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일 토요일

낸시 포브스, 배질 마혼 "패러데이와 맥스웰"(반니, 2015) 독서 후기



그동안 여름휴가 때마다 긴 호흡으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소설을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학책을 골랐다. 지극히 문과 취향인 내 독서 이력에서 유별난 순간이다.
그만큼 한 인물의 극적인 삶과 인격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바로 '전자기학의 아버지',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다.
우연히 어느 과학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현재 출간된 책 중 패러데이를 가장 진지하게 다룬 "패러데이와 맥스웰"을 전자책으로 사두고 휴가 기간을 통해 읽었다.

패러데이는 빈민가 출신으로서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대신 13살 때부터 제본소에서 다양한 책을 탐독했다.
그중에서도 과학책을 열심히 읽으며 과학 분야에 일하길 꿈꾸다 마침내 소망을 이루었다.
이런 그의 성장 과정은 과학자로서 치명적인 약점을 안겨주었다.
그는 수학을 못 했기에 기존 과학자의 문법으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정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결핍을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많은 독서를 통한 풍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뿌리 깊은 직관을 따라 철저한 실험적 검증으로 자기 입장을 드러냈다.
그 결과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전자기 유도'를 발견한다.

패러데이의 위대함은 단지 자수성가한 과학자로 끝나지 않는다.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따뜻하고 소박한 성품이다.
그는 돈과 명예 때문에 과학 연구를 등한히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끝까지 지켰다. 
심지어 왕립 학술원 회장직도 거절했다.
그 대신 등대 관련 작업을 비롯해 공익적인 역할에 충실했다.
그럼에도 그는 "외로운 연구자"였다. 가까운 동료도 없었고 제자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결정적인 두 건의 연구 결과 발표 때마다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고난도 겪었다.
게다가 그가 이뤄낸 성과가 당대에는 완전히 제대로 평가를 받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끝까지 친절과 선의를 지키며, 오랜 바람대로 "평범한 인간 마이클 패러데이"로 남아 숨을 거두었다.
그의 장례는 유언대로 "엄격하게 사적이고 간결하게" 거행되었다.

위대한 서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의 후계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의 등장이다.
그는 패러데이와 달리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최고의 수학 교육을 받고 우수하게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패러데이와 마찬가지로 "행동거지에 허세가 없었다.", "언제나 남을 위하는 배려심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한 편안함"을 불어넣었다.

맥스웰은 패러데이의 전자기학 연구에 감복해 그의 이론을 수학으로 정리하여 발전시켰다.
그 결과를 정리한 <<전기와 자기에 관한 논고>>는 뉴턴의 <<수학 원리>> 다음으로 중요한 과학서다.
이러한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업적은 고스란히 아인슈타인에게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과학사의 중요한 흐름 하나를 진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사실 내용 절반 가까이는 제대로 이해 못 했다.
과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과학 이론과 실험을 설명하는 내용들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휴가 기간 내내 멈추지 않고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나를 사로잡았던 힘이 있었다.
바로 두 사람의 너무나 매력적이고 닮고 싶은 인격이다. 놀랍도록 아름답고 훌륭한 인간성이다.
그리고 그 바탕을 이루는 진솔한 신앙이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은 올바르고 균형 있는 그리스도인 과학자의 모범을 일찌감치 보여주었다.
또한 과학을 대하는 신앙인의 바른 태도를 알려준다.
즉, 진지하게 과학을 탐구하고 그 성과를 존중하면서도 진리 앞에 겸손한 자세다.
이 둘의 태도만 살펴봐도 오늘날 신앙과 과학 사이의 유치하고 소모적인 논쟁 상당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해 휴가 기간 읽은 건 나름의 모험이었다.
상당한 분량의 과학책을 완독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만족스러운 내면의 포만감을 느꼈다.
생각의 지평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었고 과학에 좀 더 흥미를 느꼈다.
무엇보다 여러모로 진지하게 닮고 싶은 인물들을 만났다.

역사 속에 별처럼 빛나는 인품과 과학 성과가 마주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은 그들의 과업이 자연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인간 지성의 이상향이 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과학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상기시켜준다. 그들은 탐구심, 객관성, 지구력뿐만 아니라 속세의 명성이나 허영에 현혹되지 않는 윤리적 성품까지도 갖춘 진리 탐구자들이었다. 그들의 정신에 깃든 관용과 겸손은 과학자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그들이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였기에 오늘날보다 이런 이상향에 접근하기 쉬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는지 모른다. 그 당시에 과학은 더 쉬웠고, 신사다움은 더욱 중요했다고 말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 태어났더라도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성품은 빛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위대함은 과학적 발견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성에서도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과학에도 영웅이 있다면, 바로 그들이 영웅이리라."
(리디북스 아이패드 어플 가로보기, 글자크기 8, 문단 너비3 기준, 1181~1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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