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2일 토요일

[서평] 초사 - 굴원 외

굴원 외 지음, 권용호 옮김 <초사>(글항아리, 2015) 서평

2021년 4월 28일 읽기 시작
2021년 6월 12일 읽기 마침

<초사>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애청하는 책 팟캐스트 "일당백"을 통해서다.
진행자 '정박'님을 통해 이 책이 시경과 함께 중국 문학의 양대 축을 이룬다는 것을 배웠다.
마침 시경을 다 읽어가는 중이어서 주저 없이 주문했다.
서경을 읽기 전에 시경과 비교해 보고 싶었다.

초사의 주 저자는 '굴원'이다.
그는 전국시대 초나라의 충신이다.
임금에게 충언했지만 간신배들의 모함으로 유배를 당한다.
그의 의견을 무시한 결과 초나라는 결국 패망했다.
절망에 빠진 굴원도 강에 뛰어들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굴원은 그러한 삶의 고난 가운데 자신의 원통한 심정을 절절한 시로 남긴다.
그의 글들은 <시경>으로 대표되는 북방 문학과 대비되는 문체와 형식에 담겼다.
"이소"(離騷)를 비롯해 굴원의 대표작들과 그를 존경하고 추모하는 이들이 후대에 남긴 시들을 모은 책이 <초사>다.

실은 읽기 좀 불편했다.
굴원의 억울함은 잘 알겠으나, 마치 자기 혼자 잘났다는 듯한 오만함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에게 절절히 감정이입을 하는, 함께 수록된 다른 이들의 시를 읽으며 마음이 조금씩 바뀌었다.

분명, 수천 년 후를 살아가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그들만이 공유하는 굴원에 대한 깊은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라를 파멸로 몰아가는 아첨꾼들이 활개 치고 대신 충직한 이들은 변망으로 몰려나는 비극적인 모순은 그때 뿐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당대를 비롯해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이 굴원과 그를 따르는 이들의 노래가 담긴 이 책을 사랑했을 것이다.

어쩌면 굴원의 심정에 덜 공감하고, 거리를 두어, 불쾌함을 느낀 것이 감사하다.
그만큼 지금 나의 삶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증거일지 모른다.
사실, 불과 몇 년 전이었으면 절절히 동의하며 책장을 넘겼을지도 모른다.

부디, 그런 날이 다시 오지 않길 바란다.
그러나 언젠가 삶의 부조리에 지칠 때, 이 책이 먼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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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사사로움이 없고 덕이 있는 사람을 보면 도와줍니다.
어질고 지혜로워 덕을 잘 행하는 사람만이 이 천하의 땅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시고 미래를 생각하시면 세상의 시비를 판단하는 기준을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찌 정의롭지 않은 일을 할 수 있겠으며 어찌 선하지 않은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곤경에 빠져 죽음이 닥쳐와도 저는 후회하지 않고 처음의 뜻을 생각할 것입니다."
<楚辭>초사, 離騷이소, 7장 中


"위로는 복희씨의 가르침을 따르고, 아래로는 요임금과 순임금의 법도에 맞추네.
절개를 높이고 고결함을 본받으나 뜻은 우임금과 탕임금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네.
어려움에 빠진 것을 알면서도 절개를 바꾸지 않을 것이니, 결국 사악함으로는 올바름을 해치지 못한다네."
雖知困其不改操兮, 終不以邪枉害方.
<초사> 애시명 2장 中


"고결하고 아름다운 이는 외진 곳에 있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은 부귀해지고 총애를 받네
봉황은 비상하지 않고 
메추라기들만 날아다니네"
修潔處幽兮,貴寵沙劘。
鳳皇不翔兮,鶉鴳飛揚。
<초사> 구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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