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30일 수요일

출애굽기 29장 38~46절 "우리의 하나님"

2021년 6월 23일, 새벽기도회,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29장 38~46절 "우리의 하나님"

38 네가 제단 위에 드릴 것은 이러하니라 매일 일 년 된 어린 양 두 마리니
39 한 어린 양은 아침에 드리고 한 어린 양은 저녁 때에 드릴지며
40 한 어린 양에 고운 밀가루 십분의 일 에바와 찧은 기름 사분의 일 힌을 더하고 또 전제로 포도주 사분의 일 힌을 더할지며
41 한 어린 양은 저녁 때에 드리되 아침에 한 것처럼 소제와 전제를 그것과 함께 드려 향기로운 냄새가 되게 하여 여호와께 화제로 삼을지니
42 이는 너희가 대대로 여호와 앞 회막 문에서 늘 드릴 번제라 내가 거기서 너희와 만나고 네게 말하리라
43 내가 거기서 이스라엘 자손을 만나리니 내 영광으로 말미암아 회막이 거룩하게 될지라
44 내가 그 회막과 제단을 거룩하게 하며 아론과 그의 아들들도 거룩하게 하여 내게 제사장 직분을 행하게 하며
45 내가 이스라엘 자손 중에 거하여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니
46 그들은 내가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로서 그들 중에 거하려고 그들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줄을 알리라 나는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니라


오늘 함께 읽은 말씀을 보다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본문 앞뒤 맥락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긴박하게 출애굽을 한 직후 모세는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중요한 언약을 맺습니다. 이것이 출애굽기 24장입니다. 이어지는 25~27장은 성소와 성막에 대해 기록합니다. 그리고 30~31장에 다시 성막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합니다. 

이처럼 성막에 대한 말씀 사이에 끼워넣듯이, 28~29장에 대제사장에 대한 명령이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제사장 관련 율법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를 상징하는 성막에 대한 흐름 한 가운데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따라서 29장은 제사장 관련 규정을 마무리하며 자연스럽게 성막에서 행할 제사장의 직무와 그 의미로 언급합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본문의 가장 마지막 절이자 제사장 규정이 담긴 28~29장의 결론인 46절을 다시 한번 다함께 읽겠습니다. 

46 그들은 내가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로서 그들 중에 거하려고 그들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줄을 알리라 나는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니라

방금 설명드린바와 같이 이 구절은 출애굽기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말씀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두 번 반복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시작할 때 등장하는, “내가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로서”와 마지막의 “나는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니라”입니다. 


이 둘의 히브리어 문장은 똑같습니다. 바로 <아니 아도나이 엘로헤헴>입니다. 마지막 단어인 <엘로헤헴>은 ‘하나님’을 가리키는 <엘로힘>의 “남성 3인칭 복수 소유격” 형태입니다. 그래서 직역하면 이렇습니다. “나 야훼는 그들(이스라엘)의 하나님이다.”

여기에는 하나님 당신이 생각하시는 중요한 자기 정체성이 담겨 있습니다. 주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입니다. 이스라엘은 바로 당신의 소유된 백성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주변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결코 버려지지도 외면당하거나 소외당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주님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 이 사실을 하나님 당신의 입술로 분명히 선언하셨습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와 같은 주님의 자기 선언이 모세오경에서 일관되게 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나 오경의 핵심인 레위기, 그 중에서도 신학적인 중심에 해당하는 19장에 매우 자주, 무려 8번이나 언급됩니다. 레위기 19장 2~4절 함께 읽겠습니다.

2 너는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라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 3 너희 각 사람은 부모를 경외하고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4 너희는 헛된 것들에게로 향하지 말며 너희를 위하여 신상들을 부어 만들지 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시간 관계상 자세히 설명은 못드리지만 레위기 19장은 레위기는 물론이고 율법서, 더 나아가 구약 전체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서론에 해당하는 2~4절에는 각 절 마다 같은 히브리어 문장이 등장합니다. 바로 <아니 아도나이 엘로헤켐>입니다. 


