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1일 월요일

영화 "룸 넥스트 도어"(The Room Next Door, 2024) 후기




대학 시절 씨네큐브에서 "그녀에게"(Hable Con Ella, 2003)를 감상한 건 지금까지 가장 강렬했던 영화 경험 중 하나다. 화려한 색감과 충격적 주제 의식이 두고두고 뇌리에 남았다. 이후 이 작품을 연출한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이름이 내 마음 한구석에 별처럼 박혔다.

그의 최신작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그 별이 다시 반짝였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어두운 소재에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시간이 흘러 역설적으로 '죽음'을 다루기에, 더 정확히는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기에 유튜브로 결재하고 시청했다.

영화는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미술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가치를 지닌다. 장면 장면마다 정교한 '영상 예술'이 펼쳐진다. 그 자체로 마음을 정돈하게 한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마음 밭에 감독은 '존엄사'라는 둔탁한 주제를 툭 던진다. 암 말기 환자인 마사(틸다 스윈튼)는 우연히 만난 친구 잉그리드(줄리언 무어)에게 존엄사를 결단하는 휴가에 '동행'해 달라고 요청한다.

여기에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나온다. '동행'이다. 외롭고 고통받는 누군가의 곁을 지켜주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의 아름다움이다. 저마다의 비극을 이겨내게 하는 공감의 가치와 위대함이다. 

두 주연 배우가 펼치는, 절정의 기량을 뿜어내는 연기로 더욱 묵직한 공명을 안겨 준다.

감독을 통해 경험한 또다른 강렬한 영화 체험이다. 한국 혹은 헐리우드의 익숙한 상업영화 문법을 넘어선, 영화 예술의 드넓은 아름다움을 먹먹한 숨결로 마주 했다.

내년 초 눈 내리는 어느 날, 따뜻한 차를 손에 들고 커다란 화면으로 한 호흡에 차근히 감상하고 싶다. 참으로 귀 기울이고 울어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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