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로 이사 온 지 일 년 되는 날이다.
사택은 일산 위쪽 끄트머리에 있다.
고즈넉한 이곳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사계절을 보내며 점점 더 아늑함을 느낀다.
집 바로 옆에 붙어있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으로 아들 손을 잡고 등하원할 때,
울창한 가로수가 드리워져 있고 안전하고 넓게 조성된 주변 길을 걸을 때,
오랫동안 잃었던 따스한 숨결이 비로소 돌아왔음을 깨닫는다.
그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더 밝아진 나를 발견한다.
어느 때보다 자기애가 높아진 걸 확인한다.
이렇듯 살아가는 환경은 참 중요하다.
여러모로 잘 맞는 동네에 산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나그네 같은 목회 여정 속에서 언제까지 이곳에 살지 모르겠다.
다음은 어느 곳으로 향할지 알 수 없다.
다만 창밖에 펼쳐진 야경을 보며 묘한 위로를 느낀다.
설명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고백한다.
이곳에 살며 쌓고 쌓아갈 추억이 두고두고 그리울 거다.
또한 나 역시 곁에 있는 이들에게 숨 쉴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함께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상처와 번민이 아닌, 포근한 추억의 배경 일부로 기억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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