방금 읽은 본문 46절에 두 번 등장하는 “나 야훼는 그들의 하나님이다.”에서 3인칭에서 2인칭으로만 바뀌었을 뿐 뜻은 동일합니다. 바로 “주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다.” 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씩 답답하고 힘들 때, 이 문장을 읊조리며 기도하곤 합니다. <아니 아도나이 엘로헤켐>, “나 야훼는 너희의 하나님이다” 이 말씀안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위로와 희망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이스라엘의 출애굽 여정을 되짚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과연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벗어나 약속의 땅으로 들어갈 자격이 있었습니까? 그것은 걸맞는 능력과 도덕성은 커녕 하나님을 철저히 거부하고 배반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이 노예생활의 고단함으로 간구하는 소리를 들으시어 주님께서는 모세를 택하시고 부르셨습니다. 그는 한 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스스로 출애굽을 꿈꾸기도 했지만 결과는 비참한 실패였습니다. 그렇게 사막에서 양을 치며 초라한 패배자로 살아가던 그에게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모세가 동족들에게 찾아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말했을 때 그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노역이 과중해지자 격분 했습니다. 또한 열 가지 재앙을 거쳐 마침내 파라오로부터 벗어났지만 앞에는 홍해가 가로 막고 뒤에는 맹추격하는 정예부대에 가로 막히자 역시나 원망을 쏟아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광야를 지나며 불평불만을 습관처럼 내뱉었습니다. 굶주린 자유인의 삶보다 풍족한 노예 생활을 더 낫게 여기며 이집트에서의 삶을 그리워했습니다. 심지어는 열명의 정탐꾼이 전한 부정적인 소식에 절망하며 이집트로 돌아가려는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당신을 가리켜 너희의 하나님이라고 거듭해서 알려주셨습니다.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주님의 손길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하나님은 그들이 할퀸 상처로 가득한 두팔로 끝까지 껴 안아주시고 놓지 않으셨습니다. 위대한 소유격의 사랑으로 변함없이 함께 하셨습니다. 

성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성막은 바로 그와같은 하나님의 임재를 생생히 드러내는 은총의 도구입니다. 모세 오경을 읽으며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은 중심에 우뚝선 봉우리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율법에 담긴 복잡한 규정들 때문에 시선이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핵심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시다는 복음입니다. 

이러한 진리를 연약하고 어리석은 그들에게 명확하게 보이시고자 진영 한복판에 성막을 세우시고 여기에 대한 규칙들을 자세히 언급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출애굽기의 마무리도 성막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구름이 가득차 있음을, 그 확고하고 놀라운 임재를 묘사하고 끝납니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레위기 1장 1절입니다.

1 여호와께서 회막에서 모세를 부르시고 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중요한 점은 우리말 번역에는 없지만 구약원문에는 히브리어 접속사 <봐브>로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레위기 1장의 앞부분을 이렇게 직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르셨다. 모세에게 말씀하시려고”


그렇다면 이러한 레위기 1장 1절은 무엇과 연결될까요? 바로 출애굽기 40장 후반부에 기록된 주님의 강력한 임재와 이어집니다. 따라서 레위기의 시작을 이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진영 한 복판에 있는 성막에 주님께서 구름 가운데 충만하게 임재하셨다.) 그리고 모세를 부르시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곧바로 레위기 1~7장에 제사법이 나옵니다. 바로 이와 같은 중요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부름받은 사람들이 바로 제사장입니다. 이것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레위기 8장에는 출애굽기 29장 내용과 거의 흡사한 제사장 위임식 규정이 다시 등장합니다.

조금 어렵고 복잡한 내용인데 잘 이해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결론은 이것입니다. 제사장직의 본질은 바로 주님께서 우리의 하나님이심을 드러내 보이는 것입니다. 제사는 바로 그러한 주님의 임재를 생생히 드러내는 은총의 통로입니다. 

어제와 그저께 계속 반복해 말씀 드렸습니다. 제사장은 과거에 있었던 소수의 특별한 사람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믿고 하나님 나라 복음을 받아들인 우리 모두가 바로 이 시대의 제사장임을 분명히 깨달아 아시길 바랍니다.

그렇기에 그 무엇보다 하나님의 충만한 임재를 신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상의 제사를 통해  주님의 찬란한 영광을 드러내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 우리 모두에게 주님께서는 오늘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니 아도나이 엘로헤켐> 
“나 야훼는 너희의 하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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