기 힘든 끔찍한 살육의 현장입니다. 저절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게 됩니다. 치밀어 오는 구역질을 억지로 참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론은 자연스럽게 절감합니다. 지금 드리는 이 제사는 제사장 위임만을 위한 특별한 사건이 아닙니다. 그가 매일 같이 감당해야할 일상입니다. 이것이 곧 제사장이 평생 짊어져야할 의무입니다. 

이스라엘의 제사장은 순백의 옷을 입고 커튼 뒤에 자신을 감추어 인위적으로 신비감을 조성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화려한 종교제의를 진행하며 사람들의 열광을 억지로 끌어내지도 않습니다. 하나님의 권위를 자기 마음대로 훔쳐 백성들 억눌러서도 안 됩니다. 

그 대신 제사장은 제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처참한 죄의 현실가운데로 자신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삶의 고단한 여정 가운데 드러나는 인간의 나약함과 죄악을 직면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모두를 끌어안으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론의 혈통으로 이어지는 제사장 제도는 오랜 세월이 지나 로마제국의 침략과 함께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제사장으로 부르신 하나님의 참뜻을 외면했습니다. 백성들의 고단한 현실과는 거리를 두고 점점 귀족이자 기득권층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누구보다 앞장서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십자가를 통해 예수님은 영원한 대제사장이자 완전한 제물이 되어 온 세상을 구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땅과 멀리 거리를 두고 마법을 일으켜 사람들을 구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께서 직접 죄의 구렁텅이 한 복판에 오셨습니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추악한 폭력과 모욕을 당하셨습니다. 그 결과 마침내 죽으셨으나 다시 살아나시어 복음을 완성하시고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그런 까닭에 어느 이름 모를 사도는 히브리서 4장 14~16절에 다음과 같이 기록합니다. 새번역 성경으로 읽어 드리겠습니다.

14 그러나 우리에게는 하늘에 올라가신 위대한 대제사장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 고백을 굳게 지킵시다. 15 우리의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받으셨지만, 죄는 없으십니다. 16 그러므로 우리는 담대하게 은혜의 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우리가 자비를 받고 은혜를 입어서, 제때에 주시는 도움을 받도록 합시다. (새번역 성경)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어제 말씀을 통해 함께 나누었듯이 우리 모두가 이 시대의 거룩한 제사장으로 부름 받았음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을 본받아 진정한 제사장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일상 가운데 저마다의 속죄제와 번제를 드리며 제사장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연약함과 더러움과 마주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강함을 추구합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은 자신의 부족함을 억지로 감추려 합니다. 헛되고 헛된 명예와 지위로 애써 덮으려 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완고해지고 마침내 괴물로 변해버린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은 결코 제사장으로서의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너무나 아프고 괴롭지만, 마치 자신의 죄로 말미암아 대신 희생당하는 동물의 모습을 지켜보듯이 그 울부짖음을 듣고 피를 뒤집어쓰듯이, 여러 죄악으로 눅눅해진 나의 내면을 바라보아야합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열등감, 애써 부정하지만 여전히 나를 사로잡고 있는 어리석은 탐욕, 남들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위선과 가식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두를 넉넉히 품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시길 바랍니다. 연약한 죄인의 더러움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기꺼이 끌어안으시는 놀라운 사랑을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그 모두를 딛고 이루시는 신실하신 구원을 소망하시길 바랍니다.

바로 이와 같은 복음을 온전히 깨달아 알 때, 비로소 곁에 있는 이들의 아픔에 온 마음을 다해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함부로 비난하고 힘을 과시하려 하지 않고 겸손히 낮아져 섬길 수 있습니다. 진정한 필요를 헤아리고 적절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습니다. 그 손은 창백하지 않습니다. 흙과 땀으로 얼룩진 제사장의 손입니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알려주신 거룩은 비참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온전히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애써 자신을 꾸미지 말아야 합니다. 적어도 하나님께 만큼은 내 안의 모든 것은 기도 가운데 숨김없이 드러내시길 바랍니다. 

기꺼이 아파해야 합니다. 모욕과 굴욕역시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 영혼을 살릴 수만 있다면, 비참한 삶의 현실 한 복판에 나의 전 존재와 인격을 던져야 합니다. 영원하시고 위대한 대제사장이신 예수님께서 바로 연약한 죄인인 우리를 위해 몸소 그리 행하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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