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해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서울: 휴머니스트, 2020) 서평
구약학은 넓은 범주에서 '고대 서아시아(근동)학'에 속한다.
성경은 당연하게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이 아니다.
치열한 삶의 자리를 통과했다.
그 생생한 흔적을 메소포타미아 지역 여러 신화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오랜 숙제였던 이 책을 이번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해 읽었다.
풍성한 포만감을 느꼈다.
수메르는 인류 최초의 문명을 꽃피운 곳이다.
높은 문화는 곧 '이야기'로 열매 맺는다.
그렇게 탄생한 신화가 바로 "길가메쉬 서사시"다.
길가메쉬는 수메르 도시 '우루크'를 다스린 왕이다.
그는 2/3는 신이고 1/3은 인간인 전설적인 존재다.
길가메쉬가 친구 엔키두와 함께 겪는 모험이 이 서사시의 주 내용이다.
읽는 내내 무척 흥미진진했다.
우선, 무려 4800년 전에 쓰인 옛이야기지만 내용 전개가 탄탄했다.
삶의 본질을 통찰하는 묵직한 문장들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고대 히브리 세계에 영향을 준, 고대 서아시아의 정치, 종교문화를 생생히 엿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구약 성경과 신앙은 이미 훨씬 오래전 형성돼 도도하게 흘러 내려온 거대한 문화의 흐름 속에서 솟구쳐왔음을 확인한다.
한편, 책을 읽는 내내 번역자인 김산해 박사의 노고를 느꼈다.
그는 길가메시 서사시의 여러 판본을 수메르어와 아카드어를 통합해 번역해 재배치했다.
덕분에 한글로 직역을 읽는 편의를 누린다.
게다가 곳곳에 있는 자료 사진이 수메르 문명을 더욱 생생하게 마주하게 했다.
아쉬움도 있다.
우선 전체 네 장(chapter)중 2장은 서사시 본 내용이고 나머지 1, 3, 4장은 배경 설명과 해설이다.
하지만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구성이 혼란스럽다.
3장의 경우 제목이 '비극의 전주곡, 죽음의 공포'여서 마치 서사시 내용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오해 여지가 있다.
각주의 경우 편집자의 전문성이 드러난 공간이지만 불필요한 내용까지 길어져 산만했다.
게다가 히브리 성경과 관계를 곳곳에 언급하는 것까지는 자연스럽지만 '베꼈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성경과 성경의 세계를 보다 생생히 이해하기 원한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한편, 책을 덮자마자 주원준 박사님의 길가메쉬 서사시 강의를 유튜브로 찾아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Jxj0ziaFgk
우리나라에서 불모지와 같은 '고대근동학'분야를 개척하신 박사님의 업적이 새삼 존경스럽다.
구약학 전공자로서 적어도 주 박사님의 책은 다 읽어야겠다는 사명감이 든다.
스승께 배운 '최종 형태로서 정경'을 존중하는 태도가 설교자로서 성경을 대하는 가장 근본적인 자세다.
동시에 '정경적 접근'을 균형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고대근동학'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
따라서 <길가메쉬 서사시>는 내 신학 여정에 여러모로 유의미하고 인상적인 독서다.
목회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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